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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 1주차(수피령 → 복주산 → 광덕산 → 광덕고개)
2009년 7월 11일(토요일) 맑음
▶ 개요
-. 24:40 울산 시외버스 터미널 출발
-. 05:15 동서울 터미널 도착(조식)
-. 06:20 동서울 터미널 출발
-. 08:03 철원군 금화읍 와수리 터미널 도착
-. 08:18 와수리 출발(택시)
-. 08:30 수피령 도착
-. 08:46 수피령 출발
-. 09:20 복계산 갈림길
-. 11:22 950봉 헬기장
-. 12:15 1070봉 임도 갈림길
-. 12:47 ~ 13:48 북주산 직전 안부중식
-. 13:56 지도상 복주산(1,152m)
-. 14:12 복주산(정상비: 1,150m)
-. 14:55 하오현
-. 16:13 회목봉(1,027m)
-. 16:49 회목현
-. 17:28 상해봉(1,010m)
-. 18:12 광덕산(1.046m)
-. 18:55 광덕고개 (금일 한북정맥 종주 도상거리 : 19.6km )
-. 19:25 광덕고개 출발
-. 21:23 동서울 터미널 도착
-. 23:00 동서울 터미널 출발
-.7월 12일(일)
-. 03:30 울산 도착
▶산행기
-. 24:40 울산 시외버스 터미널 출발
-. 05:15 동서울 터미널 도착(조식)
-. 06:20 동서울 터미널 출발
-. 08:03 철원군 김화읍 와수리 터미널 도착
-. 08:18 와수리 출발(택시)
-. 08:30 수피령 도착
또 하나의 시작을 고 한다. 금북정맥을 한창 진행 중 이지만 한북정맥을 시작을 하는 것이다. 범이 형이 며느리를 드리는 집안 행사로 인하여 부득불 장기간 산행이 어렵다 하여 진욱 이와는 한북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울산에서 접근이 제일 어렵다는 구간이지만 구정맥의 완주를 목표한 이상 다녀와야 할 구간이다.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을 궁리를 하다가 중간 탈출이 어려운 첫 구간이라 아침 일찍 시작하여 늦게까지 산행을 해야 하므로 무박으로 접근하여 하루만 산행하고 무박으로 내려오는 여정을 잡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울산은 교통이 참 불편하다.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하여 배낭을 패킹하자 늘 갑자기 떠나는 산행인지라 집사람도 담담히 받아 드린다. 하지만 야간 심야 버스로 장거리 산행을 간다하자 꼭 그리 요란하게 산행을 해야 하냐며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다.
동서울행 심야버스에 자리를 잡고 모자라는 수면을 위해 수면제로 캔 맥주 하나 마시고 잠에 빠진다(24:40). 뒷자리 등산복 차림의 중년의 남자 분들이 서너 명 자리를 잡고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산에 미쳤나 보다.
새벽이 열리자 버스는 한강 다리를 건넌다. 다리의 높은 조형물 탑이 생소하다. 처음 건너는 다리이다. 동행한 등산복 차림의 승객 분들은 도봉산을 산행 한단다. 동서울 터미널 주변을 둘러보지만 문을 연 식당이 없다. 다행히 2층 상가의 식당이 막 영업을 시작하여 된장찌개로 아침요기를 하고는 와수리행 첫차로 갈아탄다(06:20).
군대 시절을 철원에서 보냈던 관계로 주변의 지명들은 귀에 익어있다. 사실 이번 산행의 기대에는 그때 그 시절의 향수에 대한 영향도 많았다. 평소 같으면 이동시간 틈틈이 잠을 자 두지만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차창 밖 경치를 바라보며 그때의 추억에 빠져보려고 애써본다. 서울 경계를 지나면 창동 검문소를 지나야 하는데 버스의 방향이 눈에 익지 않다. 하긴 그때는 구리시라는 도시도 없었다.
포천읍을 지나야 하는데? 어느덧 일동정류소이다. 그때의 영종여객은 일동을 지나지 않았는데? 30년도 더 지난 옛날이니 버스의 노선도 변했나 보다. 이동면의 달짝지근한 막걸리 맛은 지금도 어찌 잊으랴! 승객이 타고 내리자 다시버스는 달린다. 이제 만세교를 지나야 하는데? 얼마 후 곧바로 이동면이다. 그러면 철원군청이 있는 신철원도 들리지 않고 가나? 이런 도로가 그때도 있었나? 돌아가면 단단히 검색을 해보아야 하겠다. 그래 여기쯤인가? 자주 사역을 나와 군무를 보던 된장공장이? 그 조금 옆에는 도평리 막걸리 도가가 있었는데? 오호 통제라! 시공을 초월한 아련한 기억만 있고 현실은 없다.
