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4월 17일, 월요일, Baku, Hotel Araz
(오늘의 경비 US $38: 숙박료 80,000 점심 20,000, 저녁 12,000, 간식 3,000, 커피 5,000, 식료품 5,000, 버스 2,000, 인터넷 3,000, 책 30,000, 기념품 13,000, 환율 US $1 = 4,500 manat)
아침에 호텔 단골 택시 기사와 내일 Baku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Qobustan 관광 차편을 $30에 계약했다. 아침 10시에 떠나서 Qobustan 지역에 있는 볼거리 세 군데를 구경하고 오후에 Baku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Lonely Planet에는 $20이면 된다고 쓰여 있는데 택시 운전사가 처음에는 $25를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세 군데 중 한 곳은 10km 더 가야한다면서 $30으로 올린다. 그래도 이곳 다른 물가에 비해서 덜 오른 가격이다. 호텔 로비에 있던 손님 한 사람이 통역을 해주었다. 이곳은 가는 곳마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편하다. 그런데 왜 이 호텔에 외국 배낭 여행객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다. Baku에 나 혼자는 아닐 텐데 아무래도 내가 호텔을 잘 못들은 것 같다. 아마 Velotrek이라는 호텔에 있는 모양이다. 다른 배낭 여행객이 있으면 택시 요금을 나눠서 낼 수 있을 텐데.
131번 미니버스를 타고 어제 갔던 Fountain Square 광장으로 갔다. 이곳에 가면 은행, 음식점, 기념품 상점, 책방, 인터넷 카페 등 외국 여행자가 필요한 상점들이 모두 다 있다. Caspian Sea 해변도 바로 옆이고 Baku의 중요한 볼거리가 다 근처에 있다. 사람 구경하는데도 최고다.
우선 은행에 가서 어제 ATM에서 받은 신 화폐를 모두 구 화폐로 바꿨다. 이젠 혼동이 좀 덜 되겠다. 은행 옆에 아르메니아 교회가 보인다. 아제르바이잔은 회교 나라이고 옆 나라 아르메니아는 기독교 나라다. 두 나라는 원래 사이가 안 좋았었는데 1991년 아제르바이잔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거의 4년 동안 아르메니아와 전쟁을 치른 후 휴전을 했는데 아제르바이잔은 영토의 13%를 잃었을 뿐 아니라 영토가 둘로 갈려서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갈려면 터키를 통해서 돌아가거나 비행기로 가야한다고 한다. 휴전선에서는 아직도 가끔 총격전이 일어나곤 한단다. 한국의 남북한과 비슷하다. 두 나라는 이렇게 견원지간인데 아르메니아 교회가 Baku 시내에 있다니 Baku에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인데 매우 불안할 것 같다.
아르메니아 교회 바로 옆에 있는 책방에 들어갔다. Lonely Planet이 추천하는 아제르바이잔 회교도 청년과 조지아 기독교 처녀의 사랑을 그린 “Ali and Nino"라는 소설을 살 수 있나 해서 들어갔는데 책방 점원에게 영어 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장 꺼내서 주는 책이 바로 ”Ali and Nino"이다. 이 친구가 내가 그 책을 사려고 들어온 것을 알 리가 없을 텐데 참 신기하기도 하다. 250 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인데 불법으로 만든 소위 해적판이다. 해적판 책은 인도에서 판을 친다. 많이 사봐서 금방 알 수 있다. 정품에 비해서 책의 질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격은 정품 가격을 받는다. 외국여행자나 이 가격 내고 살 것이다.
