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치음 [ㅿ]의 음가는 [r]이다
2013.5.4
윤 원대
훈민정음(訓民正音)에서 사라진 반치음(半齒音) [ㅿ]의 음가(音價)에 대하여
이론(異論)이 분분(紛紛)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ㅿ]의 이름이 반치음(半齒音
)인 관계로 치음(齒音)인 [스][즈][츠]와 비슷한 음이 아닐까 추측한다.
어떤 사람이 영어의 [z] 발음일 것이라 추정(推定)하였고, 대부분 사람들이
[z] 발음으로 알고들 있다. 어떤 사람은 영어의 [sh] 발음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또 어떤 사람은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반치음을 穰(볏줄기 양)자 처음 나는
소리라 하여 영어의 반자음(半子音)인 [y]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모두 틀린 음가이다. 왜냐하면, 훈민정음 창제 당시 우리말이나
중국말에 있지도 않은 영어의 [z] 발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반치음 [ㅿ]를
만들었을 리가 만무(萬無)하다. 또 [sh] 발음을 나타내는 [ᄼ] 또는 [ᄾ]인
글자가 훈민정음에 있으니, [ㅿ]가 분명 [sh] 발음도 아니다.
또한 당시나 지금이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반자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반치음을 만들었을 리도 없다.
반치음 [ㅿ]의 정확한 음가는 국제음성기호의 [r]에 해당한다.
훈민정음은 창제 당시 중국의 한자 발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졌다.
그래서 중국어에 많이 있는 [r] 발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반치음 [ㅿ]를
만들었던 것이다.
참고로 穰(볏줄기 양)자의 중국 발음은 [ráng]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반치음 [ㅿ]의 음가인 [r]의 발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르]와 비슷한 음이지만 조금 다르다.
혀끝을 위로 올려 혀끝과 입천장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혀를 살짝 떨면서
발음하면 된다. 이 때 혀끝이 잇몸이나 입천장 어디에도 닿으면 안 된다.
혀끝이 잇몸이나 입천장에 닿으면 [r] 발음이 아닌 [l] 발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ㅿ]의 음가는 치음(齒音)인 [스][즈][츠] 보다 반설음(半舌音)인
[르]에 가까운 [r]인데 어찌하여 반치음(半齒音)이라 하는가?
중국어의 발음 중에 권설음(捲舌音)이라는 것이 있다. 네 개의 권설음이 있고
발음기호는 [zh][ch][sh][r]이다. 우리말의 치음(齒音)인 [즈][츠][스] 그리고
반설음인 [르]와 비슷하지만 다른 발음이다. 정확한 권설음의 발음 방법을
알아본다.
[zh][ch]는 혀끝을 말아 올려 입천장에 꽉 붙였다가 떼면서 발음한다.
[sh][r]는 혀끝을 말아 올리는 것은 같으나 입천장에 붙이지 않고 발음한다.
세종대왕께서는 권설음(捲舌音)을 치음(齒音)의 일종(一種)으로 보았고,
그 중에 [r]을 반치음(半齒音)이라 하여 치음과 비슷한 모양인 [ㅿ]라는 기호를
부여하였던 것이다.
더 많은 반치음의 예를 홍자옥편(弘字玉篇)에서 찾아본다.
홍자옥편은 강희자전(康熙字典)에 근거하여 약 2만자의 한자를 표기한
우리나라의 자전이다. 홍자옥편은 한자의 훈독(訓讀)에서 많은 순 우리말을 찾을
수 있고, 한자의 중국 음까지 훈민정음으로 표기한 보배(寶貝)같은 자전이다.
홍자옥편을 만드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
분명 우리말에는 반치음 [ㅿ]인 [r]의 발음이 없다.
그래서 반치음 [ㅿ]는 훈민정음 창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중국어에는 [r] 발음의 한자가 많이 있다. 영어에는 [r] 발음의
단어가 더 많이 있다. 세종대왕께서는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 반치음 [ㅿ]를
만드신 것이다.
국제화시대에 우리는 다시 반치음 [ㅿ]를 부활(復活)시켜서 써야하지 않겠는가?
[출처] 이웃블로그 - 수학과정음 http://blog.naver.com/yoonwond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