간간히 보이는 군부대 막사들의 형태만이 그때와 비슷할 뿐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게 없다.
바램과는 달리 처음 와 보는 도로를 달려 버스는 김화읍 와수리에 도착을 했다(08:03). 역시 군복차림의 군인들이 많다. 근처 김밥 집에서 점심을 마련하여 택시를 이용하여 수피령으로 이동한다. 수피령 까지 접근에 가장 짧고 쉬운 교통수단이 서울에서 와수리로 이동해 접근하는 방법이라 여긴다. 택시 기사분과 짧은 대화중에 많은 것들이 변해있음을 실감했다. 그 시절 영종여객은 이름이 선진여객으로 바뀌어 서울 수유리에서 출발하여 그 노선대로 다니고 우리가 오늘 이용한 노선은 새로운 노선이란다. 맞다. 그때 서울 마장동 터미널 시절에 철원행과 김화행 직행이 휴가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 이였는데...
육단리를 지난 택시가 56번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오르막 한 구비 치고 오르자 수피령이다(08:30). 고갯마루를 조금 지나 주차장 같은 공터 입구에 택시가 멈춘다. 공허한 고갯마루에 우리뿐인가 했는데 공터에는 승용차가 한 대 주차해있고 큰 사진기를 둘러맨 등산복 차림의 풍채 좋은 산님이 다가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인사를 나누며 차비를 차리고 ‘대성산 지구 전적비’로 올라가 한북정맥의 시작을 고하고 무사산행을 빌어본다. 간단한 막걸리라도 한 병 가져와 약소하지만 술잔이라도 한 잔 부어놓았으면 좋았겠지만 미리 챙기지 못해 못내 아쉽다.
먼저와 출발 준비를 하시던 산님은 부부 두 분이 서울서 오셨는데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산행을 하시나 보다 두 분 다 사진기를 프로급을 메고 오셨다. 앞 구간을 먼저 저번 주에 다녀가셨고 오늘은 우리와 같은 구간이다. 친근하게 우리들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주신다. 짧은 만남이지만 몇 마디 주고받는 인사와 다정다감하신 두 분의 모습에 절로 친근감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부부가 취미와 운동으로 마라톤을 하셨는데 아주머니가 발바닥 건초염이라는 병이 생겨서 마라톤을 접고 산행으로 바꾸어보려고 하신다며 자신들은 초보라며 무척 겸손해 하신다. 도리어 부부가 함께 자연에 빠져서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 여간 부러워 보이지 않는다.
-. 08:46 수피령 출발
(수피령 들머리에서 두리님 부부와 출발 신고)
이곳 수피령은 오른쪽이 강원도 철원군이고 왼쪽은 화천군으로 군의 경계이다. 북쪽은 군사지역으로 민간인 통제구역인지라 우리 남한 쪽의 한북정맥 마루금의 시작 들머리가 된다.
칠월의 맑은 햇살을 받으며 수피령 입석과 함께하는 사진을 담고 또 하나의 대장정 한북정맥의 마루금 첫발을 내 딛는다(08:46). 축복을 받았나 보다. 등산객이 많지 않은 토요일이고 외진 산행지 인지라 진욱이와 둘만의 산행이 될 줄 알았는데 서울 산님 부부와 함께 하게 된 것이 아주 별나고 귀한 만남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힘이 솟아나고 초행에 대한 두려움도 잊을 수 있었다.
철원군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 아래 임도가 오늘의 들머리이다.
이런 저런 애기를 주고받다가 스틱을 잡는 법과 사용하는 요령을 아는 대로 일러주자 고맙게 받아 드린다. 그러고는 아무래도 초보들이라 같은 속도로 산행을 하기는 무리일 것 같다며 먼저 가시란다. 이다음에 언젠가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우리가 앞서기 시작한다.
-. 09:20 복계산 갈림길
(촛대봉과 복계산 갈림길 임도)
임도를 한 구비 돌고 소로를 따라 가파르게 올라서면 또다시 임도가 지나간다. 왼쪽으로 진행하면 촛대봉으로 바로 오르는 등로이고 임도를 가로지르면 눈앞에 숲속으로 오르는 소로에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이정표 노릇을 하며 본격 숲으로 인도한다(09:04).
