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에 있는 감나무의 잎이 주황빛을 띠고 은행잎이 샛노랗게 물든 풍경에서 늦은 가을이 물씬 느껴집니다.
뜨겁던 여름의 햇볕이 어느새 쓸쓸하리만큼 약해졌습니다.
그 기울어가는 햇볕을 받으며 뿌리째 뽑아놓은 고춧대에서 쓸만한걸 골라내는데 놀아줄 사람 없는 이웃집 고양이가 다가와서 아는 체를 합니다. 애교를 부리느라 발랑 누워서 뒤집기도 하고 야옹거리는데 쓰다듬어주니 좋아합니다.
시골은 파리도 외로운지 붕붕거리며 사람만 자꾸 따라다닙니다.
할 일이 없다면 시골은 정말 외로운 귀양지일겁니다.
그렇다고 서울에 사는 이들이 외롭지 않은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외롭기 때문에 끼리끼리 모여 진탕 먹고 마시며 떠듭니다.
저도 예수님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친구들과 미사리의 카페에서 머리 벗겨진 송 창식의 노래를 들으며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는 우울한 중년 아줌마로 살아갈지 모릅니다.
일하다가도 고개를 들면 문득 외롭고 쓸쓸하다고 하던 남편은 지금 외로워할 겨를도 없이 국가에서 시켜주는 농기계 연수를 받기위해 가평농업대학의 대표로 가서 밤늦게까지 진땀 흘리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지만 하나님이 없는 사람의 외로움은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우리 목장에 온 어느 지체도 우울증이 있습니다.
남이 부러워하는 사회적 지위와 재산이 있는데도 그분은 외로움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중년이 된 지금까지 독신으로 살면서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나 자녀 때문에 속을 썩는 다른 목원들은 그분을 부러워하지만 그분은 자기의 고난은 외로움이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그 외로움 때문에 교회까지 왔고 목장에도 오게 된 건 퍽 다행입니다.
가을이 됐으니 그분이 더 외로움을 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직도 예수님을 못 만났으니 이 쓸쓸한 가을이 얼마나 공허하겠습니까.
저에게는 그분을 위해 기도해야할 일이 있으니 외롭지 않습니다 |
첫댓글 수고가 많네요. 최송희집사님은 예전에 방송국작가로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있는데 우리교회에서 은혜를 많이 주고 있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