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4시부터 눈이 떠져 뒤척뒤척~~
창밖을 내다보니 빠찡꼬가 새로 오픈을 한 건지 이른 새벽부터 젊은 사람들이 건너편 건물 앞에 줄을 지어 앉아 있다.
머.. 동경에서 익히 보아오던 모습이니 새로울 건 없지만 여전히 적응 안되는 풍경이다.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왜? 것도 이런 월요일부터 일 안하고 빠칭꼬 가게앞에서 줄을 서 있느냔 말야아아아...
갑자기 예전 잘 알고 지내던 분의 일화가 생각이 난다.
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우하고 쓰미마셍밖에 모르는 이분이 동경에 출장을 갔다가 저녁에 밥먹고 심심해서 소위 빠찡꼬라는 것을 해 봤는데 운 좋게 대박이 터졌던가보다.
구슬을 바꿨는데 돈은 안 주고 카운터 아가씨가 뭐라뭐라 하는데 가만보니 어디가서 돈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는 것까지는 알아듣겠더란다.
그런데 그것이 어딘지 알 수가 있나... 마침 옆에서 젊은 사람이 구슬을 바꾸기에 옳다구나 싶어 가만히 지키고 있다가 그 사람만 쫓아가는데...
이 젊은 남자, 골목길을 돌아돌아 한 첨을 가더니 급기야는 냅다 뛰어 도망가 버리더란다.
황당해진 이 분... 나중에야 사태파악이 되어 혼자 배 잡고 웃었다나...
돈은 땄는데(아마 제법 많이 땄겠지...) 자기 뒤를 누군가 따라오니...
그래서 일부러 바로 안들어가고 어두운 골목을 조금 돌았을게다.
그래도 계속 자기 뒤를 쫓아오니 틀림없이 강도다 싶었던 것이었겠지...^^;
잠시 지나가는 이야기...
6시에 일어나 씻고 7시 쯤 1층의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옆방의 윤경씨 표현대로 엄청나게 맛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보니 먹는데 아쉬움은 없다.
야외테이블에서 먹어도 되는데 분위기 끝내준다.
그런데... 한국어는 들리지않고 전부 중국어 일색....
느긋하게 잘 먹은 후 호텔 종업원에게 얘기하고 요거트 한통씩 추가로 들고 나왔다.
사실은 주민이가 그 자리에서 먹은 것만 세통인데.... 내가 봐도 좀 너무하는군. -_-;;.
얼마나 여유를 부렸는지 9시가 넘어서야 호텔을 나섰다. 물론 짐은 호텔에 맡겨놓고....
삿포로 역으로 와 난보쿠센을 타고 오도리공원에서 도자이센으로 갈아타 10시 10분 종점인 미노사와역 하차! (280엔) 역 밖으로 나오니 오우...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하늘은 뭔가 큰 일을 낼 것 같은 표정으로 잔뜩 찌푸려있고...
표지판대로 7~8분 정도 걸으니 역시 사진으로 익히 보았던 이시야 초콜릿 공장이 나타나는데...
북해도의 명물 ‘시로이 고히비토’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초콜릿의 박물관으로 마치 공장 이라기 보다는 예쁘게 꾸며논 놀이동산 같았다.
장미꽃 축제를 하고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을 수도...
아이들은 비록 책으로 읽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는 다르지만 초콜릿 공장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가 보다. 내내 헤실헤실~~
그닥 길지 않은 견학코스를 타라 쭈욱 돌고 나오니 역시 판매 매장...
몇가지 초콜릿과(가격 압박이 장난 아니다.) 오늘 저녁에 같은 팬션에서 만날 상진씨 일행과 저녁 다과를 할 요량으로 바품쿠헨 통나무케익을 샀다.
예쁜 곳이 많다보니 사진 찍을 일도 많아 유유자적~ 2시간 가량을 놀았다.
나오는 길에 한울이 겉옷을 하나 사려고 무인 양품점 세이유에 들려보았지만 마땅한 게 없다.
그 이후로 한울이는 내내 추위에 떨며 다녀야만 했다는 슬픈 전설이...^^;;
다음 일정은 후쿠류의 해바라기 밭.....
12시 20분 호텔에서 짐찾고 아사히카와행 오후 1시발 슈퍼아로우 13호를 탑승!!.
물론 타기 전에 도시락도 사고... 후카카와까지는 특급으로 한시간이 소요돼 14시 2분 후카카와 도착!!
예정보다 두시간 가량이 늦어졌기 때문에 연계버스가 있을리 만무해 택시를 흥정했다.
이미 후쿠류까지 4800엔 정도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가지만 안쓰면 가려구...
그런데 이 기사아저씨 왈 3500엔 정도 나온단다.
이번엔 5명이 타도 되냐니까 아이들이니 괜찮다기에 덥썩 올라탔다.
가다보니... 이 아저씨 점점 난감해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자기가 부른 금액이 있는데 가다보니 어림도 없거든... 조심스럽게 예상보다 금액이 더 나올것 같다고 얘기하기에 알았다고 했는데...
결국 이 아저씨 4000엔이 넘자 메터기를 꺾어버리더니 자기가 말을 잘 못했으니 4000엔만 받겠다는 거다. 오마나... 좋아라~~ 이래서 1000엔 정도를 벌었다.
그런데 좋은 것도 잠시.... 드디어 후쿠류에 도착해 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으악!!!
해바라기가......... 없당~~~
작년엔 이상기온이다 할 정도로 날씨가 더워 일찍 개화했는데 올해는 날씨가 서늘하다보니 아직 개화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슬픈 일이... 힘들게 일정잡아 넣은 곳인데... 오기 전에 개화상태를 확인해 봤어야하는데...
