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고덕산(高德山, 619.0m)
-아기자기하고 스릴 넘치는 암릉의 파노라마가 장관-
(글:전북산사랑회장, 호남지리탐사회장 김정길, 사진 무등산 닷컴 김환기)
▶개요와 자연경관
아기자기하고 스릴 넘치는 임실 고덕산은 남근바위, 산부인과바위, 마당바위, 전망바위, 통천문, 촛대바위 등 특이한 바위들이 산꾼들을 사로잡는다. 전주 근교에는 고덕산이 두개가 있는데 산세와 유래가 전혀 달라 눈길을 끈다. 전주 고덕산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는 고대산(孤大山),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덕산 또는 고달산(高達山)으로 기록돼 있을 정도로 유명세가 높고 문화유적이 많아 모악산 다음으로 등산객이 많다. 반면 임실 고덕산은 고덕마을에서 따온 평범한 이름이지만, 동서로 길게 뻗은 암봉의 산행미 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 아쉬운 것은 산행코스가 짧아서 동쪽에 있는 삼봉산 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동명인 두 산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임실 고덕산과 전주 고덕산으로 부르기로 하자.
한국지명총람과 임실군지를 보면 임실 고덕산 자락은 특이한 지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동쪽 골짜기는 피난가면 살아남는다는 피아골인데 지금은 축사가 들어서 염소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 앞에 세 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삼봉산(三峰, 529m)이 솟아있고, 남쪽에는 두리봉과 검바위가 있는데 옛적에 기우제를 지내서 무제날등으로도 불린다. 관촌면 운수리는 선바위가 있는 입석(立石), 거북바위가 있는 구암(龜岩) 등 바위와 관련된 마을지명이 많고 남쪽 성수면의 삼봉리는 의병장 이석용의 생가가 있다. 대운리(垈雲里) 대왕촌은 이성계가 성수산 상이암으로 백일기도 갈 때 구름이 맴돌며 머물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이성계가 이 마을과 마이산을 넘어 등극하였다는 의미로 마을 앞에 대왕령촌비(大王嶺村碑)를 세웠다. 바로 옆의 도화동(桃花洞)은 도화낙지명당이 있고, 도인리(道引)는 이태조가 성수산으로 기도드리러 갈 때 길을 내면서 갔다는 의미다.
55번도로 좌산에서 남쪽이나 30번 도로 관촌, 임실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고덕산 암봉들이 내동산과 함께 눈앞을 가득 채운다. 고덕산 정상에서 구신리 방향으로 이어진 암릉도 산행의 백미다. 따라서 임실 고덕산이란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앞산이 삼봉산이므로 8개의 암봉으로 이루졌다는 뜻으로 팔봉산(가칭) 등 잘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산줄기는 금남호남정맥이 팔공산이 출발점인 섬진지맥 마령치 부근에서 요천의 남쪽 울타리인 섬진 1지맥(만행산-고리봉)을 내려놓고, 서쪽으로 달리는 오수천과 섬진원류의 분수령인 섬진 2지맥(성수산-백련산-나래산)은 임실 성수산(875.9m)을 지나면 북쪽으로 내동산, 남쪽으로 삼봉산 줄기를 갈라놓고 달리다가 고덕산을 솟구쳐 놓고 임실 백련산과 나래산으로 줄달음친다. 물줄기는 남쪽은 오원천, 북쪽은 백운천을 통하여 섬진강에 살을 섞고 남해의 광양만에 골인한다. 행정구역은 임실군 관촌면 운수리와 성수면 삼봉리다.
▶문화유적 및 명승지
[사선대]관촌의 남쪽으로 흐르는 오원천 변에 사선대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2천여년 전 마이산과 임실읍 운수산의 신선이 여기서 만나 아름다운 풍광에 도취하여 노닐다가 목욕을 하고 바둑을 두며 풍류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까마귀떼가 날아오면서 홀연히 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신선들과 어울려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 뒤 이곳을 사선대라 부르고, 강을 까마귀오(烏)를 써서 오원강(烏院江)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전설에 바탕을 두고 해마다 추석무렵이면 사선문화제를 전국적인 행사로 다채롭게 개최하고 사선녀의 미인을 뽑고 있다.
[의병장 이석용 생가] 지방기념물 91호인 이석용생가는 19세기 후반에 지어졌으며, 1878년에 이곳에서 태어나 성수면 태평리로 이사했다. 1907년 진안 마이산에서 호남의병장의 동맹단을 결성하고 의병장으로 추대되어 항일운동을 하다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1914년 대구형무소에서 처형됐다.
