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이 턱 까지 사무쳐도 겨우 겨우 견디고 있는데, 이웃집에서 피서들을
간다고 장을 보러가고, 전화를 하고, 지랄들 이어서 혼자 사는 악동이만 괜히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이태원 집에 전화를 걸어 봤지만 역시 내 예상대로
핀잔만 들었습니다.
-
"사랑이 외로운 것은 운명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용필형이 설파 한 대로
악동이는 돈에 운명을 걸었는데 머니가 해브 노니 외로움에 고문 당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소풍 갈려고 얼마 전에 사 놓은 배냥 속에 옷 한 벌이랑
슬리퍼를 챙겨서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김밥 아줌마한테 홀아비 테 나지
-
않도록 이쁘게 도시락을 싸 달라고 주문 했는데 잘 싸줬는지 모르겠습니다.
10시 쯤에 의정부 역 전에 도착 했을 때 부지런한 토룡이들이 열 댓 명이나
재잘재잘 거리는 것이 포착되었지만 왠일인지 상냥한 경아도 성격 좋은
은서도 보이질 않아서 악동이는 내심 서운합니다.
-
1호차 기사가 못 보던 넘이라 악동이가 먼저 아는 체를 했는데 심마니라고 합디다.
행락 객들이 몰려서 우리들을 태운 봉고 차도 별 수 없이 목적지에 한 시간
가량 늦게 도착 했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낯이 익다 싶더니 축석 검문소-
고모리-일동-이동을 거쳐 가는 47번 국도 길입니다.
-
청운이가 그러는데 운악산은 파주 감악산,가평 화악산,개풍 송악산,서울 관악산과
함께 경기 오악의 하나라고 하면서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빡쎄다고 공갈을 쳐댑니다.
나쁜 자~식.우리들은 대형 안내용 맵 앞에서 약속한 대로 2코스를 정복하기 위해
두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습니다. 현등사를 지나 우측으로 철사다리를 통과해
-
수직의 바위 지대를 넘고 다시 대원사가 있는 길원 목장 길을 통과 하는데 통제구역
이란 푯말이 붙어 있길래 왜 통제구역을 가냐고 물었더니 현득이 넘이 통제구역은
원래 가라고 있는 길이라고 하네요.엔병할, 유격할 때도 안해 본 (헌병대 출신)가파른
산을 왜 올라가야만 하는지 슬슬 승질이 나기 시작합니다.
-
헐떡대는 숨을 부둥켜 안고 가빈이에게 물 좀 달라고 했더니 등산할 때 물을 달라는
사람한테는 절대로 물을 주지 않고 쏟아 버린다는둥,기본이 안됐다는둥 지랄을 떨어서
가빈이에게 실망했습니다. 야호,신나는 점심시간입니다.
이번에도 암토룡이들이 악동이를 실망시키지 않고 맛있는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와서
-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야가 싸온 블루커리 부터 덴뿌라,김치 찌게,계란
말이,제육볶음,골뱅이,콩나물국,없는 게 없습니다.점심을 싹쓸이 하고 날 때 쯤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비가 다발성 폭우로 변하면서 산속이 난리가 났습니다.
여기 저기 수수깡 대신 천 조각을 잡고 비를 피해 보지만 가방도 옷도 남아나질
-
못해서 악동이는 바위 밑으로 피난을 갔는데 역시 번개 치고 벼락 치는 데는
안전지대가 없습니다. 나는 겁이 별로 없는 편인데 놀이기구 하고 번개는 몹시
무서워 합니다. 그러게 착하게 살아야지......,
계곡 물이 불어 날 것을 걱정하면서 하산을 강행하는 운영진들의 뒤통수를
-
따라 내려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폭포수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저마다 함성을 지릅니다.산행초짜 악동이도 비경을 보며 소리
쳤습니다.와아,폭포닷! 하행 길은 덥지도 않고 시간도 3/1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 가방 지퍼가 열린줄도 모르고 맨 앞에 껑충껑충 뛰어 갔습니다.
-
이미 젖어 버린 등산화를 철벅철벅 신고 오는데도 왜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털보네 산장 식당에 들려 젖은 옷을 갈아 입고 그냥 갈려니 주인한테 뒤
간지러워서 얼른 차에 탔습니다. 이동 하는 길에 2호 차에서 사인을 보내길래
-
차 창문을 열었더만 암토룡이들이 뮤직에 마춰 생 난리를 쳐 댑니다.
얼~싸~조오타, 아줌마들도 악동이 처럼 쌓인게 많아서 저렇게 푸는 모양입니다.
우리들이 뒤풀이를 위해 찾아간 곳은 '아빠 어릴적에' 라는 카페입니다.
단체로 비 맞은 배냥을 꺼내어 햇볕에 던져 놓고 흐트러진 꼬락서니를 단도리
-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악동이는 카페안으로 들어갔는데 카페가 딱 내
켄셉입니다. 직사각형 퇘방마루에는 손 떼 묻은 문갑이며 고철이 되어 버린
텔레비전, 선풍기, 요강까지 족히 40년은 묵어 보이는 물건들이 정겹습니다.
해물 수제비에 팥 죽,동동주에 파전 맞이 기똥차고 두어 시간 지나고 나니
-
최후의 가리게만 빼고 몸에 붙어 있는 것들이 모두 뽀송보송해 졌습니다.
뒤늦게 봉달,장미,승희 일행이 합류 했는데 행국이는 언제 돈벌려고 또 왔답니까,
산바다가 남해로 놀러오라고 합니다.
연태가 선그라스를 끼고 와서 또 못 알아 본 것이 못 내 미안합니다.
-
경진이는 고딩때 본 칠 공주들 중 한 명이랑 닮아서 자꾸 추근 댔더니
용산구에 산다고 합니다. 음식 잘하는 화곡동 아줌마 산사랑,동산네, 내게
생수를 건네준 청아,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야 겠습니다. 헤리가 총무
하느라고 바빠보였는지 여백이가 열심히 시다발이 하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
오늘은 만득이도 산지기도 깽 판 안 치고 비교적 성적이 양호합니다.
기특한 심마니가 산삼 케 양말 공장을 차렸는지 양발 11족을 사서
암토룡이들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 진아야,그렇게 좋냐?
응, 왜? 공짜 아니가......,
2009.8.1.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