서울의 명동거리 같은 Nizami 거리를 걸었다. 차가 안 다니는 거리인데 볼만한 것이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걸었다. 구두닦이 한 친구의 장비가 하도 요란해서 사진을 찍으려하니 못 찍게 한다. 구두를 닦으면 찍게 할 텐데 등산화를 신고 있으니 닦을 수도 없다. 마침 점심때라 Lonely Planet에 소개된 Nizami 거리에 있는 Star 음식점을 찾아갔다. 이 음식점에서 잘 한다는 aubergine dolma라는 양고기, 밥, 야채 등을 가지 속에 넣어서 요리한 음식인데 오늘은 없단다. 대신 aubergine kebab을 시키란다. 가지 속에다 넣지만 않았을 뿐 내용물은 마찬가지란다. 시켜보니 먹을 만 했다. 값도 한화로 4천 원 정도니 싸다. 영어를 하는 웨이트리스가 친절하게 대해준다. 다 좋은데 카자흐스탄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식점 안에서 남자들은 전부 담배를 피워댄다. 음식점 안에 담배연기가 자욱해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야와 음식점을 이용해야겠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가서 인터넷을 했다. 요금은 한 시간에 600원 정도로 매우 싼 편인데 너무나 속도가 느리고 접속이 자주 끊어진다. 아마 국내 사이트 접속은 괜찮은데 외국 사이트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나왔다. 이메일 접속도 안 되니 말 다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오후 3시 반이다. Fountain Square 광장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저녁으로 햄버거를 하나 사 가지고 131번 미니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내가 묵었던 Hotel Araz, 싸구려 호텔이지만 깨끗하다
매일 131번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 구경을 다녔다
Baku의 중앙광장인 Fountain Square 광장에 있는 분수대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멋있는 조각물은 많다
어린애들도 많다
Fountain Square 광장은 하루 종일 보내도 심심치 않은 곳이다
맥도날드 음식점이 있어서 편리하다
아르메니아 교회가 Baku 시내 한 가운데 있다니, 일본 신사가 광화문 앞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의 명동거리 같은 Nizami 거리
싸구려 기념품 노점
소련 시절에는 최고 백화점이었다는 TSUM, 이제는 흉물스러운 싸구려 매장으로 전락했다
음식 맛도 좋고 가격도 싼데 담배 연기 때문에 빨리 먹고 나와 버린 Nizami 거리에 있는 Star 음식점
2006년 4월 18일, 화요일, Baku, Hotel Araz
(오늘의 경비 US $31: 숙박료 80,000, 아침 10,000, 저녁 8,000, 점심 26,000, 식료품 8,000, 버스 2,000, 인터넷 4,500, 환율 US $1 = 4,500 manat)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다. 오늘 Qobustan 가는 것은 틀렸다. 아침 10시에 호텔 로비에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던 택시 기사에게 오늘 Qobustan 가는 것을 취소하자고 하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렇게 하자고 한다. 내일 가기로 다시 약속을 했다.
오전에는 책을 읽으면서 보내고 점심때쯤 미니버스를 타고 Fountain Square 광장으로 나갔다. 빗방울이 좀 떨어졌지만 Fountain Square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시켜 마시면서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까 하고 Lonely Planet을 들여다 본 다음에 어제와 비슷한 터키 음식점 Ramix라는 곳으로 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kebab을 파는 곳이다. 영어를 하는 웨이터가 여러 가지 kebab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Kebab은 양고기 구이인데 큰 덩어리로 썬 것과 잘게 다진 것과 두 가지가 있단다. 그리고 양념을 한 것과 안 한 것이 있단다. 양념을 안 한 큰 덩어리로 썬 것을 택했다. Kebab은 야채 볶음과 빵과 함께 나온다. 어제는 잘게 다진 kebab을 먹었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점심 후에는 인터넷을 했다. 어제 한 곳보다는 인터넷이 제대로 된다. 하루 종일 비가 온다. 미니버스를 타고 호텔로 들어와서 음악을 들으며 푹 쉬었다. 내일은 해가 나와서 Qobustan 관광을 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여행의 동반자라고 할까 도구라고 할까 내 여행을 더 재미있고 쉽게 해주는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우선 카메라다. 여행 중에 사진을 찍는 것은 여행기를 쓰는 것과 함께 필수적이다. 그리고 나는 원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3년 전에 산 Olympus Camedia C-740이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런 대로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10배 optical zoom이 있는 것과 AA 배터리를 쓰는 것 때문에 이 카메라를 택했다. AA 배터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때문에 카메라를 못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배터리 때문에 카메라를 못 쓰는 사람을 더러 보았다. 10배 zoom은 사진 구성을 쉽게 해주기 때문에 애용한다. 단점은 좀 무겁고 덩치가 큰 것이다. 카메라 가방까지 약 400g 정도 무게이고 주머니에는 넣을 수 없는 크기다.