▶산행안내
1코스: 고덕마을-1-8봉(1.3)-동능(통천문.촛대바위)-(1.3)선바위재-(1.2)섬진지맥분기점-(1.0)삼봉산-남능벌목구간-(1.5)도화동-(1.0)원삼봉마을, 7.3km, 5시간 20분 소요
2코스: 고덕마을-1-8봉(정상)-남릉-안부-덕봉사-고덕마을,3시간20분, 5.5km
3코스: 고덕마을-1-8봉-동능(통천문.촛대바위)-선바위재-구신리, 5km, 3시간 소요
이번에는 임실산악연맹(회장 김창근) 정양희, 임공택, 강원길, 김완섭, 송연종, 이방우, 박형림, 탁갑례씨, 전북산사랑회와 호남지리탐사회(회장 김정길) 박영근, 박영래, 양흥식, 김진호, 장혜경, 박석돈, 이종석, 윤재천씨 등이 답사했다.
등산안내도가 있는 고덕마을회관 앞에서 북동쪽을 바라보면 웅장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고덕산이 부끄러운 새색시처럼 고개를 살포시 내민다. 승합차는 이곳에 주차하고, 대형버스는 721번 도로변에 주차해야 한다. 마을회관을 출발하여 나무계단을 지나면 송림과 암릉으로 이루어진 곳에서 철계단을 오르게 된다. 임실군에서 등산로 정비때 설치한 나무 가드레일을 손으로 잡으니 힘없이 부서진다. 인명사고가 우려되므로 보수공사가 시급하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1봉에 오르면 전망이 아주 좋다.(고덕마을에서 30분 소요) 동쪽은 가야할 암릉이 군신처럼 늘어서 있고, 남쪽은 덕봉사와 고덕마을, 건너편엔 삼봉산이 지척이다. 북쪽은 내동산, 덕태산, 선각산, 동쪽은 섬진지맥과 금남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린다.
1봉과 2봉의 암벽사이에는 인체구조를 무시하고 직각으로 설치한 철계단이 위험하다. 차리라 없는 게 좋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철계단을 힘들게 내려갔다가 오르면 제2봉이다. 백운과 관촌을 이어주는 742번 도로가 다가선다. 다시 아슬아슬한 바위사이를 타고 오르내리면 멋있는 노송과 바위가 어우려져 산행미의 극치를 이루는 제3봉이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지나온 암릉과 가야할 암릉들이 첩첩이 다가선다. 배를 잔뜩 움추리고 통과해야 하는 산부인과바위를 만나자 몸이 뚱뚱한 사람들은 아예 우회를 하고,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산모가 출산한 것처럼 배가 홀쭉해진 기분이라고 했다.
4봉에 서면 벼락에 맞아 동쪽 면이 떨어져 나간 모습이 마치 불끈 솟은 남성의 거시기 같은 남근바위가 반긴다. 5봉과 6봉을 지나 사거리를 만나면 북쪽은 정상을 거치지 않는 선바위 지름길, 남쪽은 덕봉사, 동쪽은 7봉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코스다. 7봉의 바위로 다가가자 농장에서 올라온 염소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줄행랑을 놓는다. 염소들의 배설물이 수북해 냄새가 진동한다. 사방이 막힘없는 전망바위에 서면 동쪽엔 삼봉산(529m)이 지척이고, 그 아래 피아골에는 축사와 남쪽으로 삼봉저수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그 아래 마당마위는 임실산악연맹이 해마다 시산제를 지내는 곳이다.
등산로 정비를 하면서 7봉에서 8봉의 위험한 암벽구간에 밧줄이나 철계단을 설치하지 않아 임실산악연맹회원들이 두 곳에 밧줄을 설치했다. 아무튼 동쪽의 제8봉으로 가는 바위 길은 오금을 저리게 한다. 미끄러운 암벽을 내려갔다 거대한 바위에 오르면 전망이 좋은 고덕산 정상(8봉)이다.(고덕마을에서 1시간 30분 소요) 전북산사랑회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반긴다. 그런데 이정표의 하체가 수양이 부족한 유산객에게 부상을 입어 애처롭다. 모름지기 진정한 등산객이라면 쓰레기를 줍고, 등산객을 위해 이정표를 설치하거나 위험구간에 밧줄을 설치하는 산행예절이 있어야한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서쪽으로 지나온 8봉의 암릉과 동쪽에는 가야할 암릉이 오버랩된다. 정상에서 서쪽은 원점회귀코스, 남쪽은 덕봉사와 고덕마을로 가는 코스와 임실의 백련산으로 뻗어가는 섬진2지맥, 동쪽은 암릉을 거쳐 입석과 구삼봉산으로 가는 코스다.
