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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의 아트 경영
디자인 경영은 도도한 흐름
트렌드 예측 전문가 페이스 팝콘이 쓴 책 [미래생활사전]은 이미 나와있는 단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나올 것 같은 단어들을 미리 정의하고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사전에는 [디자이너 묘지(designer departures)]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동안은 이름없는 석공이 뚝딱뚝딱 만들었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처럼 어떤 디자이너가 만든 묘비인가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요즘에는 3D란 말이 과거처럼 Dirty, Dangerous, Difficult 처럼 나쁜 의미가 아니라 Digital, DNA, Design을 의미한다고 할 정도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 경영에 있어서 디자인 경영이 화두다. 디자인 경영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한마디로 말해 기업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디자인이 생산의 일부분이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 혹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디자인 경영을 매우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 자꾸 늘고 있다. 이미 디자인 경영을 잘 하고 있는 외국기업으로는 애플, 브라운, 필립스, 베네통 등 많이 있다. 국내기업으로는 한샘, 까사미아, LG전자, 삼성전자, 레인콤, 쌈지 등이 있다.
그런데 디자인 경영을 하는 많은 회사 중에 쌈지는 상당히 독특하다. 오히려 디자인 보다 예술을 더 전면에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상품 디자인에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고 기업문화와 기업 이미지, 그리고 마케팅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믿고 실제로 이를 경영에 접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쌈지는 감각경영과 아트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감각경영이란 무엇일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경영상의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감성적으로 경영을 한다는 말일까? 또 아트 마케팅(Art Marketing)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기업이 마케팅을 너무 상업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멋지게 하는 것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기업이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예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아트 마케팅이란 예술 인프라를 이용하여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여 나가는 고도의 감성 마케팅 전략이다.
기업의 아트마케팅
아트 마케팅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문화와 여가지향적으로 변화하면서 문화나 예술, 엔터테인먼트 매체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크게 부상하고 있다. 그 형태에 있어서도 단순히 음악회나 미술전시회 같은 문화행사에 협찬금을 지원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직접 문화산업에 진출하거나 지속적인 전통문화 육성, 신인 록 가수 발굴 등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여, 마케팅활동이 이뤄지는 추세이다. 또 예술활동을 통해 제품판매에 직접적이고도 적극적인 영향을 끼치는 형태로도 변모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을 보통 메세나(Mecenat)라고 한다. 하지만 메세나는 문화예술을 기업 경영에 직접 접목한다기보다는 기업 이미지 제고나 공익 마케팅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마케팅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 이미지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문화예술을 경영에 직접 접목하는 기업들도 많이 늘고 있다. 본격적인 디자인 경영인 것이다. 잡화 전문 업체인 쌈지는 1992년 창사 초기부터 아트를 경영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예술가 후원은 물론 그들의 작품을 쌈지 제품의 디자인에 접목을 해왔고, 외부 아티스트들이 아트 디렉터 형태로 회사에 컨설팅을 해주기도 한다. 물론 회사 직원들은 모두 아티스트적인 지식과 감각을 받도록 훈련을 받고, 회사는 직원의 아이디어과 감각을 회사 운영에 활용하는 데에 결코 인색하지 않다. 한마디로 감각 경영과 아트 마케팅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트와 경영의 접목은 창의적인 디자인과 부드러운 기업문화가 요구되는 요즘 시대에 매우 적합한 접근방법이라고 본다.
쌈지의 시작, 잡화도 패션이다.
지금은 잡화, 즉 액세서리가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다. 하지만
그래서
쌈지는 초기 사각에 각진 정장 가방의 한계를 느끼고 벙거지 풍의 주머니 비슷한 가방을 내놓게 되고 이것이 큰 히트를 치면서 성공적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국내 토탈 액세서리 업계의 선발주자로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10대 20대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소구한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지속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쌈지가 연달아 히트를 치자 ㈜레더데코 회사는 1998년에 이르러 회사 상호를 아예 ㈜쌈지로 바꾸었다.
그 당시 쌈지가 내건 광고카피가 '핸드백을 입자!'였다. 핸드백은 독립적인 악세서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토탈 패션의 일부이니 코디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쌈지 압구정 매장은 가방만 파는 것이 아니라 구두도 같이 팔았다. 때문에 가방을 사려던 사람들은 그 가방과 잘 어울리는 구두와 다른 악세서리도 덩달아 사게 되었고 이는 매출로 이어졌다. 또 이 매장에서는 상품을 팔면서 미술과 음악이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9개 브랜드중에 현재 대표 브랜드인 쌈지(ssamzie)는 민속성과 예술적 감각을 테마로 한 실용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10대 층을 위한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아이삭(issac)은 깜찍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상품으로 중고생뿐 아니라 키덜트들을 타겟 고객으로 하고 있다. 남성용 토탈 브랜드 놈(Nom)은 가방과 액세사리 상품 군을 중심으로 타겟 고객을 30대 중반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한 고유 캐릭터 딸기(dalki's)와 수박군 등을 자체 개발하여 문구, 팬시 용품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스포츠브랜드 쌈지스포츠(ssamzie sports)는 좀 더 캐주얼한 스포티 룩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쌈지의 디자인 경영 철학
쌈지가 아트를 얼마나 중요시하는 지는 쌈지가 내거는 구호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1993년부터 내걸었던 ‘쌈지 그 영원한 테마, 아트’라든지 ‘예술의 생활화, 생활의 예술화’도 그렇고 ‘예술이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가 전부 그렇다.