키 작은 굴참나무 사이로 좁은 등로가 가파르다. 등성이를 회복하여 뒤돌아보니 뿌연 연무로 인해 북쪽의 대성산은 윤각만 어렴풋이 보여준다.
촛대봉을 왼쪽에 두고 우회하여 작은 봉우리를 내려서면 직전에 헤어진 임도를 다시 만난다. 임도에 내려섰다가 잠시 따르면 희미한 소로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삼거리 이다.(09:20). 넓은 등로를 따르면 복계산으로 가는 등로이다. 이곳 주변에서는 제일 높은 봉우리로 조망도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마루금에 비켜 앉자있고 오늘의 긴 여정을 감안하여 생략하기로 하고 좌회전으로 소로를 따른다. 방향을 잡다 말고 진욱이가 뒤따르는 산님을 걱정한다. 그러고는 작은 나뭇가지로 직진 길을 막아두고 등로에는 마루금 등로 방향으로 화살표를 그려놓는다. 무의식적으로 직진으로 진행하기 쉬운 지점이다.
-. 11:22 950봉 헬기장
(950봉 헬기장에서 바라 본 상해봉과 광덕산 기상 관측소)
의식하지 못한 사이 촛대봉을 지나쳤다. 우리가 지나온 등로가 우회로 이었나보다. 바위봉우리를 우회로 넘는다. 등로는 또렷하나 잡목의 방해는 심하다. 가파르게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희미한 소로가 내려가는 안부다. 올라서니 950봉 좁은 헬기장이다(09:45). 사방은 녹음으로 조망을 가렸다.
참호 구덩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삐삐선 이랑 최전방 군사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큰 안부에 내려섰다가 올라서자 942봉 헬기장이다(09:59). 잡초에 붙여서 도엽명은 보이지 않고 본체 대리석만 보이는 말뚝 삼각점이 있다. 옆쪽으로 참나무 아래에는 비박용 참호가 있다.
소나무가 빼곡히 자라는 안부를 지나 사면을 가파르게 잠시 올라서면 현 위치 892봉이라는 군사 작전용 하얀 각목으로 된 이정표가 있다(11:08). 우리가 올라왔던 방향이면 해방촌 2.5km 이란다. 조금 전에 지나온 안부 가까운 산 아래 마을이 있나보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면 943고지 0.8km이란다.
943고지 방향으로 교통호를 따라 마루금이다. 국방색 천막을 지나고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서 가파르게 올라서면 950봉 헬기장이다.
오른쪽 철원 쪽으로는 조망이 후련하나 연무로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고 가야할 상해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숨을 고르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대로 내려간다.
-. 12:15 1070봉 임도 갈림길
(심마니와 함께)
(1070봉 올라가는 계단)
헬기장을 내려서면 왼쪽에 벙커가 있다. 입구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이쪽방향입니다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마루금의 방향까지 인도해 준다. 고마운 선답자가 지나 가셨나 보다.
가파르게 내려가자 인기척이 난다. 등로에 두 분의 심마니가 쉬고 계신다. 약초를 캐기 위해 왔는데 소출이 시원치 않다며 손가락만 한 더덕을 한 뿌리씩 준다. 향기가 너무 좋아 손에 들고는 향기를 맡으며 걷는다.
잠시 만에 살짝 올라서니 군작전용 이정표가 있다(11:42). 892고지라며 왔던 등로로 950헬기장 0.3km, 진행방향으로 1050고지 1.5km이란다.
진욱이가 가다말고 숲으로 들어간다. 산뽕나무를 발견했다. 오디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이 보약을 두고 우째 그냥 가노” 길을 잠시 멈추니 입이 즐겁다.
가파른 오름길이다. 계단을 폐타이어를 이용해 만들어 놓았다. 얼마나 고생 하였을까? 대한민국 육군 장병들의 솜씨일 것이다.
계단으로 올라서면 임도 같은 군 작전 도로이다(12:15). 왼쪽이면 실내고개로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면 올라온 방향으로 954고지 5.1km, 오른쪽으로 복주산 1.9km라는 군사용 이정표가 있다. 마루금은 오른쪽이다. 잠시 후 왼쪽으로 올라가는 폐타이어 계단길이다. 1070봉이다. 숲처럼 우거지 잡초 덤불을 보니 지하 벙커가 있는가 보다 . 오른쪽으로 계속 임도를 따라 간다.
