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실조증, 소뇌장애, 소뇌 기능장애
1. 정의
운동실조증이란 무엇입니까?
사람이 신체의 일부를 움직일 때 여러 가지 근육들이 서로 잘 협조하면서 움직임으로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런 근육들의 상호작용이 깨졌을 때 운동실조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운동실조증은 감각이 없어지거나 힘이 없어지는 마비증상과는 달리 힘과 감각은 유지되어 있으면서 섬세한 움직임이 망가지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서있거나 걸을 때에 몸통이 술 취한 듯이 흔들리거나 물체를 잡으려 할 때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거리는 증상을 말합니다. 운동실조증은 몸통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는 '축성 운동실조'와 팔, 다리에서 나타나는 경우인 '사지성 운동실조'로 나뉩니다. 술에 심하게 취한 사람에서 보이는 현상의 대부분이 운동실조 증상이라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운동실조증이 왜 나타나게 되나요?
몸이 움직일 때 대뇌(大腦)에서 "몸을 움직이라"라는 명령이 내려오면서 이 명령이 소뇌에 의해서 조절되는데 여러 가지 질환으로 소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운동실조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술에 취한 사람에서 나타나는 운동실조도 술의 알코올 성분이 소뇌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운동실조증이 관찰되면 소뇌 기능의 이상을 의심해야 합니다. 소뇌장애 이외에도 척수질환 및 말초신경장애로 자세감각이나 위치감각이 소실된 경우에도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뇌(小腦)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나요?
소뇌는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중요한 구조물 중의 하나로서 머리 뒤쪽에 위치하며 두개골 안의 용적에 삼분의 일에서 사분의 일 정도를 차지합니다. 소뇌는 거의 모든 신경계에서 감각, 운동, 인지 등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여 운동계 전반에 정보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소뇌는 몸의 움직임을 시작할 수 있게 하고 행동을 미리 계획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뇌의 역할을 정리해 보면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여 섬세하고 조화된 운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2. 증상
소뇌장애 때에 나타나는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소뇌장애가 있는 경우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걸을 때 몸통이 술 취한 듯이 흔들리거나 물체를 잡으려 할 때 헛잡거나 흔들리는 운동실조증이 있고, 둘째로, 움직여야 될 정확한 거리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여 목적하는 물체에 못 미치거나 오히려 물체를 지나쳐 버리는 '겨냥이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셋째로, 빠른 반복운동의 장애로 반복운동이 느려져 있는 상태가 나타나며, 넷째로, 안구가 흔들리는 '안구진탕'과 다섯째로, 목적 물체에 거의 다다르는 부위에서 큰 진동 폭을 가지며 떨리는 '말단성 진전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뇌장애 때에도 치매처럼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나요?
소뇌장애 때에는 치매에서처럼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감소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연구에 따르면 소뇌가 사고, 행동 및 감정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뇌 병변이 있는 경우 여러 가지 형태의 언어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또한 감정장애로 감정표현이 없어지거나 오히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뇌장애로 인한 떨림증은 일반적인 수전증이나 파킨슨병에서의 떨림증과 구별할 수 있나요?
소뇌장애에서 나타나는 떨림증의 특징은 물건을 잡으려고 할 때 목적하는 물체에 거의 다다라서 진동 폭이 커지는 떨림증으로 '말단성 진전증'이라고 합니다. 소뇌성 떨림증은 가만히 손을 내려 놓고 있을 때에는 떨림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파킨슨병의 떨림증과는 구별이 됩니다.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에도 떨릴 수 있으나 제일 심한 때는 물체에 손이나 발을 가져갈 때입니다. 떨림증과 더불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물체를 정확히 잡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즉 잡으려는 물체에 정확히 갖다 대지 못하고 헛잡는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것이 다른 떨림증과 구별되는 점입니다.
소뇌장애 때 어지럼증은 왜 오나요?
소뇌가 담당하고 있는 기능 중에 안구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부위가 있습니다. 이 부위의 기능장애가 있는 경우 안구의 움직임이 팔다리의 움직임 이상처럼 느리고 서툴며 때로는 안구가 흔들리는 '안구진탕'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안구진탕이 있는 경우 눈이 흔들림에 따라 보이는 물체도 흔들려 보이므로 어지럼증이 유발됩니다.
소뇌가 담당하는 또 다른 기능은 척수로부터 올라오는 몸의 자세 및 균형을 바로잡아주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에 손상이 오면 몸의 균형이나 자세의 불안정으로 몸 중심이 비틀거리게 되는 것입니다.
