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오
정선의 겨울 밥상
기획의도:
정선의 밥상은 달콤하지 않다. 게다가 매우 불친절하다.
즉각적으로 혀가 반응해야만 '맛있다'라고 말하는 오늘의 사람들에게
정선 오지의 시골 밥맛은 더디게 온다.
거칠고 투박한 식감 속에는 산간 오지, 고립의 일상을 견뎌온 사람들의
질긴 생명력이 있다. 긴 겨울, 무던한 시간이 만들어 낸 한국인의 밥상.
정선의 겨울 밥상을 통해 느리고 불편한 한국인의 밥상이 오랜 세월 간직해온 숨은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 손발이 맞아야 음식이 나오지! 디딜방아와 감자 반대기!
임계면 내도전리. 겨울이면 최금자 할머니 댁 디딜방아 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얼린 감자며, 강냉이를 빻으러 온 마을 사람들은 이제는 잊혀진 음식들을 나누며
하루해를 보낸다. 손발이 맞아야 제대로 움직이는 디딜방아.
디딜방아 소리를 시작으로 만들어지는 감자반대기와 메밀국죽.
- 지금 세월 같으면 도망갔을 거야…
아리랑 고개를 넘지 못한 각시들은 평생 정선의 산골짜기에서 자식들을 키워냈다.
깜깜한 정선 골짜기가 무서워 도망가지도 못한 여인들.
평생을 함께한 무쇠 가마에 곱은 손을 녹이며 만두를 빚는 손길에서
정선 여인들의 삶과 음식을 발견한다.
- 우리도 20년 만에 먹어보는 것 같습니다…콩갱이와 채만두…
정선 사람들조차도 좀체 먹어보지 못하는 정선의 음식.
메밀가루로 만들어 갓김치로 속을 채운 채만두…
삶은 콩을 갈아서 감자를 넣고 끓인 콩갱이…
빠르게 잊혀져가는 정선의 밥상이 지금 우리에게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 서울 각시 권영원 씨 36년 정선살이가 준 밥상의 노하우.
도토리묵 부침에 산채 장아찌 김밥. 권영원 씨의 정선 밥상은 실험과 퓨전이다.
서울 아가씨가 정선에 시집온 지 36년. 지독한 시집살이에 위천공을 겪으면서
시아버지를 이해하고, 정선을 이해하면서 얻은 밥상의 노하우를 음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