그래도 예서 말 수는 없지. 일단, 무료 자전거를 빌려타고 해바라기 밭을 돌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입구에 그냥 놓여있어 뭐 이름 적거나 하는 것도 없이 그냥 타면된다.
타자마자 다울이는 꼬마랑 부딪치고는 포기!
나도 넘 오랫만에 타다보니 처음엔 비틀비틀~~ 하더니 금새 익숙해 져서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오오... 기분 상쾌... 비록 해바라기는 활짝 피지않았지만 나름대로 여유로운 시간이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해바라기가 제법 활짝 핀 곳도 있다.
사진도 찍고, 옆 울타리 안에 타조 몇마리 넣어 놓고는 사료를 100엔씩 받고 팔기에 두바구니 사서 타조들에게 멕이고, 허접한 경운기 해바라기 마차를 500엔 씩이나 내고 타 줬다.
물론 300엔짜리 해바라기 아이스크림도 빼놓을 수 없지...
우리라도 그렇게 안하면 도저히 관광지로서 명색이 안 설 것 같아서.... 참 오지랍도 넓다.. -_-;;
마을 전체가 힘을 합쳐 관광지로 부상시키려하는 노력은 보이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생각보다는 해바라기 밭이 그리 넓어보이지도 않고...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아사히카와의 미우라아야코 기념관을 갈 걸 그랬다.
후쿠류 중학교 앞에서 4시 버스를 타고 후카카와 역으로 나왔다.
버스 터미널에서 역까지는 슬슬 걸어서 10분 정도...
아사히카와역에서 내리니 후라노행 보통열차 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았기에 잠깐 밖으로 나가 역앞 사진이라도 찍어보자 했는데 이런.... 산노을이 홋카이도 프리패스가 없다는 게다.
이미 개찰구를 나가버린 아이들은 역 안에서 스탬프만 찍고 들어와야 했다.
정말 진땀나는 순간... 나로선 예전에 큐슈에서 주민이가 레일패스를 잃어버려 고생했던 트라우마가 있어서리....
후라노행 열차를 올라타 가방을 다 쏟고 하나하나 정리하다보니 드뎌 그렇게 가슴 졸이던 프리패스가 짠~하고 나타났다. 휴~~
그제사 차안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정말이지 갖가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출입구 한구석에 짧은 교복치마를 입은채로 털퍽 주저앉아 거울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화장을하고있는 여학생...
지하철식의 긴 좌석위에 쭈구리고 올라앉아 무릎사이로 고개 넣고 잠이 든 추리닝복 차림의 여학생...
나중에 기차안 요모조모... 라는 타이틀로 올리려고 사진을 찍었지만 차마 본인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까봐 사진을 올리지 못하겠다. ^^
우리나라도 늦은시간 지하철 안 풍경도 이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화장하는 모습이나 퍼져서 졸고있는 모습들이 그닥 에뻐보이진 않는다.
학교공부에 지쳐 늘어질 대로 늘어진 우리네 아이들 모습도 안스럽기 그지없고...
울 딸은 딸 데리고 놀러다닌 궁리만 하는 즈이 엄마를 보며 긴장감없는 엄마라고 놀린다.
흐흐... 네가 고등학교만 들어가 봐라. 그 소리가 쏙 들어가게 잡아줄 테니... 그 땐 이미 늦은 건가?
6시 30분, 가미후라노역을 나서니 30대로 보이는 남자 한사람이 우리에게 다가 와 “신상?”하며 말을 건다. 오늘의 숙소 ‘대지의 숙 조오야’에서 송영을 나온 것.
‘하이. 곤니찌와~” 인사로 화답하고... 무사히 ‘대지의 숙 조오야’에 도착!!
상진씨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곧 도착한다고 연락왔다기에 기다렸다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방에 들어서니 침대 두개에 다다미 바닥... 별로 넓지 않은데 룸가격이 아닌 개인당 가격으로 받으니 왠지 손해보는 듯한 느낌...
옷을 갈아입고 내려와 잠시 숙소 주변을 돌아보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
흔히들 상상속에 그리게되는 전원풍경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윽고 또 다른 우리 일행 J 팀이 도착하고... 저녁식탁에 앉았다.
창밖으론 그림같은 풍경이 보이고...
식탁엔 비록 호화롭다곤 할 수 없지만 자연 친화적인 요리들이 놓이기 시작한다.
직접 만든 소시지와 된장국... 조용조용.... 도란도란... 풍경과 걸맞는 평화로운 저녁시간이었다.
일본인 4명, 우리 5명, 상진씨 팀이 4명.... 모두 13명, 그 중 한명은 친구인지 저녁에 나가 모두 12명...
아마도 그 팬션에서 머물 수 있는 최대인원 인것 같았다.
저녁식사 후 예쁘게 포장해 가져간 허브비누를 선물로 주니 직접 만든 거냐며 너무 좋아한다.
팬션의 컨셉과 딱 맞는 선물같아 다행~~ ^_^
씻고 잠자리에 누우니 천창으로 달과 별이 간간히 보인다.
이 천창 때문에 이곳으로 숙소를 정했건만 날이 흐려 못보려니 생각했는데 그나마 한두개라도 보여주니 다행으로 여겨야지...
모두들 오늘도 고생했어요... 오야스미나사이~
가미후라노의 숙소 : 대지의 숙 조오야 http://www2.ocn.ne.jp/~johya/ 0167-45-3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