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제3회 출진의 날이 밝았다.
어젠 어버이날이어서 아버님과 형제들, 조카들과 우림정에서 모두 함께 식사를 하며 그동안 힘들게 우리를 잘 키워주신 은혜에 조금이나마 정성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어그저깨 둘째 동생이 고향에 계신 어머님을 모시러 갔지만 끝내 고집을 부리시고 그냥 시골에서 지내시겠다고 오지 않아서 일년에 몇번 있지 않은 자손들과의 식사자리에 어머님의 자리가 비어 있어서 썰렁하였다. 주말에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햐 하는데 백두대간 간다는 핑계로 갔다오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에 맺힌다.
이번 백두대간 출진은 지난번보다 1시간 빨리 6시에 청사를 출발하였다. 중간에 죽령휴게소에서 콩나물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곧바로 출발지인 성삼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늘 산행은 전남 구례군 산동면, 전북 남원시 주천면, 운봉읍을 지나는 구간으로 구체적으로 성삼재-작은고리봉-묘봉치-만복대-정령치-콘고리봉-고기리 고촌마을-주촌리 가재마을입구-수정봉-여원재로 이어지고 도합 20.7km, 보행시간이 8시간 25분정도 소요된단다.
날씨는 지구 온난화 영향인지 초여름 날씨로 출발부터 후끈하였다. 하지만 막상 산행을 시작하여 능선을 따라 가는 관계로 금방 송글송글 맺힌 땀들이 시원한 바람에 상쾌하였다. 이번에는 배낭을 무게가 제법 무거운데 그 이유는 지난번 산행때 물자가 너무 부족하여 너무 고생을 한탓에 방울토마토, 오이, 얼음물을 2배이상 준비했더니 제법 무게가 나갔다.
이번 산행의 처음 고비는 최고 높은 만복대(1433m)를 오르는데 제법 땀이 흘렀다. 만복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의 풍광은 초록과 녹색으로 물든 산야로 시원스러웠지만, 정상 분근엔 아직도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철쭉이 봉우리만 맺혀 있었다. 만복대에서 정령치까지는 내리막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달렸다. 정령치는 내가 기억하기엔 지리산에서 남원으로 넘어가는 길의 고개 정상으로 예전에 직원이 정령치에서 내려가는 길이 하도 꼬불꼬불하고 가파라서 브레이크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단다. 우리는 정령치 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바로 뒷편의 오르막 등산로를 치고 올라갔다. 이곳이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 수 많은 등산객들이 버스에서 내리어 함께 동행했다. 요즘은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의 시대라 그런지 등산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번 산행을 하면서 한가지 화두를 가지고 간것이 앞으로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잠시 생각 하면서 걸었다. 지금까지도 93년부터 공직생활을 하면서 기복없이 평범하게 지내 왔는데, 그동안 아이들도 많이 컷고, 나도 머리는 반백, 눈은 침침, 얼굴엔 잔주름이 늘어만가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음를 느꼈다. 그동안 살면서 신조로 생각했던 것이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구절을 참 좋아하고 이와 같이 인생을 살아갈려고 노력하는데 세상이 내 맘과 같지 않고 쉽지 않은 일상인것 같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란 김부식이 쓴 삼국유사에서 백제을 문화를 소개한 글에 나오는것으로 그 의미는 儉而不陋(검소하되 누추하지 아니하고) 華而不侈(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이다. 이 글의 문구와 그 뜻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앞으로 나의 인생의 지표로 삼기로 하고 가끔씩 생각날때마다 되뇌이곤 했다. 내 비록 얼마 가지진 못했지만 이 사회에서 받은 만큼 조금이라도 배풀며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더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하루 하루 화이팅을 외쳐본다.
점심은 이번 전체 36명팀원들이 모여서 먹을 만한 장소를 찾지 못하여 13시가 넘어서 그룹별로 옹기종기 모여서 식사를 시작했다. 땀흘린 뒤에 먹는거라 꿀맛이 따로 없었으며, 서로 맛난 반찬들을 펼쳐 놓아 산상의 성찬으로 반주로 꽁꽁 얼려서 간 소주를 한잔씩 돌리니 모두들 시원함에 감탄이 절로 난다. 무슨일이든 정성일 들어가야 재대로 되듯이 산행 준비로 얼린 소주, 물 등을 낑낑대며 올라갈때는 힘들었지만 자연에서 맛보는 맛이야 말로 꿀맛이 따로 없다. 방울토마토, 수박 등 후식까지 빵빵하게 먹고 다음 목표인 고기리로 향하였다.
이번 산행에서는 고기리까지가 1차구간으로 몇명의 대원들이 체력이 바닥나서 버스에서 대기하고, 나머지는 2차구간인 수정봉-여원재로 출발했다. 고기리에서 주촌리까지 10분남짓 버스로 이동하여 가재마을 입구에 내렸는데 마을 뒷산 입구에 5백년이 넘은 소나무 서너그루가 버티고 있는데, 그 자태가 고고하고 웅장하고 실로 아름다웠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몇컷 찍고 2차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수정봉(804.7m)에 오르니 1차 출진때 다녀온 고남산이 마주 보였다.