-. 12:47 ~ 13:48 북주산 직전 안부 중식
-. 13:56 지도상 복주산(1,152m)
-. 14:12 복주산(정상비: 1,150m)
(복주산 헬기장에서 : 두리님 솜씨)
(복주산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산님)
임도를 따라 햇살도 녹음의 그늘에 가려 편안한 진행이다. 길가에 검은 SUV 차량이 있다. 조금 전 심마니님들의 차량인가? 등로가 헬기장을 지나며 왼쪽으로 조망이 열리지만 아직도 연무가 그대로 깔려있어 희미하다(12:18). 도로가 지나가는 고갯마루가 보이는데 들머리 수피령은 이곳에서 보이지 않을 테고, 다목리를 넘어가는 도로 같은데 어디쯤인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계속 임도를 따르다 오른쪽 숲으로 들고 잠시 만에 다시 임도와 합류를 하여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임도를 따라간다.
임도가 또다시 헬기장을 만나자 도로는 끝이 나고 등로는 본격 숲속으로 들어간다(12:43).
시장기가 돈다. 배꼽시계는 아직 성능이 좋다. 아침 계획으로는 복주산 정상으로 잡았는데 진행 속도가 생각보다는 조금 느리다. 고통 서러운 큰 더위도 없고 등로도 양호 하였는데도 그렇다. 연식이 쌓이니 성능도 감가상각을 해야하나보다.
그늘 가에 앉아서 김밥으로 요기를 하며 긴 휴식을 갖는다. 심마니에게 받은 더덕을 양념도 없이 깨물어 먹는다. 천연의 향기는 좋지만 질겨서 껌을 씹듯 오래도록 씹는다.
휴식을 끝내고 배낭을 메고 끈을 조정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인기척이 난다. 아침의 서울 부부이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진욱이 예상대로 북계산 갈림길에서 알바를 조금 했단다. 그분들도 복계산은 오늘 여정에 잡지를 않았는데 준비한 GPS가 등로 이탈을 알려서 확인해 보니 그쪽으로 가고 있더란다. 다시 돌아 나오며 자세히 살피니 우리의 나뭇가지와 등로에 그려진 화살표를 보았단다. 작은 배려였지만 너무 감사했다며 고마워한다. 두 분은 점심시간이 아직 이르다며 우리 뒤를 따라 같이 복주산으로 향한다(13:48).
국방색 비닐 천막을 지나 살짝 올라서 잡초 무성한 벙커 옆을 돌아서 올라서니 벙커 지붕 뚜껑이 전망 좋은 고지 노릇을 한다(13:56). 키가 훤칠한 산님 한 분이 신발도 벋고 깔판에 서서 땀을 훔치며 조망을 즐기고 계신다. 군용 대포 탄피로 만든 종과 화생방 신호 법을 알리는 간판이 있고 경보용 기 게양대가 있다. 산님이 이곳 주변분 인 것 같아 현 위치를 물어보니 복주산이란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날씬한 정상비가 있었는데? 의아해 하며 내려서니 헬기장이고 잡초 덤불속에 하얀 군사용 이정표가 있다. 현 위치 복주산, 올라온 방향으로 1050고지 1.9km, 진행방향이 하오고개란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는 서울 산님을 이별하고 헬기장을 지나서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갈말 23 1983 재설’삼각점이 있다. 지도상에는 여기가 복주산(1,152m 13:56)이다. 벙커가 자리한 군사 작전지역이라 제대로 된 정상비를 세우지 못했나 보다.
잠시 만에 짧지만 바위사이로 험로이다. 나무뿌리들이 손잡이를 대신한다. 잠시 후 다시 로프를 이용해 좁은 험로를 올라서니 예쁜 정상비가 있는 복주산이다(14:12). 좁은 터를 정상비가 차지하고 있고 사방의 조망은 열려있지 않다. 정상비와 추억을 간직하고는 곧장 내려간다.
-. 14:55 하오현
(하오현 고개)
하늘이 흐려졌다. 오후부터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그 전에 계획했던 광덕고개까지 산행을 마쳐야 될 텐데 걱정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바위 틈새로 로프를 이용하는 험로를 내려간다.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이 마루금이다. 봉우리 하나 넘고 안부에 섰다가 살짝 올라서니 1030봉 헬기장이다(14:40). 오른쪽 계곡으로는 하오현으로 올라오는 도로와 잠곡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역시 연무로 인해 희미한 윤각만 보여준다.
