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속도와 성능으로 세상을 바꾸는 슈퍼컴퓨터!
<KISTI의 과학향기> 제6892호 2024년 03월 18일
챗GPT, 제미나이, 클로바X와 같은 인공지능(AI)이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질문에 답변하고, 글을 쓰고, 외국어를 번역하고, 코딩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죠.
그런데 이 AI들이 똑똑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슈퍼컴퓨터’ 덕분이에요.
슈퍼컴퓨터로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했기 때문이죠.
슈퍼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그림 1. 슈퍼컴퓨터는 당시 가장 빠른 연산속도를 가진 컴퓨터를 말한다. ⓒClipartKorea
슈퍼컴퓨터는 수천 개의 두뇌를 가졌다?
슈퍼컴퓨터는 우리가 쓰는 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빠릅니다.
얼마나 빠르냐면,
수십억 명이 1년간 매달려야 해결할 수 있는 연산 문제를 단 1초 만에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가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컴퓨터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의 개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컴퓨터에는 1개의 CPU가 있는데, 슈퍼컴퓨터는 수천 개의 CPU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천 대의 컴퓨터가 연결되어 하나의 작업을 나눠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요.
그래서 개인용 컴퓨터는 책상 일부분만 차지하지만, 슈퍼컴퓨터는 교실보다 몇 배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설치된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468㎡,
농구장 크기만 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그림 2. 슈퍼컴퓨터는 수백 개에서 수백만 개에 달하는 시스템을 연결하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KISTI에 있는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농구장 크기의 면적을 차지한다. ⓒKISTI
슈퍼컴퓨터로 게임할 수 있을까? 용도가 다르다!
이렇게 속도가 빠르고 성능이 좋다면, 슈퍼컴퓨터로 게임을 하면 게임이 더 잘 될까요?
우선, 하고 싶은 게임이 슈퍼컴퓨터의 운영체제에서 실행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슈퍼컴퓨터는 우리가 쓰는 개인용 컴퓨터와는 다른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든요.
운영체제는 사용자가 컴퓨터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개인용 컴퓨터는 윈도우와 맥OS 등의 운영체제를 사용합니다.
반면, 슈퍼컴퓨터는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 컴퓨터에 작업을 지시하는 ‘리눅스’라는 운영체제를 쓰고,
슈퍼컴퓨터 맞춤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을 씁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 환경을 다 바꿔야 하죠.
게다가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슈퍼컴퓨터가 기대한 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컴퓨터와는 용도가 전혀 다르기에,
게임을 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슈퍼컴퓨터는 처음부터 사람이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계산을 대신 해주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그래서 날씨를 예측해 일기예보를 만들고, AI를 학습시키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자연을 이루는 입자나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알아내는 등,
대규모 실험과 계산이 필요한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더 쉽게 예를 들어 볼까요?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볼 수 있는 경주용 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빠르지만,
좁은 골목길을 주행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경주용 차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이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슈퍼컴퓨터는 빠른 계산 속도를 가지고 있지만,
게임은 ‘계산’과는 크게 관련이 없기에 슈퍼컴퓨터가 능력을 한껏 뽐내기 어렵답니다.
오히려 슈퍼컴퓨터는 게임을 하는 것보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시뮬레이션, AI 알고리즘, 게임 플레이 분석 등을 연구해 게임의 품질을 높이는 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죠.
그림 3. 슈퍼컴퓨터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Shutterstock
현재 1위 슈퍼컴퓨터는 초당 약 100경 번의 연산이 가능!
1964년 최초의 슈퍼컴퓨터 ‘CDC-6600’이 등장한 이후,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어마어마하게 발전했습니다.
슈퍼컴퓨터의 능력은 ‘플롭스’로 표현하는데,
컴퓨터가 1초 동안 얼마나 많은 연산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예요.
2007년 미국에서 1초에 1000조 번을 연산할 수 있는 1페타플롭스의 슈퍼컴퓨터 ‘로드러너’가 등장한 이후,
현재 슈퍼컴퓨터는 페타플롭스급 성능을 갖추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는 무엇일까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를 공개하는 슈퍼컴 ‘TOP500’에 따르면, 현재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프론티어’라는 슈퍼컴퓨터가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 컴퓨터의 성능은 1.194엑사플롭스로, 초당 약 100경 번의 연산이 가능하답니다.
슈퍼컴퓨터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거예요.
2030년에는 슈퍼컴퓨터의 속도가 요타플롭스, 즉 프론티어보다 100만 배 이상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슈퍼컴퓨터가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무척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