시원한 솔밭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이번 산행의 종착역인 여원재에 17:00경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두부김치와 하산주인 막걸리를 한사발 들이키니 온종일 뻐근하던 피로가 한방에 가신듯 했다.
이번 산행의 특징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걷기에 지루하지 않았고, 물자가 풍부하여 산행중에 탈진 증세없이 편안한 여정이었다. 또한,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중등산화를 처음 신었는데 발목도 잘 잡아주고, 발바닥 쿠션도 좋아서 안전하게 마친것 같아 비교적 양호한 품질의 등산화를 잘 선택한것 같다.
귀향하는 버스에서 좋은 DVD시청을 요청했으나 준비된것이 없어 그냥 위성TV시청을 하며 졸며 왔는데, 잠시 본것중에 생각나는 것이 맹인이지만 열씨미 연습하여 멋진 화음과 하모니을 모여준 중창단을 보면서 이 세상에 노력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닿게 되었고, 하루 하루 생활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즐겁고 열씨미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다짐해 본다....화이팅!!!
Tip 1. 산행에 있어서 신발이 가장 중요함을 이번 백두대간을 하면서 몸소 느꼈다. 하루종일 걷는데 필요한것은 오직 등산화에 의지하여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도 뒤지고 회원들에게도 문의하여 내가 구입한 것은 국산으로 20만원대 중등산화인 캠프라인이라는 브렌드이다. 이번 산행에서 신어보니 느낌도 좋고, 발이 편해서 좋았다. 무릎보호도 생각해서 깔창도 2만원대의 로드 메이트라는 제품을 사용하여 쿠션을 보강했다.
사실, 던 값어치를 한다고 하는데 전세계에서 등산화하면 명품으로 알려진 50만원대 이태리제인 잠발란이라는 제품을 신어보니 발에 착 감기며 감촉이 좋기는 했다. 하지만, 국산품 애용도 그렇고 가격, 밑창갈이, A/S 등도 고려하고, 히말라야도 아닌 우리나라 산 높이 정도를 다닐려면 국산으로도 충분히 신을만하다는 생각이다. 등산화는 매장에 가서 반드시 신어보고 자신의 발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 대전에서 가본 등산용품점 중에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제품들이 있는 곳으로 충대앞에 오케아웃도어 매장이 괜찮은것 같아 추천한다. 인터넷에서도 함께 운영중이다.(www.okoutdoor.com)
<참고> 정령치(鄭嶺峙)의 유래
서산대산의 횡령암기에 의하면 정령치(1172m)기원전 84년에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성을 쌓고 지키게 하였다는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신라시대 화랑이 무술을 연마한 곳이라고도 하여 산 정상에는 옛날의 역사를 실증이라도 하듯 지금도 군데 군데 유적이 남아 있어 당시를 상기케 한다. 산 밑을 내려다 보면 발아래 보일듯 말듯 굽어보이는 절경은 장엄하기 그지없고 안개가 낀 날에는 선경이 연상되며 자신이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낀다 한다.
<참고>
@ 백두대간이란?
-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로서, 총길이는 약 1,400km에 이른다.
- 지질구조에 기반한 산맥체계와는 달리 지표 '분수계(分水界)'를 중심으로 산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간의 생활권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산지식인 체계로서, 백두대간이 최초로 나타난 문헌은 10세기초 고려시대 승려 도선이 지은 '흑룡기'에서 살펴 볼 수 있단다.
@ 지리산의 백두대간 자연환경
- 지리산의 백두대간은 고기삼거리에서 시작하여 고리봉-만복대-노고단-삼도봉-칠선봉-제석봉을 돌아 천왕봉까지 약 40km에 이른다.
@ 수정봉(804.7m)의 유래
- 수정봉은 운봉읍 행정리와 이백면 양가리 경계에 있는 수려한 산으로 산 중턱에 수정이 생산되던 암벽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섬진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의 분수계가 되며 이백에서는 650m의 높은산이 운봉읍 주촌리에서는 250m의 낮은 산이 된다. 입망치를 사이로 양지산성 남쪽에 위치한 수정봉은 운봉읍 주촌리와 이백면 과립리를 경계로 두개의 산봉우리를 포함하여 성의 평면 형태는 표주박 형태를 이룬다. 확인된 성의 길이는 150m 정도 된다. 성의 부대시설은 망대와 우물로 추정되는 웅덩이가 있었으며 망대는 성의 중앙부와 서쪽에 원형의 석축형태로 남았고 동쪽 산봉우리의 남쪽 경사면에 위치한 우물지는 원형의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석재를 이용하여 우물 시절을 마련 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