다시 등로가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폐타이어로 만들어진 계단길이다. 지루함을 느끼며 한참을 내려서자 하오현 고갯길이다. 이제는 터널이 생겨서 잡초만 무성한 버려진 도로가 되었다.
가로질러 올라서면 콘크리트 군사 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잠곡리쪽 골자기를 내려다보며 휴식을 한다.
-. 16:13 회목봉(1,027m)
(회목봉)
폐타이어 계단길이다. 잡초 덤불에 쌓여서 가파르게 올라간다. 연이여 헬기장이다. 오른쪽에 잣나무 조림지이다. 잣이 몇 개씩 달려 있지만 손이 닫지 않아 저 아까운걸 보고만 지나간다. 작은 봉우리들은 모두 헬기장이다.
짧지만 오르내림이 심하고 걸음도 현저히 무거워 진다. 체력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음료수랑 식수도 고갈되어 가는데 걱정이다.
산님 두 분이 쉬고 있다. 서울에서 오신 정맥 꾼이다. 유유 자작하는 그들이 부럽다. 교통이 편리하여 늦게까지 산행을 하여도 돌아가기 쉬울 테니까...
가파르게 한 구비 소화하고 올라서니 말뚝 삼각점이 있다(16:08). 지도상 1025봉 같다.
다음 봉우리에 올라서자 나무들이 베어져 등걸 만 있고 붕우리가 어지럽다. 참호가 허물어진 것 같기도 하고, 무덤을 파헤친 것 같기도 하다. 손목고도를 확인하니 1,027 회목봉이다(16:13). 아무런 표식이 없고 짐작만 하고 지나쳐 그냥 내려간다.
-. 16:49 회목현
(회목현의 광덕산 기상관측소 개요도)
암봉을 우회하며 가파르게 내려간다. 녹음이 울창하다. 하늘까지 흐려있으니 밀림을 지나가는 기분이다.
벙커가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16:24). 계속 가파르게 내려간다. 왼쪽 계곡에서는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크고 가깝게 들려온다. 가파르게 한참을 내려서자 890봉 헬기장이다(16:46). 오른쪽으로는 상해봉이 아련하고 왼쪽으로는 광덕산 관측소의 둥근 구조물이 꼭 티샷을 기다리는 골프공 같다.
마저 내려서니 회목현 비포장도로이다(16:49). ‘광덕산 천문 과학관 건립’이라는 입간판이 있고 광덕산 기상 관측소 안내도가 있다. 도로 가 도랑 같은 곳에서 물이 조금 흘러 내려서 식수대용을 해볼 요랑 으로 담아 보려 하지만 불안하여 그만 둔다.
도로변에 퍼질러 앉아 버리자 진욱이는 걱정이 많은 눈치다.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탈출을 하자니 그 시간이나 진행을 하는 시간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정작 바닥을 보이는 체력이지만 그래도 뒤따라 내려올 서울 부부를 걱정한다. 광덕고개 까지 진행을 한다고 하였는데, 야간 산행을 할 정도로 장비를 준비하지 않은 것 같고 여기서 탈출을 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 전하려 해도 방법이 없다. 안쓰러운 마음에 혹시나 하여 크게 소리쳐 불러 보지만 대답은 없다.
-. 17:28 상해봉(1,010m)
(상해봉을 오르는 암릉)
(상해봉에서 바라 본 대성산)
지형 분위기는 도로를 그대로 가로 지르는 분위기이라 가로질러 풀숲을 헤쳐 보니 등로는 없다. 잠시 헤맨다.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자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보인다. 그대로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겔로프 지프차가 내려온다. 저차를 히치하여 그대로 내려가? 진욱이의 분위기로는 말도 꺼내지 못할 분위기다.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휘돌아 올라가자 오른쪽 숲으로 소로가 열린다. 가파르게 잠시 올라가자 큰 헬기장이다(17:15). 조잡하게 보수를 한 삼각점도 있고 삥 녹음으로 두른 병풍사이로 양 갈래 길이 트여 있다. 오른쪽은 상해봉이고 왼쪽이면 광덕산 정상으로 가는 삼거리 이다.
