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피 뽑아내 젊은 피로 바꾼다
장수 비결에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건강한 혈액 때문이라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람의 오래된 피를 젊은 피로 바꿔 젊음을 다시 찾으려는 노력이 과학자들을 통해 시도되고 있다.
23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특수 장치를 통해 늙은 피의 단백질 함량을 높인 후 그 피를 인체에 다시 주입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지 그 여부를 규명하려는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6개월간 진행될 이 시험에서 혈액이 인간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판명될 경우 과학계는 물론 의료계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수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혈액단백질 함량 조절로 세포 건강해져
이번 임상시험에 대한 소식이 알려진 것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최근 동물 혈액과 관련된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구글 자회사 칼리코(Calico) 지원을 받고 있는 버클리대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혈액 실험을 시도한 바 있다.
특수 장치를 통해 늙은 피의 단백질 함량을 높인 후
그 피를 인체에 다시 주입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지
그 여부를 규명하려는 임상시험이 곧 시작된다.
사진은 현미경으로 촬영한 적혈구 모습. ⓒThe Franklin Institute
젊은 쥐에게 단백질 함량이 비정상적인 늙은 피를 주입한 결과 간과 뇌 세포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쥐의 근력 시험에서도 매우 허약한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늙은 쥐에 젊은 피를 주입할 결과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늙은 쥐의 근력이 다시 강화되고, 부진했던 세포 활동이 다시 활발해졌다. 연구팀장인 버클리대 이리나 콘보이(Irina Conboy) 교수는 이런 변화에 대해 “젊은 피가 육체를 건강하게 했다기보다는 늙은 피를 희석화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일련의 연구결과에 비추어 혈액 분자가 다양한 부위에서 세포 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늙은 피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이 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혈액은 혈구와 혈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경우 혈장은 혈액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혈장을 건조시켰을 경우 건조중량의 약 7%를 단백질이 차지하고 있고, 이 중 4%가 혈청알부민, 2.6%가 혈청글로불린, 0.4%가 피브리노겐이다.
콘보이 교수는 “신체 곳곳에서 매일 줄기세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이 단백질 성분이 혈액 속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이 성분이 줄어들 경우 혈장의 활동이 부진해지고 오래 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화방지 확인 후 치료법 개발 착수”
연구팀은 지금까지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자원 참가자를 대상으로 젊은 피 수혈을 시도할 계획이다. 사람 혈액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시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콘보이 교수는 임상시험의 목적에 대해 “젊은 피를 수혈해 노화를 방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포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핵심 단백질 함량을 정상화해 치료효과가 있는지 그 여부를 확인하려는데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불치병 치료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콘보이 교수는 “특히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의 뇌질환과 2형 당뇨병 등 치료가 어려운 질병들과 혈액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데 연구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토니 와이스 코레이(Tony Wyss-Coray) 교수 “그동안 신선한 혈장 성분을 투입하면서 초기 알츠하이머 증상과 상관관계를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버클리대에서 4번에 불과한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인간 불치병 원인을 규명하겠다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의료진들이 혈액 교체를 통해 파라비오시스(parabiosis)와 같은 질병을 치료해왔다.
그러나 버클리대 임상시험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전과 다른 첨단기기를 투입해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 콘보이 교수팀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시술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조절이 가능한 펌프를 가동하면서 튜브를 통해 쥐의 혈액을 끌어올린 후 그 혈액 속의 단백질 함량을 조절한 후 다시 쥐 혈관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있는 피를 다시 리세팅(reseting)해 그 즉시 치료 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버클리대 연구팀은 현재 건강한 단백질 성분을 주입하는 이 장치를 더 고도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콘보이 교수는 “6개월간의 임상시험이 끝난 후 노화방지 효과가 확인되면 곧 치료법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2016.11.2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