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내 공연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어느분의 블로그에 올라있는 이 사진과 관람후기를 보게 되었다.
나는 항상, 그리고 아직도 공연 뒤 내 소리나 동영상을 보지 않는다. 사진은 대부분 삭제하고 몇커트만 건지는 편.
음악은 시간예술이란 말이 있다. 연주되는 그 시간에 관객과 연주자의 상태 무대 분위기등 등 .... 표현할 수없는 그 무엇인가가 화학작용을 일어켜 생성되는 시간예술. 그런데 녹음기기나 영상기기의 발달로 기계속에 가두어 놓게 되어 언제라도 다시 무한 반복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계의 발달이 우리에게 준것은 무엇이고 앗은 것은 무엇일까?
'비디오 킬즈 래디오 스타'라는 팝송이 대변하듯
책이 나오기전 이야기로만 구전되었던 설화,신화,어릴 적 할머니무릎에서 귀 기울이던 옛날얘기....
얘기하는이,듣는이의 상상력으로 점점 살찌워가며 오랜 시간쌓이고 깧이고 닳고 닳아 그 표현이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숙성되어 고택의 대청마루에 곱게 곱게 켜켜이 앉은 묵은 때가 은은한 색을 내듯이 우리 판소리도 그렇게 형성되었으리라 상상해 본다.
판소리 수업때 보면 시작부터 가사인쇄물이 꼭 있어야 수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내 학창시절 포크송 20개 정도는 가사없이 디같이 부를수 있었던 시절과 노래방 출현이후 제18번도 화면 안보면 못부르는 요즘의 우리들을 보며 문명의 발달과 우리정서와 상상력, 감각인지능력의 발달은 반비례하는 게 아닐까?
아쉬운 마음이다.
판소리 흥보가 중에서...味談
2008/12/14 00:04
http://landy.blog.me/12005996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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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판소리공연을 관람하게되었다. 솔직히 지금껏 판소리에 대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대로된 공연을 본 적도 없는것 같다. 나이가 든 탓일까? 오늘 본 판소리공연은 뭔가 좀 달랐다. 우선 소리가 쫀득쫀득하니 귀에 달라 붙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풍부한 표현력과 감칠맛 나는 우리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공연에 집중을 하는데 뒷통수를 파박~! 하며 때리는 대목이 나왔다. 판소리 <흥보가> 가운데서 박으로 대박난 흥보집을 찾은 놀보를 위해 흥보 마누라가 술상을 차리는 장면이다.
그간 구박 당한걸 생각하면 '사지가 벌렁벌렁' 떨릴 정도로 분노가 치밀고 꼬라지도 보기 싫은 시숙이건만 남편의 명령이니 묵묵히 술상은 차린다. 허나 아녀자는 이런 상황을 복수의 기회로 삼는다. 없다고 구박한 시숙에게 한상 제대로 차려 뽄떼를 보여주겠다는 흥보 마누라의 의지는 휘모리장단과 더불어 거세게 몰아친다. 헌데 이 표현이 심상치 않다. 일단 내용을 한번 보자.
음식을 채리는디,안성유기(安城鍮器) 통영칠판(統營漆板) 천은(天銀)수저 구리저 십리 서리 수 벌이듯 주루루루루 벌여놓고 꽃 그렸다 오족판(烏足板) 대모양각 당화기 얼기설기 송편 네 귀 번듯 정절편, 주루루 엮어 삼피떡과 평과 진청 생청 놓고 조락 산적 무침 쳐 양회 간천엽 콩팥 양편에다 벌여놓고, 청단 수단 잣배기며 인삼채 도라지채 낙지연포 콩기름에 가진 양념 모아놓고,산채 고사리 수근 미나리 녹두채, 맛난 장국 주루루루루 들여붓고, 청동화로 백탄 숯 부채질 활활 계란을 톡톡 깨어 웃딱지를 띠고 길게 느리워라 꼬꼬 울었다 영계찜, 오도독 포도독 메초리탕 손 뜨건디 쇠저 말고 나무저를 드려라, 고기 한 점 덥벅 집어 맛난 기름에 간장국에다가 풍덩 들이쳐 치이~
대단하지 않으신가? 뭐 눈에는 뭐만 보이다고... 음식에 나름 관심을 가지다 보니 긴긴 판소리 가락 가운데서도 유독 이 부분에서 귀가 번쩍 뜨였다. 마치 눈앞에서 한 상 거하게 차리듯 사실감 넘치는 표현력이 우선 감탄을 자아낸다. 게다가 우리네 음식문화가 저렇듯 화려했던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이 등장해 또한 놀랍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탕에는 쇠수저 대신 나무수저를 올리는 배려까지...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모골이 송연해 지는듯한 충격을 받았다. 여지껏 우리 식문화에 대해 이처럼 풍부하게 표현된 사례를 본 적이 없어 그 감동은 더욱 컸다. 나름 블로그를 하면서 음식에 대한 표현을 풍부하게 하고자 노력했건만... 우리네 조상들의 이 옹골진 표현력 앞에서는 다소곳이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을듯 싶다.
근데 이 <흥보가>는 반전이 또한 기가막힌다. 이렇듯 화려한 상을 차려 과하주까지 올렸건만... 이노메 놀보란 인간은 당최 만족할줄을 모른다. 자기는 아무리 허접한 술자리라도 술 잔 끝에 권주가 한자락 없이는 술을 안먹는다며 흥보 마누라에게 권주가까지 시키는 위인이다.
어릴 때는 그저 권선징악이 어쩌고 하는 것만 알았는데... 이거 가만 보니 <흥보가>에는 제대로된 풍류와 해학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이 좋은 판소리를 두고 우리는 왜 지금까지 삽질만 하고 살아왔을까?
* 사진은 본 공연의 주인공이셨던 김영서선생님이십니다.
-취생몽사-
첫댓글 어려울 것 이라는 선입감을 제쳐 두더라도 물론 열심히 연습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대중 가요를 배우는 것보다 어려운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잘하지도 못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없지만 ㅋㅋㅋㅋ 선생님 연습을 안하고도 잘할수 있는 노하우좀 가르켜 주시면 안되나요?.....꾸벅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냥 웃지요!
젯상에 올라오는 메뉴를 보면, 예전 사람들에게는 최고급 메뉴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젯상의 음식을 집으라면 선뜻 손이 갈 메뉴가 과연 몇 개나 될 지 궁금합니다. 피자나 스파게티가 젯상에 차려져 있다면 몰라도....
판소리에 등장하는 음식이나 의복 혹은 사랑놀음이나 심술정도는 꼭 등장인물의 격에 맞추어 설정했다기보다는 판소리를 향유하는 당시의 민중들에게 최상의 메뉴, 최상의 의복, 최고의 사랑놀음, 최악의 심술을 묘사함으로써 일종의 대리만족을 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놀보심술을 보면 불구대천의 심술보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