상해봉은 정맥에서 조금 비켜 앉아있지만 여정을 처음부터 잡았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참조하면서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주저 없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잠시 만에 거대한 암봉이 나타나며 ‘상해봉’이라는 조그마한 대리석 비가 서 있다. 오른쪽으로 바위를 돌자 굵은 동아줄이 놓여있는 암릉이다. 우회길이 위험하여 여기서 정상비처럼 사진을 찍고 돌아가나 보다. 암릉 절벽을 동아줄에 의지하여 힘들게 올라서자 좁은 바위 날 등이고 날들을 타고 넘자 좁은 정상에 잘 다듬어진 정상비가 차지하고 있다(17:28).
저 멀리 대성산이 날씨 탓에 아련하게 보이고 철원쪽 잠곡 계곡도 깊게 흘러 내려간다. 속이 후련한데 또렷이 보이지 않는 대성산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상해봉은 정상을 이룬 바위지대가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암초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조망이 끝내준다고 했는데...숨을 고르며 잠시 쉬다 내려간다.
-. 18:12 광덕산(1.046m)
(광덕산 기상관측소)
(광덕산에서 바라 본 운해위의 명성산)
조금 전 삼거리 헬기장까지는 뒤돌아 가는 길이다. 다시 삼거리에 원위치 하니 다녀오는데 30여분 걸렸다(17:48).
헬기장을 내려서자 도로와 다시 만나고 도로를 따라 마루금이 연결 된다. 도로는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많이 허물러져 있다.
잠시 후 둥글고 큰 열기구 같은 구조물이 앞을 막는다. 광덕산 기상 관측소이다. 닫힌 정문 앞에 서자 마당에서 귀여운 개가 짖어대고 사람의 기척은 보이지 않는다. 식수를 조금 얻어갈까 했는데 아무도 없나 보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도로를 오르다 지프차가 도로를 정비하며 내려가는 것을 보았는데 이곳 근무자 이었나 보다. 할 수 없이 그냥 지나쳐 내려간다. 조금 진행을 하자 동내 한 가운데 공터 같은 광덕산 정상이다(1.046m 18:12). 커다란 대리석 정상비가 우람하고 한북정맥 개요도, 삼각점, 이정표 갖출 것 다 갖춘 정상이다.
열려있는 서쪽으로 산줄기가 뻗쳐있고 그 너머 운해에 떠있는 홀로 솟은 섬은 방향을 보니 산정호수 뒤에 있는 명성산 같은데 아직은 미답구간이라 짐작만 해 본다.
-. 18:55 광덕고개 (금일 한북정맥 종주 도상거리 : 19.6km )
(광덕고개 반달곰과)
마지막 남은 간식과 음료수로 갈증을 풀며 조망을 즐기고 있는데 빗방울이 굵어진다. 비를 맞으며 하산을 하느니 조금 서둘자며 진욱이가 재촉을 한다. 우리들뿐인 조용한 정상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오기 어려운 곳이니 놀다 갔으면 좋으련만 하늘이 또 시련에 들게 한다.
정맥을 찾지 않아도 일반 산행지로도 많이 알려진 관계로 하산길 등로는 잘 다듬어져 있다. 이정표가 여러 갈래의 등로를 안내하지만 마루금은 광덕고개 방향이다.
별 어려움 없이 미끄러지듯 내달리며 내려간다. 빼곡하게 자라는 소나무 조림지를 지나자 왼쪽으로 큰 소나무 사이로 전망대가 열려 있으나 굿은 날씨 탓에 멀리까지 보이지 않을 것이고 마음이 급하여 그냥 내려간다. 다음 구간으로 백운산에서 국망봉까지의 연봉들이 그려내는 마루금이 펼쳐질 텐데...
광덕고개 0.6km, 정상 1.84km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내려서니 도엽명이 흐려져 보이지 않는 삼각점이 있는 664.3봉이다(18:53). 마저 내려서 굵은 동아줄을 잡고 가파르게 절개지를 내려서니 316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광덕고개이다(18:55).
절개지 옹벽위에는 큰 반달곰의 조형물이 있고 도로 건너에는 도시의 상가를 방불케 하는 광덕고개 휴게소이다. 왼쪽이면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로 가고 오른쪽이면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이다.
이곳 광덕고개는 옛날에는 군용차량만이 다니는 군사용 도로였는데 고갯길이 하도 구불구불하게 길어서 군용차량 운전수가 졸음운전을 하여 큰 사고가 많이 나고 하였단다. 그래서 옆에 탄 상관이 빨아먹을 동안 졸음을 쫒으라고 카라멜을 하나씩 주었다 고하여 카라멜고개라고도 한단다.