쌈지의 디자인 경영 철학은 크게 세가지다. ‘구성원의 디자이너화’, ‘디자이너의 경영자화’, ‘상품의 예술화, 예술의 생활화’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쌈지 직원은 모두 교육이든, 이벤트든, 자기계발이든 창의적인 디자인 감각을 함양하고 외부 디자이너, 다른 직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여 예술적인 상품을 만들고 이를 널리 알려 판매를 늘려달라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의 성향이 나이보다는 마인드를 중시한다는 것에 착안, 브랜드 차이를 단순히 나이로 나누는 것이 아닌 문화가치로 구분하고 있다. 즉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하는 가치(Culture + Art + Entertainment)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래서 쌈지는 ‘쌈지-그 영원한 테마 아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쌈지만의 문화(Ssamzie Culture)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아트 프로젝트들을 런칭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계기는 바로 IMF 경제위기였다. 1997년 11월 IMF 경제위기가 닥쳐오면서 예술가들의 생존에 커다란 문제가 생겼고
하지만 이러한 예술가 지원이 메세나(Mecenat) 처럼 무작정 예술가들의 생계를 지원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예술가들을 위해 스튜디오를 제공하거나 전시회를 열어주는 대신 작품을 기증 받는 식의 컬렉션 형태의 지원이었다. 단순 시혜 차원이 아니라 회사와 예술가간의 동등한 파트너십 제휴 형태로 이루어졌다. 쌈지는 현재 10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쌈지의 현황 진단과 제안
그러면 쌈지는 아트 경영, 아트 마케팅을 통해 얼마나 많은 효과를 보았을까. 쌈지는 단순하게 예술가를 지원한다거나 예술품을 소장함으로써 예술을 지원하지 않고 예술가들에게 작업 환경이나 전시 공간을 제공하거나 실제 상품 디자인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기업과 예술가간의 이러한 파트너십은 매우 독특한 방식이어서 우선 예술가들이 이런 방식을 매우 좋아하였고 언론 또한 홍보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에도 상품 디자인이 독특하고 매장 안의 예술 공간을 좋아했다. 하지만 쌈지가 추구하는 예술이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그런 예술이라기보다는 좀 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아방가르드 성향의 것이기 때문에 아주 폭넓은 지지를 받지는 못한 것 같다. 다시 말해 독특한 디자인과 이벤트, 언론 소개로 인해 쌈지의 브랜드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쌈지 상품 구매로 직접 이어지는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대중 예술에만 익숙해서 그럴 지도 모른다. 그리고 쌈지를 좋아하던 소비자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취향의 상품을 아주 젊은이들의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찾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쌈지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는 매출이 급신장하였지만 2002년 매출 1,596억원을 정점으로 하여 2003년에는 국내 경기 침체와 함께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었고 수익도 적자를 보였다. 물론 경기 침체가 큰 이유이지만 브랜드 자체에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쌈지는 현재로서 국내 잡화 브랜드로서 10년 이상 장수해 오고 있지만 다양한 브랜드들의 가치를 높이고 늘어나는 경쟁 브랜드들과의 차별화 유지를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
우선 쌈지의 브랜드 컨셉과 그 브랜드를 사용하는 고객들 사이의 심리적인 갭이 존재한다. 쌈지는 아트 마케팅을 테마로 하여 여러 비주류 언더그라운드 및 인디 예술가들을 후원해 왔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은 주류 대중 문화를 여전히 따르고 있다. 따라서 고객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쌈지는 주류와 비주류 문화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또한 현재 쌈지의 예술가 후원 및 아트 프로젝트는 국내 예술가들을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국내 예술가들의 문화 인프라를 넓혀준다는 의의도 있지만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다면 해외 예술가들을 통한 아트 프로젝트의 강화와 보완도 좋은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 브랜드를 만든다는 모토를 가지고 쌈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튀는 토종 디자인의 쌈지가 국민 패션 브랜드로 계속 발전하였으면 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 비하면 미술 분야에 대한 마케팅 지출이 많지 않다. 음악이나 오페라, 발레 같은 공연에 대한 마케팅 지출은 상대적으로 많다. 레스토랑에 비유하면 음악, 공연은 풀서비스 레스토랑이고 미술은 부페 레스토랑이어서일까. 미술은 사실 좀 어렵고 자신이 갤러리를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보고 이러저리 생각을 해봐야 한다. 한마디로 골치가 아프다. 그런데 이러한 미술 소외 현상은 일인당 국민소득 수준에 올라가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일인당 국민소득이 높기도 하지만 정적이어서인지 음악보다도 미술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대단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트 마케팅은 우리나라에서 약간 앞선 선구적인 이야기일지 모른다. 더구나 아트를 이용하여 디자인에 접목하고 있는 회사는 국내에 별로 없다. 하지만 토종적 기질이 다분한 쌈지의 선구적인 시도는 이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본다. 먼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선구적인 쌈지의
출처 : 월간마케팅
첫댓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천호균 사장의 감각은 거의 예술적이죠. 대기업을 뛰쳐나와 사업한 분이라 도전적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