동쪽 암릉을 내려서자 우뚝 솟은 바위가 버티고 있다. 필자와 오태순씨는 촛대바위, 김환기씨는 광개토대왕비, 박영근고문은 어금니바위라고 한다. 사물을 보는 눈과 느낌이 각기 다르다. 나약한 밧줄에 의지해 암벽을 내려오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생명줄을 놔버린 고사목을 만난다. 곧이어 커다란 천연석문으로 이루어진 통천문을 만나자 기념촬영에 정신이 없다. 지나온 암릉을 뒤돌아보면 남쪽면의 바위가 떨어져 나가 위험스럽게 보인다. 불현듯 수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에 못 이겨 무등산 입석대와 서석대의 바위가 떨어져 7월20일부터 통제한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떠오른다. 곧이어 6봉과 7봉 사이의 사거리에서 정상을 거치지 않고 지름길로 내려오는 삼거리를 만난다.(고덕산에서 40분 소요)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암릉을 30분쯤 걸으면 남쪽으로 염소농장에서 설치한 낡은 철조망을 만나고 부드러운 흙길을 20분쯤 걸으면 선바위재에 닿는다.(고덕산에서 1시간30분 소요) 임실산악연맹 회원들은 이곳에서 북쪽의 선바위-구신리로 하산하고 호남지리탐사회는 삼봉산 개척을 위해 10분쯤 동쪽으로 걷다가 오찬을 즐겼다. 진달래군락을 걸으면 북쪽 742번 도로와 진안 구신리, 내동산이 보이고 남쪽은 피아골의 염소농장이 다가온다. 선바위재에서 30분쯤이면 구암리로 내려가는 길과 헤어진 산줄기가 동에서 남쪽으로 꺾여 가다가 피아골 농장과 구암리로 가는 임도를 만난다. 울창한 잡목을 헤치면 묘소위로 작은 봉우리로 올라선다. 이곳에서 섬진2지맥은 남쪽으로 가는 삼봉산 줄기를 내려놓고 성수산을 거쳐 팔공산에서 호남정맥을 조우한다. 가스 때문에 독도에 혼선이 오는 갈림길에서 남쪽 길을 버리고 서쪽으로 오르면 작은 봉우리 두 개를 지나 밋밋하고 수풀이 우거진 삼봉산에 닿는다.(입석재에서 1시간 20분 소요) 낙옆속에서 김환기씨가 삼각점(임실 436)을 찾아냈다.
하산은 동남쪽 대운리 30번도로로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등산로가 없어 남릉을 내려서자 벌목으로 듬성듬성한 소나무 사이에 부성하게 자란 잡목과 수풀을 계속 헤쳐야 했다. 임도를 걷다가 농경지가 있는 대밭뜸과 도화동을 잇는 농로에 닿는다.(삼봉산에서 35분 소요) 토굴같은 농로를 지나 남쪽으로 걸으면 도화동과 원삼봉을 잇는 농로에 이르러 원삼봉에서 한우농장을 하는 분을 만나 트럭을 타고 원삼봉에 닿는다.(삼봉산에서 25분 소요) 군내버스가 1일 3회 운행한다. 도화동이나 원삼봉에서 북쪽으로 삼봉산과 고덕산의 암봉이 춤을 춘다.
▶교통안내(지역번호 063)
[드라이브]
0.호남고속도로전주나들목-동부우회도로-(17번국도)관촌사선대-좌산(55번도로)-721번도로-742번도로-덕봉암 표지판(우회전)-고덕교-고덕마을회관/성수면 원삼봉
0.88고속도로남원나들목-(17번도로)오수-관촌사선대-.좌산(55번도로)-721번도로-742번도로-덕봉암 표지판(우회전)-고덕교-고덕마을회관/성수면 원삼봉
0.대정통영간고속도로 장수나들목-천천-진안-마령-백운-30번도로-임실 성수 원삼봉/임실 성수-(721번도로)-고덕마을
[대중교통]임실터미널(642-2114), 관촌터미널(642-0177
관촌-좌산-백운, 군내버스 운행,
임실-성수면-원삼봉 군내버스 1일 3회 운행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승합차나 대형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맛집
다슬기탕(관촌기사식당 유정근, 642-8032) 섬진강 상류 오원천에서 잡은 다슬기에 호박, 부추 등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국물이 개운하고 수제비를 빚은 별미로 동의보감에 간장, 위장에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한방오리전골(사선정, 윤건숙 642-8212) 중풍, 고혈압, 신경통, 허양체질, 결핵 등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좋은 한방오리전골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