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혈에서 문예회관까지, 국수골목길을 걷다

제주를 찾는 이들은 누구나 제주의 아름다움에 한없이 이끌린다. 그 아름다움엔 바다, 산, 오름도 있지만 제주만이 가진 독특한 음식문화도 함께 할 것이다.
제주의 음식문화는 다양함에 있어서는 여타지역에 비해 떨어지지만, 제주특유의 옹기처럼 투박하지만 정감 있고 서민적인 음식이 많다.
그 중엔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도 많다. 몸국, 돔베고기, 접착뼈국 등이 있다. 그중에 가장 서민적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고기국수가 아닌가 한다.
제주에서 고기국수를 잘 하는 곳은 많지만 삼성혈부터 문예회관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국수집이 가득하다. 이 골목에 들어서면 ‘뭘 먹을까?’ 하는 고민도 덜 수 있다. 무조건 국수를 시키면 된다. 여기에 고민을 조금 더 한다면 멸치국수냐, 고기국수냐의 차이뿐이다.

고기국수가 제주도에서 널리 퍼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제시대 제주도에 국수공장이 생기면서 고기국수를 해먹었다고 한다. 80년대에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 고기국수를 먹은 기억이 있는 걸로 보아서는 일반 서민들은 계속해서 먹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식당에서 본격적으로 고기국수를 메뉴에 넣고 팔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을 넘어서이다.
제주사람들에게야 이제 익숙하지만, 국수라면 멸치국수만 먹어왔고 조금 기교를 부려봐야 비빔국수가 전부였던 타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고기국수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이다.

돼지고기 육수에다, 면 위에 떡하니 돼지고기가 올라와 있으니 느끼해서 먹을 수나 있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다 돼지족발의 일부인 아강발까지 식탁에 올라오면 가히 엽기적이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그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특유의 맛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의외로 고기국수집을 아가씨들도 많이 찾는다.
고기국수집에서 만난 만삭인 김지영씨는 “의외로 너무 담백하고, 배지근한 맛에 고기국수를 자주 찾는다.”며 입맛을 다시고, 정경숙씨도 “큼직하고 먹음직스럽게 썰어놓은 돼지고기와 국수의 조화가 신기하다”라며 웃음 짓는다. 고기국수를 먹던 아주머니 한 분은 “나도 토요일 아침엔 밥하기 싫어서, 애들하고 자주 왔었어요”라고도 털어 놓는다.
강태영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국수를 먹고 있다. 고기국수에 막걸리까지 더하면 건강에도 아주 좋다”라며 고기국수 예찬인지 막걸리 예찬인지 알 수 없을 말을 하며, 고기국수를 생각하면 한마디로 “행복하다”라고 고기국수의 맛을 표현한다.

국수면발 위에 돼지고기, 거기에다 김치 한 조각을 얹어놓고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국수의 부드러움과 쫄깃함, 그리고 담백한 돼지고기의 고소함에 아삭거리는 김치의 시원함까지 어우러지면 우리 입안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 맛을 아는 사람이면 이미 군침을 꼴깍 삼키고 있을 것이다. 고기국수는 프랑스요리와 같은 화려함도 없고, 일본요리처럼 아기자기 하지도 않다. 밑반찬이라고 해봐야 김치와 고추 몇 개가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국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제주의 돌하르방과 같은 투박함과 소박함, 그 서민적인 맛에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고기국수를 하는 식당에는 밤늦은 시간과 새벽시간대엔 고기국수 한 그릇과 막걸리 한 병으로 고된 일과를 마치는 사람으로 가득하고, 주말에는 가족끼리 손잡고 와서 간단하게 먹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호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에게 이만한 외식꺼리도 없다.

그 맛과 양은 제주에서 여행을 하느라 고단한 몸을 달래는데도 충분하다. 간혹 돼지고기국수라고 해서 돼지국밥과 맛을 비교하는 사람도 있지만, 육수를 따로 푹 고와 만들기 때문에 그 국물의 담백함이 틀리다.
점심시간에 찾은 국수집엔 정신없이 손님들이 드나든다. 가족끼리, 직장에서, 군인아저씨와 여행길에 들른 사람까지 다양하다.
어느덧 고기국수의 배지근함이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