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요하네스버그 컴백.
달라진 건 공항 시설이 조금 더 낡아 보인다는 것뿐인 듯하다.
하~~
슬픈 예감과 왠지 모를 불안감은 왜 틀리는 적이 없는 걸까?
여행은 늘 계획의 30%만 실현되는 것임을 알고 있지만ᆢ
렌탈카 업체는 계약서에 없었던 디테일한 조건들을 달기 시작하고, 내비게이션은 충전기를 꽂을 수 없다.
차를 바꿨다.
남아공 이외의 지역으로 가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내전 중인 짐바브웨는 들어갈 수 없단다. 심지어 이건 계약위반에 속하지도 않는다.
이야기를 계속 하고, 무언가를 쓰고 또 쓰고, 또 바꾸고,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디파짓차지를 또 지불하고ᆢ
그러느라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다.
장보기 위해 들르기로 했던 픽앤페이는 가지도 못하고, 왼쪽 운전 왕초보인 성선생님의 첫 운전으로 요하네스버그 시내를 황급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로밍한 폰은 대답이 없다.
로밍센터로 몇 번이고 전화를 하고, 몇 번이나 지역통신사를 새로 지정하고 등록하고 했으나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숙소에 전화를 해서 우리가 예상 시간보다 많이 늦을 것 같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전화를 했다기보다, 어쩌다 얻어걸린 듯하다. 불행중 다행히도ᆢ
인터넷이 안 되니 열심히 숙소 찾아 저장하고 즐겨찾기했던 구글지도는 먹통이다. 맵스미는 제멋대로다. 게다가 GPS는 찾는 것마다 없다. 기계가 엉망인 건지 내가 사용법을 모르는 건지ᆢ
사면초가다!
헤매고 혼란스러워하다 한밤중에 이상한 비포장도로 끝의 을씨년스런 게이트 -라기보다 철조망- 앞에 섰다.
이게 과연 숙소가 맞을까? 산 속에서 오늘 밤을 보내는 게 아닐까?
절망감과 불안감이 가득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 안 듣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받는다!!
게다가 여기가 맞단다.
게이트를 열어주기 위해 이곳까지 오겠단다.
5분? 10분? 마음의 시계는 한 시간ᆢ
주인의 차가 도착했다.
철조망이 열리고 ,우리는 꽤 오래 무서운 숲길을 달렸다.
갑자기 쿵 소리가 난다. 엄청나게 큰 돌이 차 아래를 때린 듯하다. 설상가상ᆢ 아는 한자숙어는 다 나오겠다.
드디어 도착했다. 귀곡산장이 따로 없다.
내부는 롯지라기보다ᆢ숲속의 방갈로 같은 느낌이다.
분명 후기가 최고였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내 머리는 이미 뒤죽박죽ᆢ제 기능을 잃었다.
쉽지 않은 아프리카행임을 각오했었지만 심해도 너무 심한 신고식이다.
춥고 황망하고ᆢ
샤워기는 야외에 있고ᆢ
그래도ᆢ피곤하니 눕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일단 자자.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ᆢ 뜨긴 하겠지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