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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의 역사 드라마 열풍이 2007년에는 스크린으로 옮겨올 예정이다. 이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혈의 누> <왕의 남자> 등으로 비평과 흥행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작품들이 매해 속속 등장하면서 충무로 제작자들의 관심은 사극으로 몰려간 지 오래다. 흥미로운 사실은 스크린이 주목하는 사극의 소재는 브라운관에서 복원하고 이야기화한 역사의 남성 영웅들과 달리 마이너 캐릭터 및 여성 캐릭터, 역사의 야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단순히 고구려와 조선으로 집중 조명된 TV의 사극 열풍과 달리, 1930년대까지의 시대를 배경과 소재로 삼고 있어 볼거리의 스펙트럼도 스크린 쪽이 훨씬 풍성하고 화려한 편이다.
가장 먼저 옛 이야기의 화려한 포문을 여는 작품은 장윤현 감독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 <황진이>다. 오는 5월 개봉을 목표로 막바지 촬영 중인 이 작품은 북한 작가 홍석중의 원작 <황진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장윤현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황진이와는 달리 “계급적 갈등 관계에 놓인 머슴 놈이(유지태), 송도 사또 김희열(류승용)과 황진이의 삼각관계를 통해 그녀가 느낀 사회적 갈등과 시대정신의 고민을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오는 3월 크랭크 인을 목표, 8월 말 개봉 예정으로 촬영 준비 중인 <궁녀>는 조선시대, 궁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궁중 괴담을 그릴 작품. <황산벌> 연출부이자, <왕의 남자> 스크립터 출신의 김미정 감독이 내놓는 충무로 데뷔작이기도 하다.
김유진 감독이 <약속> <와일드 카드>에서 함께한 이만희 작가와 함께 내놓는 신작 <신기전>은 조선시대 로켓 화포 ‘신기전’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다. 세계 최초 다연발 로켓포와 장거리 미사일의 모태가 된 조선시대 로켓 화포인 신기전을 소재로 삼기 위해 제작사는 이미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현재 시나리오 개발 중에 있는 프로젝트. 김탁환의 소설 <방각본 살인사건>을 영화화하는 <방각본>은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그리는 작품이다. 김주혁이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의금부 도사 이명방으로 출연하고 <세이 예스>의 조감독 출신으로 데뷔작을 내놓은 김태균 감독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2007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준비 중에 있는 작품이다. 야설록의 무협원작을 영화로 옮긴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조선 말기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조선을 지키려는 명성황후의 정치활동과 목숨을 바쳐 명성황후를 사랑한 청년 무사의 사랑을 그린다. <와니와 준하> <분홍신>의 김용균 감독의 신작으로 올 상반기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고 2007년 안으로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과거 시간의 매혹에 대한 충무로의 관심은 한국의 근대사 쪽으로도 옮겨간다. 이지형의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정지우 감독의 <모던보이>(가제, 하반기 개봉 예정)는 1937년 일본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대를 호사스럽게 산 낭만적인 친일파 청년과 그 연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시절에 잃어버린 애인을 찾아 그녀의 행적을 뒤쫓는 남자의 이야기는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가미해 매혹의 시대를 화려하게 조망할 예정이다.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한국의 역동적인 역사적 시기를 긴박감 넘치는 로맨스와 함께 엮어낼 예정인 <낙랑클럽>은 <파라다이스 빌라> 이후 6년 만에 컴백하는 박종원 감독의 신작이다. ‘김수임 간첩사건’을 기본 모티프로 삼은 작품으로, 그 시절 신여성인 김수임과 사회주의자인 이강국의 실제 로맨스를 영화화했다. 한눈에 반해 사랑했으나 시대의 부름 앞에서 적이 될 수밖에 없던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다.
