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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오토바이 경주 게임의 중독에서 좀 벗어나서야 겨우 보드 스토리를 올리게 되는 군요^^ 그만큼 은근 재미가 나는 게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겠지요.
저는 '빨갱이'와 '노랭이'를 몰았습니다. '파랭이'와 '초록이'보다 더 빨리 주행해야 할 지, 아니면 '빨갱이'로 승부를 내야 할 지, '노랭이'로 승부를 내야 할 지에 대해서게임을 시작하면서 좀 고민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하지만 전혀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혹은 제 의향이나 어떤 기대와는 전혀 아닌 방향으로 흘려가고, 아주 다르게 진행되는 바람에저는 게임의 진행, 나아가는 방향에 따를 수 밖에 없음을 다시 또 이 게임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우선 '노랭이'가 다른 주자들보다 거의 반 이상을 앞질러 레이스를 달려 나갑니다.
'노랭이'는 최신형 오토바이를 구매하여 다른 오토바이 주자들이나 관중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엄청나게 값비싼 오토바이에다 옵션으로만이 아닌, 광폭 타이어며, 발광 오토매틱 페달이며,
전설의 오토바이 레이서인 '파랭이'의 오토바이가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엄청 잘나갑니다.
그래서 '노랭이'는 처음부터 '정비소'를 형식적으로 거쳐 별 정비카드를 가지지 않고도 충분히
초라하고도 너저분한 오토바이들쯤이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만만함으로
관중들이나 다른 주자들을 압도하고 맙니다. 그에 걸맞게 다른 오토바이어들이 시동을 걸고
막 오토바이 엔진을 과열하는 동안에 슝~하고 마치 로케트처럼 저만치 달려나가 레이스의 반을
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미동이나 흔들림이 없이 안정적이어서,
운전자의 자세도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이에 기가 죽어 원래의 기량을 잃을 만큼 만만찮은 주자들이 아닙니다.
'빨갱이'는 필요한만큼의 정비카드를 충분히 점검하고 획득하고 난 뒤에 혹시나 모를,
만약의 돌발사고를 대비하여 여분의 정비카드를 획득하느라 정비소마다 일일이 들르는 바람에
출발이 세 번째로 늦었지만, 레이스를 한 바퀴 돌 즈음에는 '파랭이'와 '노랭이'와 얼추 비슷한 속력을 유지하며 달리고 있네요. 선두를 달리는 '노랭이'를 제외하고는 아직은 누가 실력이 월등한 지는
알기가 어려운 상태 입니다.
'파랭이'는 레전드격 챔피온 답게 정비소에는 자신의 오토바이의 결함이나 다른 오토바이어들의
돌발사고를 대비해서 적당히 정비카드를 획득하여 안전하게 2등으로 출발을 하면서 선두와는
일정한 간격을 두려고 하였으나, 최신형으로 완비한 '노랭이'와는 반 바퀴 이상의 거리차를 좁히기 위해 원래의 페이스보다 속력을 내어 엔진이 핑핑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초반임에도 열기가 대단합니다.
그런데, '초록이'는 최신형 오토바이를 보고 너무나 부러움과 기싸움에서 지고 말았는지, 정비소에서도 오토바이 점검을 잊어 버리고 휴게소에 들러 어떻게 저렇게 잘나가는 호화 최신형 최고급 오토바바이와 경쟁을 하며 오래되고 낡고 저렴한 오토바이로 달리면서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어야 하나하는 고민을 하느라 표정이 어둡기만 합니다. 그래서 정비소에서 꼭 챙겨 가라는 '엔진카드'를 획득하고, 휴게소에 들리고 싶은 마음에 연신 '1회 휴식'의 돌발사고를 내곤 합니다. 그렇지만 초반이 대개가 그렇듯, '빨갱이'와 '파랭이'와는 거의 속력 차이가 나지않고 잘 버텨 내는군요.
그러나 점점 승부는 여러 돌발사고, 오토바이 점검, 운전자 교체, 1회 휴식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흘려가고,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여러 변수들과 리스크들로 하여금 맹렬하게 추격하고 견제하고 더러는 추월을 당하면서 '노랭이'가 2회전을 돌면서 아직 1회전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다른 오토바이들을 조롱하느라 너무 과격하게 오토바이를 몰아서 인지 엔진이 과열되어 정비소를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탄탄하고도 든든한 오토바이라 그 위력이 어디 갈까요? 멋지게 엔진 소리를 내며 굉음과 함께 폭풍질주를 하며 확실한 선두를 굳혀, 다른 오토바이어들의 야코를 누르고자 멋지게 날아 달립니다. 현재 비등비등한 실력으로 달리고 있는 '빨갱이'와 '파랭이'보다 한 바퀴나 더 앞질러 벌써 3회전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빨갱이'와 '파랭이'는 노련하게 이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서로가 숙명의 라이벌이자 속력을 내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나란히 경주를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지친 '초록이'는 엔진이 과열되고 별 속력을 내지도 않았는데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결국은 운전자를 교체하는 상황에 맞닦뜨리고 맙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승부의 세계라 이런 '초록이'의 한심하리만치 나약한 모습을 즐기는 관중들은 일제히 '노랭이'에게 환호를 보냅니다. 벌써부터 실시간으로 '파랭이'와 '빨갱이'의 투 톱 시대는 끝났다는 기사가 인터넷으로 급파되고, 관중들은 미리 '노랭이'가 우승하리라 예단하여 서로 거금을 걸기까지 하네요.