운동실조 때 걸음걸이의 특징이 무엇인가요?
심하게 술 취한 사람이 갈짓자로 걷는 것과 비슷합니다. 걸음걸이가 느리고 다리사이를 벌려서 걸으며 균형을 잘 못 잡아서 비틀거리는 현상이 특징입니다. 균형감각이 나빠져서 다리를 모으고 서있기가 힘들며, 줄 위를 걷는 듯한 보행에 장애가 있습니다.
3. 원인,병태 생리
어떤 질환이 운동실조를 일으킬 수 있나요?
운동실조는 소뇌장애의 주된 증상입니다. 이런 소뇌에 장애를 주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유전성 질환인 선천적 소뇌장애와, 이차적 원인에 의한 후천적 소뇌장애로 나뉩니다.
선천적 소뇌질환은 유전성 질환으로서 가족이나 친척 중에 비슷한 소뇌장애 증상이 있다면 의심해야 합니다. 부모, 자식간에 유전되는 '우성유전성' 소뇌장애와 부모 대는 없더라도 조부모 대에서 유전되는 '열성유전성' 소뇌장애가 있습니다. 이러한 선천성 소뇌질환은 대부분 원인을 모르며 원인을 알더라도 대사장애가 주된 원인이므로 치료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후천적 소뇌장애로는 감염, 소뇌 혈관질환, 소뇌외상, 종양 등의 직접 소뇌에 병변을 일으키는 질환이 있습니다. 소뇌에 병변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소뇌세포의 기능을 나쁘게 하는 알코올, 비타민 부족 및 약물부작용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갑상선 호르몬장애, 전해질장애 등의 원인과 드물게는 몸 어디엔가 존재하는 암세포에 의해서도 운동실조와 같은 소뇌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약 부작용으로도 운동실조가 나올 수 있나요?
예, 그렇습니다. 간질을 치료할 때 쓰는 항전간제 이외에도 수면제, 항암제, 항우울제, 중금속 등의 부작용으로 운동실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운동실조 증상이 있을 때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며 진찰 시에 복용하고 있거나 복용했었던 약물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몸을 비틀거리는 운동실조가 나타나는 경우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갑작스럽게 운동실조가 발생하는 경우는 소뇌병변 중 뇌혈관질환이나 감염증인 소뇌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혈관성 소뇌질환은 뇌혈관이 막히는 소뇌 경색이나 소뇌출혈이 해당하며 응급조치가 필요하므로 즉시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소뇌장애로 인한 운동실조증이 유전되는 병인가요?
모든 운동실조증이 다 유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뇌질환 중 일부에서 유전되는 선천성 소뇌질환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비슷한 증상을 가진 분이 전혀 없다면 선천성 소뇌질환의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드물게 혼자만 나타나는 선천성 소뇌질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차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소뇌질환에서 유전자 검사는 중요합니다.
4. 진단
운동실조를 포함한 소뇌장애 증상은 어떻게 알아내나요?
먼저 발음이 어눌해지는 구음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다리를 모으고 똑바로 서있게 하거나 발 앞꿈치와 뒤꿈치를 붙여서 한 줄로 걷게 하면 비틀거리는 '축성 운동실조'가 나타납니다. 보행을 시킬 경우 다리사이를 벌려 걸으며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현상으로 운동실조를 확인합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와 검사자의 손가락 사이를 왔다 갔다 하거나 자신의 다리로 다른 쪽 정강이를 따라 긋는 검사로 떨림과 헛잡는 증상(겨냥이상이라고 합니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엄지와 검지를 빠르게 반복하여 맞부딪치게 하거나 반짝-반짝을 시켜서 반복운동이 서툴어지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도 안구운동을 시켜서 안구운동 장애가 있는지 관찰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검사의 정확한 시행과 정확한 판정이 중요하므로 비 전문가의 섣부른 검사보다는 신경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찰이 필요합니다.
운동실조증이 있는 경우 소뇌 병변을 어떻게 진단하나요?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적 진단과 더불어서 병변의 정확한 위치와 병변의 성질을 알기 위해서 뇌전산화단층촬영술(뇌 CT)이나 뇌자기공명영상술(뇌 MRI)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소뇌의 크기가 작아지는 '소뇌위축증'질환의 경우는 CT나 MRI를 통해 소뇌위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