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화
그제 체포 되었으니 오늘 18:00 가 48시간 인데 무슨 이유인지
아무런 sign이 없으니 초초하기만 합니다.
우쒸, 아무래도 오늘 석방되긴 글렀나봅니다.
유치장 근무자가 익일 오전에 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제 유치장에서 잠잘 확률이 90%이상 입니다.
어휴, 미친다 미쳐~
근무자에게 청소도구를 요청했더니 걸레 하나에 바가지 한 개를 줬고
팔자에도 없는 걸레를 빨아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뒹굴러 더러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깨끗했습니다.
방바닥을 두 번 닦고 수세식 변기를 물로 씻겨냈더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군모포를 접어 요와 이불 그리고 베개를 만든 다음
조끼를 벗어 베개를 덮은 것은 취침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
귀찬이즘이 발동 될까봐 나름 긴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컨디션이 다운되면서 몸과 마음이 우울 모드로 흘러갈 조짐입니다.
성경책을 펼쳤습니다.
다른 남자와 살고 온 아내를 받아 드릴 수 없다면서
나를 광야의 아라비안 같다고 하십니다.
내 죄는 하나님을 버리고 말씀을 청종치 않은 것 이고
늦었지만 죄를 자복하고 돌아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또다시 음난 과 정욕으로 더럽혀지지 않도록
좋은 목자(jesus)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한참동안 죄 짓는 것과 말씀 묵상의 관계를 생각해 봤는데
죄를 지면 묵상도 안 되지만 묵상을 안 하면 죄를 짓는 것도 사실입니다.
딩동 소리가 났습니다.
관식 하나에 직원용 사식 두 개가 저녁으로 나왔습니다.
플라스틱 통에 밥 반 주걱 정도랑 닥광 3개 그리고 멀건 국이 전부입니다. 니미럴,
식사시간 5분, 근무자가 저녁을 먹는 동안 푸시 업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다 포기 하고 있는데 동생이 면회를 와 바깥소식을 전해줘서 숨통이 조금 터졌습니다.
그나저나 어머니 다리 수술을 해드려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유치장 뼁끼통에 들어가 혼자 망을 보면서 세면기물로 반신욕을 했습니다.
손바닥을 접어 물 깃는 것이 불편하긴 했어도 알량한 샤워 덕에 개운 합니다.
두 번 면회에 누이가 변호사 사무장을 대동해 왔고
검정색 깔깔이 상의와 영치금을 넣고 갔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실형을 살수 있다고 한 사무장의 말이 신경 쓰이긴 한데
그냥 제 운명을 주의 손에 맡길 심산으로 일언지하에 선임을 거절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솔직히 완전 평안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합니다.
지금이 10시인데 노래방 테이블은 다 채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장이 징역 가 있는 동안 장사 잘해서 목돈 좀 만들어 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장남 때문에 상심이 클 텐데 걱정이 되면서 자식은
손자를 볼만큼 커도 죽을 때 까지 애물단지란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출소하면 울 어머니 관절 수술을 꼭 해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