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 내래 밥 먹었지비? 평안·함경도 말 뒤섞인 엉터리
내래 밥 먹었지비? 평안·함경도 말 뒤섞인 엉터리
<43> 북한 사투리 연극 없시요 전국 7개 지역 사투리로 펼치는 말모이연극제 이북 부문 참가작 탈북자 출신 오진하 예술감독 대본 수정·배우 억양 지도 나서 영화·드라마 속 ~합네까 어미 북한 일상에서는 안 쓰는 말
“일 없시요.
” (북한 병사 은철) “ 없긴 뭐가 없어… 일이 생겼잖아. ” (한국 여고생 효민) “ 이런 믹재기 같은 애미나이. 일 없으니까 없다는 거 아냐!” (은 철) 지난 1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 조명이 켜진 무대에서 배우들이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창작 집단곰이 펼치는 연극 ‘없시요’ . 객석에 앉아 있던 오진하 예술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철이, 지금 잘했어. 평안북도 말씨도 자연스럽고. ”전국 사투리로 연기를 펼치는 ‘말모이 연극제’ 의 이 북 부문 참가작이다.
줄거리는 판타지에 가깝다.
가족과 함께 중국 단둥에 여행 온 한국 여고생 효민, 아버지 유골을 들고 혼자 여행 온 재일 교포 영욱, 북한 쪽 접경을 경비하는 병사은철이 주인공. 회오리 바람에 세 사람이 한꺼번에 북한 땅에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던 세 사람이 티격태격대화하다가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돼요.
알고 보니 오래전 헤어진 가족이었다는 설정입니다.
” 대본과 연출을 맡은 강제권 감독은 “ 특히 평북 천마군 출신인 은 철의 대사를 쓰기가 어려웠다” 며 “ 일단 써놓고 오 감독님 감수를 받았는데, 마치 전라도 · 경상도·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놓은 것처럼 엉터리라고 하더라” 며 웃었다.
극의 절반이 이북 사투리로 전개되는 만큼 탈북자 출신인 오진하 감독의 역할이 컸다.
대본을 북한 말과 정서에 맞게 수정하고, 배우들에게 평안도· 함경도 사투리를 지도 했다.
“은철이는 평안도 사람인데, 석 줄만 넘어가면 어느새 함경도 억양으로 넘어가 있어요.
그만큼이북 사투리가 우리한테 생소하다는 뜻이겠죠. ” 은철 역을 맡은 배우 정욱 권씨는 “ 고향이 대구인데 평안도 사투리로 연기하기가 쉽지 않더라” 며 “감독님 발음을 깡그리 녹음해서 반복해 들었다”고 했다.
평양 출신인 오 감독은 당의 입맛에 맞춰 북한 선전물을 만들다 탈북을 결심했다.
“남한의 여러 작품을 보면서 나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며 “ 북한의 창작자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 이라고 했다.
탈북 후 인권과 생명에 대한 시나리오를 써 왔고,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담은 창작 뮤지컬‘언틸더 데이(Until The Day)’ 등을 연출했다.
그는 “한국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북한 사투리는 대부분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등이 뒤섞인 엉터리” 라고 했다.
예를 들어 “내래 밥 먹었지비” 라는 문장은 틀렸다.
‘내래(내가)’ 는 평북 사투리, ‘~지비’ 라는 어미는 양 강도와 함경도 사투리라는 것. “평북 사람이라면 ‘내래 밥 먹었소’ , 함경도라면 ‘나 밥 먹었다’고 해야죠. 경상도 말 하다가 갑자기 전라도 사투리 쓰는 것과 같아요.
”또 “~ 했습네까…” 라는 어미는 북한에서 쓰지 않는다고 했다.
“주로 코미디 프로에서‘~네까’ 를 자주 사용하던데 탈북자들은 어리둥절해하지요.
” 오 감독은 “ 지금 한국에선 옌볜 말이 북한 말로 둔갑돼 있는 것도 문제” 라며 “이번 ‘말모이 연극제’ 가 북한 사투리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고 했다.
‘말모이 연극제’ 는 올해 2회를 맞았다.
주시경 선생의 뜻을 이어 편찬한 사전 ‘말모이’ 처럼 순수 우리말인 각 지역의 사투리를 살려 무대 예술인 연극 양식으로 극화해 보자는 취지다.
전라·이북· 충청·경기·경상· 강원· 제주 등 일곱지역의 특색을 살려 여덟 극단이 다음 달 25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없시요’ 는 15 일부터 20일까지. 허윤희 기자연극 없시요 에 나오는 북한 말“일 없시요” (문제 없다, 괜찮다) “ 이런 믹재기 같은 애미나이” (이런 미덥지 못한 계집아이) “내래 애육원 시절부터 미남이라는 소릴 많이 듣긴 했지” (내가 고아원 시절부터~) “ 후라이 까지 말라” (거짓말하지 마라) “기 카믄 하나 두리 서 이 세고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자우” (그러면 하나 둘 셋 세고~) 고운호 기자 북한 병사 은철(오른쪽)과 세호가 서로 총을 겨누는 장면. 탈북자 출신인 오진하(가운데) 예술감독이 두 배우의 이북 사투리 억양을 지도하고 있다.
출처:blog.naver.com/lhkyjc/222090733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