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칼국수는 서울의 냉면 만큼이나 매력있다.
즐비한 냉면집 서울에 있다면,
즐비한 칼국수집 대구에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 다 다르고,
나름대로 다 완성도 높은...^^
이름표에서... '엄마'도 그럴 수 없이 좋지만,
'할매'는 더 좋다.
대구에서 만나는 수도 없는 문패, 그 중의 '할매집'은,
특히 칼국수에서 초강세다.^^
할머니하고는 또 다른 느낌,
온전히 경상도만의 뉘앙스로 정겨움 더 얹힌다 하겠다.
그 이름, 할매 !
처음 대구 내려왔을 때 적지아니 헷갈렸었다.
할머니일 때도 있고,
할매일 때도 있고,
할마시일 때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려써야 할 이름은 바로 할마시라는 것도 알았다.^^
하숙집 아주머니께서 아들에게 훈계하는 것을 듣고 알게 된...
저는 할매~ 이러는 것도 익숙치 않아 별로 탐탁치 않았는데,
할매...는 또 때에 따라 적절히 용인되는가 보다, 생각했었다.
하긴, 반어의 아름다움 속에서는,
할마시~ 인들 어떠랴 싶긴 하지만...^^
대구에는 저력 남다른 "할매칼국수"집 적지 않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동곡할매를 비롯해,
더 가까이 있는 할매칼국수도 성서에 있고,
동산동 할매도 있는가 하면,
명덕 할매도 있다.
하나같이 삼신할매급...^^ 대구 칼국수의 자존심 뚝뚝 흐른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더 눈길 끄는 한 집, 빼 놓을 수 없다.
'경주할매국수'(053-425-2358) 라는...
바로 그 집 !
대구에서는 정말 모르는 사람 별로 없는 명문의 칼국수집이다.
대구의 중심 이정표,
어느 곳을 말해도 이곳 '대백'을 언저리로 한다면,
설명 어려울 것 별로 없다.
그 대백 남문에서 빼꼭이 내다보이는 어슷 비켜난 작은 골목을 따라,
살짝만 걸어 들어오면 그 좁은 골목 한 켠에 진 치고 있다.
경주할매국시집.
대구에서 칼국수를 말할 때,
이 분 이름이야말로 빼놓을 수 없다 한다.
마치,
대구 칼국수의 자존심처럼 든든한 문패 !
그 옛날, 아름다운 권위의 한 자락... 여전한 칼라,
선명하기만 하다.
편찮으신가 보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그 분은 보이지 않고,
분주한 아주머니 손길들만 밥상 위 스치는데,
언뜻 언뜻 나누는 대화 속에서 보니,
역시 몸 많이 편치 않으시다 한다.
그래서 그런가, 더 유난한 액자,
'늘 처음처럼' !
세월의 무상함 어렵지 않게 느껴지고...
수수한 반찬들...
그리고 칼국수와 보리밥(3,500원).
경주할매칼국수.
반석 위의 대구 칼국수 !
나물 반, 국물 반, 그리고 나머지 면발 같은...
독특한 색감 자랑한다.
무슨 배추...? 그럴 수 있겠으나,
그 조화로움, 감탄스럽기만 하다.
일품 마른 멸치로 맛을 낸 국물,
30여년을 하루같이 같은 맛으로 이끌어낸 주인공인 것이다.
첫 맛에서부터,
"음~~" 소리 절로 새어 나온다.^^
고추는 여전히 칼국수의 친근한 벗이다.
물김치.
대단히 훌륭하다.
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으로 라이트하고,
입에 짝 들어붙을 만큼 포옥 익어 있었다.
배추막김치도 평균은 훌쩍 넘는다.
아무튼, 그릇도 적지 않아서,
열심히 건져 먹어야 한다.
열심히 마셔대야 한다.
갖은 양념장을 조금 얹는다.
은근과 끈기... 향기로움으로 번지는 묵직한 국물이 괜찮다.
잘 저은 다음, 후룩후룩...
상당한 진미.
칼국수의 애호박은 특히 더 매혹적이다.^^
단맛인가 싶도록 맛 괜찮다.
얼갈이 배추 파릇한 색감, 달착한 자연미...
아삭아삭 새콤달콤... 칼칼 !^^
꽁보리밥 말아서...
숟가락으로 연신 떠 먹는다.
친근한 무덤덤...^^
입구.
33년 역사.
= lamp586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