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아일랜드, 잉글랜드, 알제리 유전인자를 25퍼센트씩 나눠 가진 코스모폴리탄. 무대 디자이너였던 아버지를 따라 카이로, 파리, 런던, 캐나다를 옮겨 다닌 카림 라시드(Karim Rashid)에게 유럽은 로맨스와 시를, 중동 지역은 열정과 예술을, 영국은 실용주의와 비즈니스를 가르쳤다. 일 년의 반을 제트기 안에서 보내고, 매일 전 세계에서 폭주한 2백여 통의 메일에 답장하며, 하루에 10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카림 라시드. 호텔, 레스토랑, 의자, 벽 뚫는 드릴(블랙 앤 데커의), 휴대 전화, PC, 휴지통, 캐나다 우정국의 우체통, 유방암 검사 의료 기기, 그리고 한국에선 현대 블랙 카드, 열린책들의 북케이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디자인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뱅상 카셀을 이집트적으로 해석한 듯한 얼굴의 그는 말이 좀 많고(그가 이메일로 보내온 ‘추가’ 질문의 답변은 4페이지를 넘겼다), 습관적으로 코를 찡긋거리는 버릇이 있으며, 기발하다. 그는 세상의 모든 알파벳 ‘C’를 ‘Karim’의 ‘K’로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다. Katalogue, Kreemy, Desig nokracy(디자인 민주주의)… 2천 개의 새로운 단어가 디자인되면 조만간 ‘Karim Rashid Dictionary’를 만들 계획이란다. 어쩐지 그는 미래의 지구별 교주 같다. |
Vogue 필립 스탁이 ‘프렌치 엘레강스’라면 당신은 ‘사이버 오가닉’이다. 제품의 이름에는 ‘Blob(물방울)’이란 단어를 즐겨 쓰고, 강물이 흐르는 듯한 유기체적 형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으며, 어디에나 하이테크 디지털 형상이 들어 있고, 컬러는 또 미래적이다. ‘디지털 캐주얼’ ‘미래 지향적’이라는 수식어 속에 둘러싸여 있는 카림 라시드. 당신에게 ‘미래’란 어떤 풍경인가. karim rASHID(이하 Karim)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귀와 후두, 손바닥에 마이크로 칩을 이식해 로봇과 같이 기술적으로 진화된 몸을 갖게 될 것이다. 밝든 어둡든, 멀든 가깝든 모든 걸 볼 수 있게 해주는 마이크로 칩이 눈에 이식될 것이며, 암과 HIV의 치료제를 갖게 될 것이다. 마하 5나 마하 6의 속도로 움직이는 비행기와 Smartoos(여권, 사회보장, 은행 통장, 이머니 등 모든 ID 번호를 내장한 타투. 돈이나 신용 카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인텔리전트 타투)도 갖게 될 것이다. 맞춤으로 만들어진 우주 가상 비행기, 몸에 완벽하게 딱 들어맞는 운전석, 엄청난 가상 섹스… 평화와 사랑, 창조성과 지성이 우리의 유일한 욕구가 되는 곳.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디지팝 컬러 월드! 이 세계에선 급진파, 다양성이 사라지고 하나의 종교, 하나의 언어가 사용될 것이다. 집과 자동차 등도 공유 개념으로 렌트될 것이다. 새로운 소재로 둘러싸인 부드럽고 오가닉한 세상! 이건 꿈이 아니다. 2050년이면 충분하다(카림 라시드는 이를'Karimism'이라 부른다.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디자인 사상을 강연하고 있다).
