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적막, 그 기시감(旣視感) 속에서

[늦-가을]

적막, 그 기시감(旣視感) 속에서

                              김 분 옥

적막

적막

적막

네 남자 사이에 한 여자 있네

갈색 송림(松林) 향기 속의 집시여자

그 여자 넋나간 내 눈 속에 박히네

잠간 소름돋는 슬픔,

잠간 칼끝 꽂히는 공포감.

저 그림 산책길 따라 돌아가면

사시절 꽃 만발한 작은 사원 있었지

보이지 않는 사원 뒷뜰에

돌 연못.... 있었지 그런데

오, 부겐베리 덤불 속에서

죽임 당한 집시여자

그래 분명 그 곳에서 피 흘리던 그 여자.

흰구름 낮게 흐르는

영원으로 향한 바람 맑은 저 송림 길

기시감(旣視感) 속 찰라로 봤네

고야의  그림 속에 수줍게 숨겨진

내 전생 보았네

다시 심장을 가르는 이 눈물,

적막. 적막. 적막.

         ('프란시스코 고야' 의 풍속화 "마하와 얼굴을 가린 사나이들"을 감상하다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