자,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될까요? 혜성처럼 등장한 재벌3세의 오토바이가 지금까지의 전설을 갈아 엎고 새로운 신화가 탄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럼 그렇지! 레전드격 챔피온이 어디갈까? 그 실력은 역시나 그래도구나하는 일종의 안도감을 안겨주는 희열과 찬사를 받는 '파랭이'의 우승으로 결정지어 질까요? 하지만 이미 관중들이나 대중들은 호화최신최고급 노랭이 오토바이에게로 온통 시선이 몰리고 응원을 해 줍니다. 그나마 '파랭이'의 가족들이나 친구, 응원하는 펜들은 주눅이 들었지만, 안타깝게 우승의 자리를 양보하고, 이제는 녹슬고 낡은 오토바이를 최신장비로 호사스럽게 꾸민 최신형 오토바이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들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토바이어의 실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노후된 오토바이의 문제라고 다들 진단하고 있으니, 그나마 2위를 달리더라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일종의 자기위안인 셈이지요.
하지만 '노랭이'의 엔진에서 점점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3바퀴 반을 돌면서 절대 추월금지 구역에서 한 바퀴를 겨우 돌고 훨씬 뒤 처진 '초록이'를 따돌리려다 대형사고를 내고 맙니다. '초록이'를 추월하지 못하게 되자, 돌연 급회전하여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속도를 드높이는 바람에 절대 추월금지 구역이자 속도 조절을 하라고 3칸까지만 진행해야할 상황을 무시하고 달리려다 결국은 엔진이 과열되고 뒤이어 바로 앞칸을 달리던 '초록이'와 접촉사고를 내어 운전자 교체를 해야 하는 악운이 겹치고 말았습니다.
이에 반해 이제는 거의 오토바이의 속도감, 안정감을 찾은 '빨갱이'와 '파랭이'는 점점 '노랭이'를 추격하여 3바퀴째 코스를 돌고 있습니다. '노랭이'이는 이 모든 불운이 저 낡고 저급한 '초록이'의 오토바이때문에 발생했다고 부글부글 화가 나서 '초록이'를 한참 노려보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정비소로 향합니다. 하지만 언제 일일이 정비소에서 점검하는 시간을 낭비하느니 이 초호화 최신형 오토바이의 성능을 믿고 얼른 정비소를 세 바퀴(엔진과열 정비카드 미 획득, 벌칙으로 한 바퀴, 운전자 교체로 한 바퀴 합쳐서 세 바퀴)를 홱하고 돌고 나와 아직은 선두인데다 만약 '파랭이'가 추월을 하더라도 그깟 저렴한 고물 오토바이쯤이야 금방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야심찬 자신감으로 출발선을 향해 마지막 레이스로 승부를 결정 짓고자 합니다. 아직은 2바퀴나 남았으니 이정도는 충분히 따돌리고 반 바퀴 정도는 남기고 우승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제 레이스는 점점 가열해진 가운데, 정비소에서 3바퀴나 돌고 나온 '노랭이'가 눈앞에서 시야에서 멀어져 건너편 레이스를 달리고 있으니, '파랭이'가 급해진 모양입니다. 그 노련하던 레전드격 챔피온이 난데없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속력을 내어 가속도에 가속을 하다 그만 가솔린이 부족하여 일단은 '가솔린 카드'로 위기를 면했지만, 금방 또 전속력으로 2배의 속도로 달리다 '노랭이'를 코앞에서 추격을 하다 엔진이 과열되고 오일이 떨어지고, 타이어가 펑크나는 3중의 돌발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하지만 '노랭이'야 월등하게 속력을 내든 말든 착실하게 자신의 실력대로 애마인 '용이 독수리호'를 믿고 출발하면서 내내 '용이 독수리 호'와 대화를 하며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던 '빨갱이'는 무난하게 별 사고없이 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초록이'도 레이스에만 충실하고자 스스로 정비소에서 충분히 오토바이 정비를 하여 늘 가솔린 부족으로 정비소를 가야 했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충분히 '가솔린 카드'를 획득하고, '엔진 카드'와 '만능카드', 그리고 '문제회피카드'를 획득하여 늦게나마 경주에 합류하여 나름의 실력대로 주행을 합니다. 그래서 2바퀴나 뒤처져 있던 상태에서 1바퀴 정도 뒤처진 상태로 돌려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합니다. 이런 '초록이'의 노력과 용기에 관중들이 야유를 멈추고 일제히 응원의 박수와 휘파람을 불어 줍니다.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긴 '노랭이'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긴 '빨갱이'와 '파랭이'의 쫓고 쫓는 추격전이 맹렬히 펼쳐지는 가운데, 또다시 '노랭이'의 오토바이에서 엔진이 과열하더니 검은 연기와 함께 미끄러져 오토바이 전복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노랭이'의 그 초호화찬란하던 오토바이에선 차마 견디지 못할 냄새와 함께 가까스로 오토바이 폭발을 막고, 심각하게 부상을 당한 재벌3세는 가까스로 일어나 오토바이를 일으켜 장착한 후에 관중들에게 V자를 내보이며 정비소로 향하기 위해 속력을 냅다 달립니다만, 가는 도중에 타이어가 펑크나고 엔진이 과열되어 결국은 정비소에서 다시 출발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이제 승부는 또다시 전설의 레이서인 '파랭이'에게 시선이 몰리고, 이를 추격하던 왕년의 경쟁자이자 추격자인 '빨갱이'에게로 쏠립니다. 