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긴 감동! 인제. 양구 소풍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이말은 30여년전 군입대 할 때 들었던 말이다.
강원도 첩첩산중 오지가 인제원통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는 첩첩산중을 도시와 산골 오지를 단숨에 연결시켜 놓았다.
청정자연과 환경이 있는 곳! 그러나 돌아갈 논밭떼기는 벌써 남의 손에 넘겨버렸으니 후회막급이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하고 동기생들이 운명처럼 다시 만나 시간의 공백을 단박에 뚸어넘는다.
한성욱 동기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분석과 설명보다는 그의 쉴새 없는 입담에 넋을 잃었다. 정보통으로서의 분석력과 정보의 가공과 활용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요하리라.
늦게 도착한 준재벌인 최임수의 불편한 자리 엄살도 선착순배정의 원칙으로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처음 타보는 스타렉스 신형의 기능이 한국자동차의 기술발전에 박수부터 보낸다.
12사단에서 젊은 청춘을 의무병으로 보낸 우종협 동기회장과 최영범의 현장 설명은 네비게이션의 최첨단 능력을 능가했다.
북녘땅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은 명경지수 그자체이다. 늦더위를 피해서 피서객들이 굽이쳐 흐르는 맑은 물에 낚시와 수영을 즐긴다. 대자연인 푸른 녹음과 계곡물은 언제나 사람을 부르는 마력을 가진다.
도착한 곳은 외국계 기업 회장인 정수홍 동기의 재전농원과 별장식 주택은 성공한 기업인들이 재충전과 휴식을 위해 누리는 특전이다. 아마도 이곳의 풍수지리는 아마 크게 매스컴에 오를 것 같은 명당으로 보였다. 배산임수와 회룡고조형에 멀리 조산, 가까이 안산이 보이고 양옆에 죄청룡과 우백호가 앉아 튼튼하다.
언제든지 다시 오라는 정수홍 동기의 열린 마음이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호감을 갖게 만드는 요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것은 부모로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과 많은 비즈니스의 만남에도 열린 마음이 사람을 편하게 하고 서로 유대와 손을 잡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집 구경과 다과와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와 '참살이탁주'로 건배를 하며 식사는 웃음바다를 연출하며 마쳤다. 점심식사 후 우리는 투망과 반두를 가지고 천렵을 나갔다.
시골 별장을 지키는 진돗개가 8마리 새끼를 낳았다. “익희야! 너 한 마리 줄까”라는 말에 키울 곳도 없는 내가 받아서 뭐하겠나. 그 마음만 받으면 된다 싶었다.
윤기형 총무는 상주 촌놈답게 반두로 고기를 잡고 방태조 왕회장은 조수로 나선다. 언제가 배웠던 투망던지기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다 못한 한왕돈 동기의 시도는 웃음만 만들고 고기도 웃게 만든다. 고기가 '그 실력으로 날 잡겠다고요. 어림택도 없는 일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도 윤총무의 반두로는 10마리나 잡았다.
그런데 물이 너무 좋아 언제 벗어 제낀 최영범이의 아랫도리 거시기가 대단하다.
내가 봐도 부러운데 알고보니 무슨 까닭이 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확대 수술을 하거나 다마를 박아서 거시기가 큰게 아니다. 정답은 마지막에 문장에 나온다. 서로들 물수제비 띄우기로 실력을 겨루니 동심은 춤을 추고 도회지 삶의 지친 마음은 푸른 물속에 녹아 흘러갔다.
이순진 장군은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순진한 미소가 마치 부처님의 자애로운 미소 같다. 그래 흐르는 물처럼 싸우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며 전체를 아우르며, 고지를 향히 묵묵히 가는 삶이 인생길이고 군인의 길이 아니겠는가? 오늘 그에게 준 무덕(武德)이란 책에 내 마음을 담았으니 이 장군도 알 것이다.
고등학교때 배운 모윤숙님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생각났다. 국방을 튼튼히 하고 정신을 강건히 하여 나라 지키고 사회를 지키는 문무를 겸한 참군인 되기를 기원했다.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이순진 장군의 사단을 방문했다. 질풍노도부대 최전방 교육예비사단의 중요성은 얘기 안 들어도 안다. 훈련은 곧 전쟁의 승패를 결정 짖는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받아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금과옥조를 우종협 회장이 상기시킨다.