다행히 비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마지막 날머리 흔적을 남기고 휴게소 쉼터로가 장비를 풀고 퍼질러 앉는다.
-. 19:25 광덕고개 출발
-. 21:23 동서울 터미널 도착
-. 23:00 동서울 터미널 출발
다음 들머리를 확인해두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배가 고프다. 가까운 식당에 자리를 잡고 막국수를 주문해두고 차편을 알아보니 막차가 20여분 밖에 여유가 없다. 주문해둔 음식이니 그냥 갈수는 없고 화급하다며 독촉을 하여 후딱 해치우고 정류소를 향하니 다행히 5분여 남았다.
왼쪽으로 광덕고개 상가 지역 쪽으로 조금 내려가야 버스 정류장이란다. 서둘러 내려가는데 앞서 가던 진욱이가 누군가와 큰소리로 무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야단이다. 자세히 보니 서울 산님이다. 이곳에 차량을 두고 수피령에서 시작을 했는데 빗방울도 떨어지고 날도 저물어 광덕산 아래 회목현에서 바로 내려왔단다. 그러면서 우리가 내려올 때까지 일부러 기다리고 계셨단다.
오늘 우릴 만나게 큰 인연이 아니겠냐며 서울까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란다. 어차피 서울 터미널에서 심야버스를 타야하므로 버스로 천천히 내려가도 무방하며 더구나 왕등 하는 땀내로 인해 고급 승용차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극구 사양을 한다. 그러자 지루하게 부부만 가느니 같이 가며 이야기도하고 재미도 있지 않겠냐며 부부가 같이 다시 권한다. 진솔한 마음이 묻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호의에 감사를 하며 동행을 하게 되었다.
오늘 산행을 시작하며 우리가 일러준 스틱에 대한 상식과 갈림길에서의 표시들이 부부에게는 남다르게 느껴졌단다. 주로 산행을 두부부가 함께하고 있으며 많은 기회는 아니지만 단체 산행도 다른 일행과 같이 해보곤 하였지만 자기들의 우월감만 자랑하듯 하는 것만 보다가 우리처럼 친절한 가르침과 앞서 가면서도 뒤따라가는 자기들에게 보인 보살핌은 작지만 깊은 인상을 받았단다. 아직 정맥의 확실한 개념을 모르지만 배워가며 할 것이란다.
여러 가지 대화로 지루한줄 모르고 칙사처럼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부부의 자택으로 가다가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려주면 지하철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였지만 복잡한 서울 길을 우리 때문에 일부러 동서울 터미널까지 대려다준다.
산을 좋아한다면 울산의 영남알프스라는 좋은 코스가 있으니 꼭 한번 다녀가시 권하고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헤어졌다.
처음만난 한북정맥의 마루금도 잊을 수가 없겠지만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여 유별나게 만나게 된 두 분과의 인연은 더욱 오래도록 잊지 못 할 것 이다.
터미널 주변을 돌다가 목욕탕을 찾아서 땀을 씻고 나니 기분은 하늘을 난다.
목욕탕을 나서자 비가 내린다. 서울의 밤은 화려하지만 촌놈의 체질에는 맞지가 않는다.
울산행 심야버스 차편에 30여분 여유가 있다. 광덕고개에서 급하게 먹은 막국수가 양이 차지를 않았는지 출출하다.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시켜두고 비도 내리고 분위상 소주 한 병 주문하니 술은 팔지 않는단다.
“에이 씨, 한잔 먹고 푹 잘라 켓는데”
매점에서 캔 맥주를 사서 승차하여 자리를 잡자 긴장이 풀어지며 피로가 몰려온다. 버스가 출발을 하여 우선 맥주로 갈증을 해소하고는 또 다른 만남들과의 인연으로 잊을 수 없는 하루를 접고 깊은 잠에 빠진다.
-.7월 12일(일)
-. 03:30 울산 도착
참 고 : 귀가 후 다음날 본 산악회의 카페에 올라온 산행기와 사진을 통해서 서울 산님이 두리님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료가 풍부한 두리님의 산행기와 뛰어난 사진 솜씨가 탐이 나고, 계속 두리님의 사진과 산행기를 보기위해 따로 방을 개설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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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철조망. 지뢰조심하시고 알바또한조심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