둘째는 이번 여행에 처음 가져온 Toshiba Libretto 여행용 컴퓨터이다. 무게가 990g이고 모니터 크기가 7.5 인치다. 아마 세계에서 제일 가볍고 작은 컴퓨터일 것이다. 무게와 크기 때문에 선택했지만 단점은 역시 모니터와 키보드가 작은 것이다. 처음에는 잘못 사지 않았나 하고 후회도 했는데 지금은 사용하는데 익숙해져서 큰 불편을 못 느낀다. 용도는 첫째는 여행기를 쓰는 것이다. 종이에 쓸 때에 비교하면 너무나 편리하다. 둘째는 사진 관리다. 역시 없을 때와 비교해서 너무나 편리하다. 셋째는 음악 관리다. 좋아하는 음악 약 900을 저장해 두고 방에 있을 때 듣는다.
그 외에도 다른 용도가 많다. 예를 들면 귀국하는 길에 들려야 하는 중국의 몇 도시 때문에 무거운 중국 Lonely Planet을 가져오는 것이 싫어서 필요한 페이지들만 컴퓨터 스캐너로 복사해서 여행용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다. 중국을 지날 때 사용할 생각이다. 바둑 프로그램도 하나 사서 가끔 두는데 매번 내가 이기서 좀 재미가 없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중요한 컴퓨터 파일은 (여행기, 사진 등) 매일 1GB 짜리 USB 드라이브 셋에 동시에 복사를 해서 둘은 작은 가방에, 하나는 큰 가방에 보관한다.
셋째는 iRiver MP3 플레이어다. 애플의 iPod Nano를 살까하다가 한국제품인 이 제품을 샀다. 노래 제목이 한글로 나오는 것이 좋고 (iPod Nano도 한글이 되는지 모르지만) AAA 배터리 하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AAA 전지 역시 세계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용량이 1GB이라 음악 300곡 정도 밖에 못 들어가지만 여행용 컴퓨터에 있는 음악 900곡을 300곡씩 나누어 놓고 MP3 플레이어에 바꿔가면서 들으니 아무 불편이 없다. 10분 이내에 300곡을 바꿀 수 있다.
넷째는 전기포트와 보온병이다. 둘 다 500ml 용량이다. 이것을 가지면 어디에서나 물을 끓일 수 있으니 마시는 물과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컵라면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계란이나 감자도 삶아 먹을 수 있다. 플라스틱 봉지를 사용해서 고기나 야채도 삶아 먹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간단한 취사를 할 수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애용하고 있다.
다섯째는 기능성 손목시계이다. 시간, 알람, stop watch 기능 외에도 나침반, 온도계, 고도계 기능이 있다. 나침반 기능은 특히 유용하게 쓴다. 낫선 도시에서 길을 찾을 때 필수적이다. 나침반이 없이는 길을 잃기 쉽다. 고산지대 트레킹을 할 때는 고도계 기능이 많이 도움이 된다. 고도계를 사용해서 목적지에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를 대강 알 수 있다.
여섯째는 책이다. 항상 읽는 책을 가지고 다닌다. 여행을 떠날 때 몇 권 가지고 떠나고 여행 중에 새로 사고 (어제 “Ali and Nino"를 샀듯이) 다 읽은 책은 다른 여행자와 바꾸기도 한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은 집으로 우송한다. 문제는 책이 가지고 다니기에 무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소위 eBook에 관해서 알아보았지만 아직은 실용단계가 아닌 것 같다. eBook이 실용단계가 되어도 책을 아주 안 가지고 다닐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옷, 신발, 배낭, 침낭 등이다. 나의 것은 모든 것이 최경량이다. 예를 들면 1kg 배낭, 400g 침낭, 300g 다운재킷, 50g 바람막이 재킷 등이다. 배낭여행 다닐 때는 짐이 가벼워야된다. 짐이 가벼울 때는 힘이 덜 들뿐 아니라 마음도 해방감을 느낀다. 반대로 짐이 무거우면 빨리 지치게 되고 짐의 노예가 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여행이 재미없게 된다. 짐 무게는 대강 자기 체중의 3분의 1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는 4분의 1에 가까워야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14kg 정도가 적당하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글과 사진을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