사단장 숙소는 내 평생 처음이지만 우희명 동기는 사단장 딱가리를 하며 군생활을 보냈다고 했다. 남의 수족이 되어 윗사람을 보필하는 일은 센스와 타이밍이 기본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 친구는 국내 최고의 호텔업계 지배인으로 있나보다. 늦었지만 그의 박사학위 취득에 추카 박수를 보내고 학구열에 경의를 표한다.
예약된 풀향기식당은 친환경 산골식당인데 웰빙음식으로 차려진 맛깔스런 상차림에 건배도 하기 전에 눈이 빛나고 꼴각꼴각 침 넘어 가는 소리에 숟가락질로 테이블 마다 분주하다. 곰취절임과 더덕무침에 폭탄주는 제조하기가 바쁘게 비워진다.
도토리묵을 말려서 만든 도토리 묵고기는 쫀득쫀득하고 오염되지 않은 푸성귀는 입안을 행복하게 만든다. 여러 차례 감사와 고마움과 모두의 안녕과 다시 만난 기쁨이 질펀하게 익을 무렵 이 장군이 마련한 숙소를 향해 들어갔다.
동산에는 우리를 지켜보는 둥근달이 둥실 떠있고 우리 모두는 우정의 충만함에, 만남의 기쁨에 빙그레 웃는다. 사업가 일부는 돌아가고 나머지는 일행은 군장교 들이 머무는 숙소로 갔는데 화려하지 않았지만 30여년 만에 찾은 군의 복지시설은 훌륭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정신무장과 훈련은 기본이고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잠자리는 편해야 한다.
얘기는 끝없이 이어졌지만 덕장인 이 장군은 적시에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내일 스케줄을 통보했다. 군에서는 군대의 룰에 따른다면 새벽 6시 기상을 고집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각자 배정 받은 방으로 헤어지고 회장이 묶는 숙소에 대부분이 함께했다.
이 장군 부인의 처신이 돋보이고 지혜로웠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온 우 회장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동기를 만나 웃고 즐기는게 타고난 봉사형 인간이다. 그런 마음의 자세가 고맙고도 장하다.
코 안 곤다는 오주한과 룸메이트로 샤워후 바로 잠에 떨어졌다. 그런데 약간 뚫여진 방충망 사이로 들어온 모기 2마리가 무장해제된 몸뚱이를 사정없이 탐하고 ‘앵앵’ 거린다.
'그래 덤빌려면 덤벼라. 확 줄께. 얼마든지 먹어라 요놈들. 내 눈에 띄기만 해라. 한방에 초전박살이다.'라고 잔뜩 벼르며 판츠만 입고 불을 켜고 사주경계를 하는데 이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놓인 양구 홍보 책으로 한방에 2마리를 즉사 시켰다.
그 뒤부터는 아침 7시까지 안심하고 늦잠을 잤다. 윤 총무의 모닝콜로 다들 식당에 모였다. 황태해장국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후 양구의 수변저수지 데크로 가서 파로호의 한반도 지형, 중백로, 청둥오리를 보면서 수변 데크의 편안한 길을 함께 산책했다. 맑은 공기는 심호흡을 하게 만들었다.
6.25격전지 펀치볼을 터널로 관통하여 안보현장인 제4땅굴을 견학했다. 북한의 이중적인 야욕과 음모에 섬뜩함을 느꼈다. 국력의 차이는 기술력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평화시에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고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한다.
사진촬영이 허락되지 않는 보안지역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보안상 글도 사정없이 줄인다. 누구나 글을 조심하고 말을 조심해야 한다. 말보다 더한 상처를 주는 무기가 있을까? 그래서 함부로 하면 안된다.
을지전망대를 오르니 눈앞에 바로 동족이 맞닿아 총을 겨누는 현실이 너무나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이 일을 어쩌나. 누가 이 숙제를 풀어나가나. 머리가 복잡하다. 웃음이 가시고 골치가 아프다. 코메디언 빰치게 설명하는 김 소위의 재치가 없다면 다들 놀라서 도망칠 것 같았다.
이 분단의 비극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펴있는 야생화와 자유롭게 날으는 새들 보다 못한 인간들의 욕심이 부른 민족의 아픈 현장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무거운 돌이 심장에 박혀버렸다. 거시기에 숨긴 돌은 빼내면 되는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