지난 추석 연휴때 지대한님이 우연히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10년전에 작성한 "지대한의 배우일지"라는 어디(?)에 기고한 일기형식의 비망록(?)을 연재합니다.
10년전의 지대한과 지금의 지대한, 그리고 10년 후의 지대한을 오버랩시켜 봅니다.
지금도 <지대한의 인생>이라는 영화는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해피엔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마는요.
지대한~ 파이팅~~
갑자기 봄여름가을겨울의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노래가 듣고 싶어집니다. -소풍-
2001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날씨/좃타!
오늘 완전히 '두사부일체'가 쫑나고 ,내일은 '복수는 나의 것' 촬영이 쫑난다.
영화 두편을 따블을 뛰어보긴 난생 처음이다.
오늘은 건달, 내일은 형사! 크크크!
난 언제쯤 멜로 한번 해보나?...
그럼 다시, 쉬리 얘기를 해볼까!.....
쉬리팀에서 날 부른 건, 순전히 내가 공수부대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그 들 역시 내가 재연배우라는 걸 알고있었으나,
특공대원역으로는 내가 딱!이었던 셈이다. 거기다가 복면까지 쓰고나오니...
여의도에서 총격 씬을 찍을 때의 일이다.
한참 총싸움을 하고 난 후 10분간 휴식시간에..
지나가던 구경꾼들이 날 보고 ,"경찰청사람들 특집 찍나보다!.."
순간 촬영장 분위기는 싸해지고.
나는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데...
한무리의 학생들이 싸인을 받으러 달려오는데,
석규형한테 한 30명, 민식형한테 한 20명, 강호형한테 한 10명
근데 어디선가 한 50명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와! 저 아저씨 경찰청사람들에 나온 아저씨다" 하면서 나한테 싸인을 받으러오는겄이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땐 정말 쪽팔렸다.......
어쨋든 쉬리를 찍으면서, 난 내자신을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최민식, 송강호, 한석규 , 최고의 배우들과 촬영을 하면서,
한없이 작기만한 내 자신과 한없이 멀기만한 배우의 길을 보았다...
쉬리...그 영화에서 난 30회 이상 출연하여 주연급 연기자들 보다 촬영 횟수가 많다..
하지만 내얼굴은 찾아보기 조차 힘들다..
그래도 난, 누구보다 그 영화에 애정을 가지고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난 더 이상 재연배우도 아니고, 스턴트맨도 아니었다.
어느듯 난 영화배우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최민식, 조덕현, 난 이 두 배우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물론 많은 배우들과 석규형 강호형 모두 나에게 친절히 대해주셨지만 ,
이 두형은 정말 진심으로 날 아껴주고, 걱정해주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어렵게 찾은 쉬리에 출연 장면>
지금 난 영화배우 이전에 연극배우이기도 하다.
유인촌 레파토리극단의 단원이다..
유극단 소속인 덕현형과 민식형 덕에 우리나라 최고의 극단 중 하나인 유극단 단원이 된 것이다.
극단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쉬리 촬영을 다마치니 내 나이가 30이 되어버렸다..
나이 30에 나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기초부터 다시 배우자! 서울예전 입시준비를 했다..
서울예전 연극과에 원서를 내고 시험을 아주 잘 봤다..
결과는 땡!이로구나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그 때 면접볼 때 ,
면접보는 교수가 나에게
"경찰청에서 봤는데 그거나하지 나이먹고 뭐하러 다시 연극을 할려고하느냐?"고 물었는데..
아무래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뭐 그거는 순전히 내 자격지심 때문이니까...
어쨌든 땡!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