擧案齊眉
擧 들 거 案 책상 안, 밥상 안 齊 가지런할 제 眉 눈썹 미
출전 : 後漢書(후한서) 梁鴻傳(양홍전)
자의 : 눈썹과 가지런한 높이로 밥상을 들어 남편에게 가져감
해석 :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
擧案齊眉(거안제미)는 밥상을 눈썹과 가지런하도록 공손히 들어 남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으로, 곧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이르는 말이다.
東漢(동한)의 梁鴻(양홍)은 젊어서 집안 살림이 몹시 궁색하였다. 그는 벼슬에 별 뜻이 없어 아내와 함께 손수 밭일과 집안일을 하며 검소한 생활을 하며 살았다.
그의 아내 孟光(맹광)은 피부가 검고 살이 쪄 몹시 못생겼다. 처녀시절 그녀의 부모는 딸의 혼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그것은 사윗감들이 맹광을 못생겼다고 나무라서가 아니라, 맹광이 자신의 외모는 아랑곳 않고 뭇 신랑감들을 못마땅해 하며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이 서른이 되도록 시집을 가지못했다. 그녀는 늘 입버릇처럼 말하길 양홍과 같은 사람이 아니면 자신은 아예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에 맹광의 부모는 거절을 무릎쓰고 양홍을 찾아가 청혼을 했다. 뜻밖에도 양홍은 두말 않고 선선히 응낙하였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 맹광은 결혼 예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그런데 양홍은 도리어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일주일 동안 신부의 얼굴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여드레째 되는 날 신부가 예복을 벗고, 무명옷으로 갈아입었다. 그제야 양홍은 '이제야 양홍의 아내답구려'하면서 기뻐하였다고 한다.
이후 둘은 서로 돕고 아끼며 살았는데 양홍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내는 밥과 반찬을 차린 '밥상을 눈썹 높이까지 들고 ' 하루 일과에 지친 남편을 매우 공손히 대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고 어떤 이야길 나누었을까?
오늘날은 누구든 아침을 거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일이 참 많다. 게다가 저녁을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먹는 일도 드물어졌다. 그만큼 먹고사는 세상사가 어려워진 탓도 있겠지만, 가족 간에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덜해서 그런건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때로는 남편이, 아이들이 바빠서, 혹은 일과 가사를 함께 돌봐야 하는 아내들이 바빠서....어떤 경우든, 조금씩 시간을 내어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 먹을 거리를 만들고, 가족들의 하루일과를 묻고, 위로와 격려를 함께하는 그런 시간을 갖는다면 훨씬 따뜻한 세상살이가 되지 않을까..
외국인들은 한국하면 '빨리빨리'가 떠오른다고 한다. '빨리빨리'는 오늘날 풍요로운 우리 생활을 있게한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로 인해 잃어버린 것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느림의 미학' '게으름이 주는 행복' 이런 말들이 세간에 화두가 되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았던 양홍과 맹광의 모습에서 한번쯤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