Vogue 그럼 당신의 디자인에 흔히 삽입되는 기호들은 미래 언어인가? karim 나의 알파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Karimagologos'라 불러 달라.Body, Emotion, Soul 등 형태에서 유추한 언어들이다. 한자 같은 ‘표의 문자’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Vogue 타미 힐피거의 ‘Freedom', 겐조의 향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프라다 뷰티 패키지,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와 메이블린, 랄프 로렌, 이브 생 로랑… 당신은 수많은 패션 하우스들에게서 러브 콜을 받았다.한때‘Babel Fashion Collection'이라는 패션 브랜드의 아트 디렉터였다는 것도 들었다.'난 패션 디자인과 무관하지 않다. 이후로도 나만의 패션 라인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당신의 포부도 함께.패션과 당신의 친밀도는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karim 난 패션 때문에 최고의 건축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패션은 주류 미술과 응용 미술의 최고 고객이니까. 1980년대에 내가 만들었던 브랜드의 이름이 왜 ‘바벨’이냐면, 지구촌의 통합, 하나의 세계에 대한 코멘트였기 때문이다. 포멀한 클래식 테일러링으로 만들어진 옷들이었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디자인에 욕심이 많아져 접었다. 1970년대에 난 할스톤과 피에르 가르뎅(그는 훌륭한 가구들도 디자인했다!)을 좋아했었다. 요즘엔 일본 디자이너들, 그리고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좋다. 더크 비켐버그와 J. 린드버그도 좋다. 그들은 키가 큰 남자들을 위해 옷의 형태를 만들 줄 알고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니까. 하지만 난 디자이너가 누구든지 간에 핑크와 화이트를 찾게 된다(어렸을 때부터 항상 핑크와 화이트를 입었다. 내가 18살이었던 1978년의 사진을 첨부하겠다). 10개의 핑크 수트와 20개의 화이트 수트, 30개의 화이트 양말과 30개의 화이트 티셔츠, 10개의 핑크 양말, 10개의 핑크 티셔츠… 우리 집 옷장에 와서 확인해 봐라. 왜 패션 디자인에 좀더 몰두하지 않냐고? 난 삶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니 지금 당장 빠르게 행동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은 곧 해야 한다. 내가 지금 가진 아이디어는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완벽할 것이다. 난 지금 자동차와 냉장고, 휴대폰, 진공 청소기와 빗자루, 섹스 토이, 외장 하드 등을 디자인 중이다. 물론 나만의 미래형 패션 디자인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특히 진. 요즘 옷들은 너무 지루하고 뻔하며 과거형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몇 가지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궁금한가? 아레나와 이번에 했던 스포츠 의류 디자인을 먼저 훔쳐보라.
Vogue 당신은 말했었다. 한국에 ‘핑크 버블’로 만든 문화센터를 세우고 싶다고. ‘핑크 버블로 만든 문화센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버블처럼 부풀어 오른다. karim 모든 도시는 하나의 핵심-디자인 정보 중심지가 있어야 한다. 컨템포러리한 갤러리, 디자인 북 샵, 디자인 인포메이션 센터, 공연장이 한데 모인.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로컬 디자인을 지구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핑크 버블이라니! 정말 이 일을 하고 싶다. 또 서울 도심에 작고 쿨한 부티크 호텔도 만들고 싶다. 하얏트 호텔은 아름답지만 너무 크고 보수적이다. W호텔은 훌륭한 호텔이긴 하지만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서울엔 쿨한 호텔이 없다.
Vogue 어느 디자이너나 궁극의 목적은 그렇겠지만, 특히나 당신의 디자인은‘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디자인’을 사명으로 하는 것 같다.'행복'. 언제 들어도 멋진 단어다. 그리고 당신은 행운아다. 당신의 재능으로 세상에 행복을 퍼뜨릴 수 있으니. karim 행복한 칭찬! 고맙다.나는 모든 것들이 스마트하고 실험적이고 생태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의 제일 마지막은 유머(!)여야 한다.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심각한 그것을 밝게 해주는 놈은 유머뿐이니까.
Vogue 당신의 안경은 항상 멋지다. 그 안경은 대체 어디서 구한 것들인가? karim 난 내 안경을 직접 디자인한다.스웨덴의 '스카이'라는 작은 회사에서 최고등급의 티타늄으로 직접 수제 가공한다. 몇몇 특별한 부티크와 내 웹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주얼리,시계,가방,신발,액세서리도 직접 디자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