실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에는 언제나 묵직한 울림이 있다. 개봉이 가장 가까운 기대작은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 등 실화를 모티프로 삼아 화제작을 만들어온 박진표 감독의 신작 <그놈 목소리>(2월 1일 개봉 예정)다. 범인을 잡지 못해 공소시효를 넘겨버린 1991년 이형호 어린이 유괴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에는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극중 아들을 잃은 아버지 역할을 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80년 광주’를 소재화한 작품인 <화려한 휴가>(5월 개봉 예정)는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그 시절 광주의 아픔을 진득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은유적인 방식이 아닌, 1980년 광주의 치열한 순간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의 투쟁으로 동생을 잃은 택시기사 형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에 있다. 김상경이 택시기사 형으로, <왕의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가 민주화투쟁으로 목숨을 잃게 되는 동생으로 출연했다. <목포는 항구다>를 찍은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담당한 작품.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황간면 경부선 쌍굴다리 아래서 미군들에게 무참하게 희생된 노근리 주민 수백 명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작은 연못>도 실화의 아픔을 스크린에 담은 작품이다. <칠수와 만수> <비언소> <늙은 도둑의 이야기>와 같은 예리한 사회 비판의 연극을 주로 연출해 온 연극연출가 이상우의 충무로 데뷔작으로 금년 5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역사의 아픔을 소재로 하는 진중한 영화이니만큼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크레딧도 남다르다. 문성근 김뢰하 이대연 박광정 강신일 최덕문같이 연극계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배우들 전원이 노무출자와 현물투자로 이 영화의 제작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전편의 흥행 포인트만을 유용하게 뽑아낸다? 흥행한 작품들의 연이은 속편 제작은 개봉 직전까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아내는 것만은 확실하다. 작년의 <투사부일체>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 3> <조폭마누라 3>의 개봉에 이어 전편의 흥행 신화를 이어가려는 속편들이 2007년에도 역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봉을 앞둔 작품은 2005년 개봉해 전국 310만 명의 관객동원에 성공한 <마파도>의 속편 <마파도 2>(1월 18일 개봉)다. 여운계 김을동 김형자 길해연 등 엽기 할매들이 전편에 이어 출연하고 욕쟁이 할매로 맹활약한 김수미는 영화의 후반부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김수미의 자리를 대신한 이는 또 다른 입심을 자랑하는 중견 탤런트 김지영. 전작에서 부패 형사인 충수(이문식)가 이번에는 사설탐정이 되어 대기업 총수의 첫사랑을 찾아 마파도(동백섬)에 다시 한 번 오게 된다는 설정이다.
<마파도 2>에 뒤이어 상반기에 개봉하는 또 다른 속편은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전국 관객 500만 명 이상 동원)의 흥행 신화를 잇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2>다. 올해 3월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 중인 이 작품에는 권상우와 김하늘의 뒤를 이어 신인 박기웅과 이청아가 캐스팅됐다. 남학생 종만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재일교포 여학생 준코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작년 초에 개봉한 <투사부일체>에 이어 올해도 그 속편 영화가 제작 준비 중에 있다. 올 여름 개봉이 목표인 3편의 가제는 <상사부일체>. 큰형님의 지시로 글로벌한 조직 구성을 위해 두식이 이번에는 대기업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스토리를 그릴 예정이다. 현재 시나리오 각색 중에 있는 이 속편 시리즈에는 전편에 이어 주연급 배우들이 연이어 출연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밖에도 <여고괴담 5>가 2007년 개봉을 목표로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있다고 한다.
흥행작을 내놓은 유명 감독들과 유명 배우 콤비들이 내놓는 신작 라인업도 흥미롭다. 가장 먼저 결과물을 내놓는 콤비 사단은 ‘윤제균 감독-임창정 & 하지원’ 콤비가 내놓는 신작 <1번가의 기적>(2월 15일 개봉 예정)이다. <색즉시공>에서 412만 관객을 동원해 낸 이들 콤비 사단의 신작은 재개발의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나타난 ‘1번가’의 침입자와 순진함과 엉뚱함을 넘나드는 예측불허 마을사람들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휴먼 코미디물. 3월 개봉 목표로 후반작업 중인 장규성 감독의 <이장과 군수>(3월 개봉 예정)는 <선생 김봉두>의 ‘장규성 감독-차승원’ 콤비가 다시 만나 작업한 시골 배경의 코미디다. 만년 반장과 만년 부반장이 20년 후 이장과 군수라는 ‘뒤바뀐’ 운명으로 다시 만나 펼치는 이야기로 차승원이 ‘이장’을, 유해진이 ‘군수’를 연기했다. <반칙왕>에서 절묘한 궁합을 보여준 ‘김지운 감독-송강호’가 재회하는 프로젝트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가제)은 흥미롭게도 일제강점기 시대 만주를 배경으로 하는 서부극이다. 그 시대에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던 남자들의 활극을 그려낼 이 프로젝트에는 제작비만 100억원이 넘게 소요될 예정이라고. 금년 4월경부터 호주에서 올 로케이션을 계획 중이며, <장화, 홍련>의 이모개 촬영감독과 오승철 조명감독이 다시 김지운 감독과 손을 잡고, 정두홍 무술감독이 액션 활극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