하지만 '파랭이'도 '노랭이'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 버리고, 그 귀한 '만능카드'를 어이없게도 '1회 휴식'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잠깐 휴식하면 될 것을 점화 플러그만 갈아 끼우면 될 것을 정비소로 향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이에 반해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거의 레이스의 반을 돌던 빨갱이는 이제야 승부를 가릴 초미의 순간이 왔노라 판단하여 지금까지의 에너지를 모아 '용이 독수리호여,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함께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려야 할 때가 왔노라!' 선언하며 '용이 독수리호'의 기어에 키스를 하고는 총 속력을 내어 가속도에 이어 전속력으로 달리고 또 가속도를 하여 그야말로 순식간에 레이스의 절반에서 결승점까지 도달하는데 '노랭이'의 초반 속도 그 이상의 속도를 능가하여 훌륭히 우승을 하였습니다.
'파랭이는 뒤늦게나마 정비소에서 '점화 플러그'를 갈아 끼우고 금방 레이스로 합류 했으나 2위에 그치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삐까뻔쩍요란을 떨며 화려하게 등장하던 '노랭이'는 너무나 꼴사납게도 '초록이'와 꼴찌를 다투는 꼴이 되고 맙니다.
능멸과 모욕을 당한 기분으로 '노랭이'는 이런 몹쓸 경기 자체가 자신을 모독하는 기분이 들어 당장에 그만두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더이상의 돌발사고나 부상없이 달리면서 가뿐하게 '초록이'를 제치고 3위로 결승점을 통과 합니다.
뒤늦게야 분투하던 '초록이'지만 실력과 정비점검에서 너무 미비한 것을 실감하며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 하였으나 차후에는 더이상의 이런 말도 안되는 최고급이니, 초호화 값비싼 오토바이 따위에 현혹당하여 바보같이 굴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고는 늦게나마 자신의 '효성스즈끼 호'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깊은 포옹을 합니다. 이 장면을 놓치지 않은 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쉬가 연신 터뜨려지며 내일자 기사로 실려 나가는 기삿거리로 마감합니다.
=============== 소감 ===============
열전! 오토바이 경주 이 게임의 경우, 직접 플레이 하지 않고는 뭐라 평하지 말아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교훈을 주는 것이 가장 보드게임의 가치로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경주코스를 5회전이나 주행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직접 플레이 해야만 터득할 수 있는 것으로, 여러 리스크나 기회(럭키의 요행수가 아닌, 어렵사리 주어진 기회), 변수나 자신만이 월등한 실력과 능력, 장비를 겸비하였다 하더라도 다른 레이서의 실수, 혹은 돌발사고 등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에 이러한 고비를 잘 헤쳐 나가는 지혜와 용기, 인생의 깊이, 삶의 향기를 자아내는 지식을 득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게임인 동시에 재미와 흥미를 더해주는, 그래서 중독성이 있는 훌륭한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중독성이 있다고 해서 선입견적으로 부정적으로 해석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며, 여기서의 중독성은 일단 게임성이 훌륭하고, 재미와 게임에 참석하는 플레이어는 물론,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재미가 나는, 어떤 누구든 무관하게 어디서든 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엔 일상의 복잡 다단함, 작업으로인한 노곤함, 누적된 피로나 골머리를 앓는 일상다반사적인 염증이 나면 열전! 오토바이 경주 게임을 통해 머리도 식히거나 휴식을 취할 겸, 대개 친구들이랑 수다나 떨며 비싼 돈을 주고 커피점에서 시간을 허비하거나, 복잡한 도심에서 이런저런 소음과 공해에 시달리며 영화나 보고 햄버그로 배를 채우며 주린 정신에 일종의 진통제와 같은 것으로 해소하기 보다는, 마시면 가슴이 훈훈해지고 보약이 되면서 영혼의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신기한 효력이 있기에 그다지 복잡하게 머리를 쓰며 오랫동안 게임에 임하며 집중해야 하는 게임은 그만큼 신중하고 엄숙하게 대해야 한다면 이 게임의 경우 쉽게 접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독성이 있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런 중독성은 우리가 무엇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것을 붙잡는 것이 될 것이며, 특히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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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이 길어서 나중에 찬찬히 읽어 봐야 겠어요. 처음 가입하다 한참 빈 공간이어서 들르지 않았더니, 어느사이 이렇게 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