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으며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03년 청소년 통계집’에 따르면 이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 일색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취업경험이 있는 중학생의 89%가 나이 확인을 받지 않고도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일자리를 얻었다고 답할 정도로 우리 청소년들은 유해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또 공부에 따른 스트레스를 풀 만한 장소가 변변치 않아 10명 중 4명이 1달에 한 번 이상 술로 기분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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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 넘어선 청소년 유해환경=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음주,성매매,폭력 등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다.
중고생 가운데 40.2%는 한 달에 1차례 이상 술을 마신 경험이 있고,7.3%는 3∼5차례,즉 1주일에 한 번꼴로 술을 마시고 있다. 매월 10차례 이상 음주하는 경우도 2.1%에 달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음주상태에서 외박(67.2%)을 하거나,폭력(30.2%)은 물론 성관계(14.3%)를 경험하고 절도(5.1%) 등을 저질렀다고 답했다. 환각약품을 사용했다는 답변도 2.2%나 됐다.
룸살롱 등의 취업도 거의 제한없이 이뤄지고 있다. 취업금지업소에 취업할 때 업소에서 나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이 74.9%나 된다. 특히 중학생은 89.5%로 인문고생(70.4%)과 실업고생(57.1%)보다 높게 나타났다. 24.8%는 호프집·소주방을,42.5%는 카페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
2002년 중고생의 흡연율은 2001년보다 감소하기는 했으나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 4명 중 1명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고교생 중 가족이 흡연할 경우 흡연율이 28.6%로 반대의 경우(18.1%)보다 높았다.
이같은 청소년의 유해환경 노출은 사이버공간에서 더 심각하다. 음란사이트 접속경험이 없는 청소년이 16.8%에 불과하고,‘매일 음란사이트에 접속한다’고 답한 경우가 2.8%였다. 또 33.8%는 인터넷검색 중 우연히 접속했다고 답했으며 접속자의 49.5%가 집에서 접속했다고 답해 유해사이트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급우나 또래 친구로부터 1주일에 1회 이상 욕설이나 협박을 받은 청소년이 3.1%였고 1.3%는 지속적으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답해 학교폭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청소년들은 학교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으로 ‘잘못된 가정교육(48.6%)’을 꼽아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우리나라의 가정교육상황이 ‘낙제점’인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청소년이 가출충동을 느낄 때가 ‘부모와의 갈등’이 34.3%로 가장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함께 학교의 인성교육 부족(25.5%) 등 대학입시만을 지상 최대의 목적으로 삼는 교육현실과 폭력적 대중매체의 범람(35.5%)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 환경도 미흡=2001년 교통사고를 당해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의 26.0%가 25세 이하이며,21∼25세가 10.7%를 차지하고 있다. 또 15∼20세는 7.45,8∼14세는 3.8%,7세 이하는 4.2% 등이다. 학교별로 보면 초등학생은 전체 교통사고자의 3.1%,유아 및 대학생은 각각 2.9%,고등학생은 2.1%,중학생은 1.0% 등으로 나타났다.
남자 청소년의 가출은 줄고 있으나 여자는 꾸준히 늘어 이들이 성매매 등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9세 이상 20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경찰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1년 가출청소년은 1만8276명으로 전년(1만8442명)보다 줄었다. 이는 남자가 6930명에서 6689명으로 줄었기 때문으로,여자는 1만1512명에서 1만1587명으로 늘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학대는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할 정도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설치된 아동학대신고전화(1391번)에 접수된 바에 따르면 2001년 아동학대 발생장소는 ‘가정내’가 80.7%로 월등히 많았으며,학교 2.4%,친척집 1.2%,이웃집 0.8%,기타 14.9% 등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방임이 42.9%로 1위였고,신체적 학대도 39.2%로 높았다. 또 정서적으로 학대(8.3%)하거나 성적으로 학대(4.9%)하는 것뿐 아니라 내다버리는 경우도 4.7%나 됐다.
보육대상 아동에 대한 보육서비스 공급률은 2002년 6월 현재 1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보육시설 이용률은 이보다 낮은 9.7%로 국가차원의 보육서비스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쌓여가는 스트레스,풀 곳 없는 고민=15∼19세 청소년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공부로 48.9%를 차지했다. 신체·용모·건강은 18.4%,가정환경은 6.8%로 나타났다. 중요한 생활관심사를 묻는 질문에도 15∼19세는 학업과 진학이 58.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20∼24세는 경제가 27%,직장·직업이 23.4%로 돈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고민을 털어놓는 대상은 친구(61.5%)가 가장 많고,부모는 14.7%에 불과했다.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도 13.5%나 됐다.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음악청취가 23.1%로 가장 높았고 잠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13.7%나 됐다. 또 PC방을 출입(9.3%)하거나,화풀이(8.9%)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운동한다는 응답자는 7.5%였고 남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는 6.8%에 불과했다.
◇청소년 의식은 대체로 건전=15∼19세 청소년 중 34.3%는 직업선택시 적성·흥미를,19.3%는 안정성을 꼽은데 비해 20∼24세층은 순위는 그대로였으나 비율은 각각 27.9%,24.2%로 격차가 줄고 수입(17.6%)이라는 대답도 만만찮아 나이가 들수록'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
평등에 대한 인식은 높은 편이어서 15∼19세 청소년의 64.6%,20∼24세의 56.3%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했고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답변은 각각 1.2%,1.3%에 그쳤다.
아울러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15∼19세층의 44.5%,20∼24세층의 42.6%가 ‘장애인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26.8%와 28.6%는 ‘일자리 제공’이라고 각각 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높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