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나 사랑을 시작했다
<문학과 의식>을 통해 등단한 용혜원 시인의 67번째 시집『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작품집으로, 사랑의 설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은 상처와 후회, 더 뜨겁지 못했던 삶에 대한 아쉬움,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을 감성적인 시어들을 통해 담담히 고백하고 있다. 하루에도 열두 번 씩 변하는 마음의 상태변화를 솔직하게 읊어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따뜻한 위안이 되어준다. 수묵, 채색, 한지 등으로 우리다움의 멋을 한껏 보여주는 임효 화백의 작품도 시 전체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리움의 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나
사랑을 시작했다
눈물범벅 되도록 보고 싶어
머뭇거렸던 순간도 훌쩍 뛰어넘어
아무도 눈치채지 않게
팽팽히 당겨 놓고 싶었다
빈 조개껍질같이 텅 빈 마음의
고독한 틈새 사이로
사려 깊은 사랑으로 찾아온
숨결이 따뜻해서 잠이 들고 잠에서 깨었다
장난기가 잔뜩 밴
눈빛과 목소리가 하늘거리고
사랑스럽고 그리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터널을 오가며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차가운 마음에
훈기가 돌도록 원하는 만큼
눈물을 흘리며 서로 포옹하고 싶었다
목차
책머리에 ㆍ 5
1부 | 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합니다 / 5월 /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 바위틈에 피어난 꽃 / 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
보름달 / 네 마음을 슬쩍 보여 준다면 / 고맙다 친구야 /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너를 사랑하는 마음 / 그땐 나는 몰랐다 / 너의 목소리 / 사랑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 외로움 탓에 / 내 사랑아 내 사랑아 / 호수의 아침 / 감동 / 석류 / 자명종 소리 / 그대 따라 떠날까 / 서로 나누며 삽시다
2부 |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던 날
짧은 휴식 / 후회 / 소문 /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던 날 / 열무 국수 / 막국수 한 사발 / 위로받을 수 없는 고통 / 어느 날 오후 / 악수 / 가을 여행 / 고독의 무게를 느낄 때 / 울고만 싶은 날 / 잠 못 드는 밤 / 살아가는 데 어찌 괴로움이 없을까 / 한밤에 꾼 꿈 / 어디로 가야 하는가 /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사람 / 잠 /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마다 / 가을 나무 / 당신은 어떻습니까 / 희망을 가져야 한다
3부 | 추억의 낡은 헛간에서
친구야 너 밥 한번 사라 / 나는 너를 석방해 버렸다 / 남은 삶 / 잘 낫지 않는 병 / 왜 이렇게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지 / 가을 하늘을 보면 / 빈손 /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 / 추억의 낡은 헛간에서 / 삶이란 / 기억의 밑바닥에서 / 한겨울의 기다림 / 홍합 / 12월 / 내 자식들아 / 가야금 산조 / 다시 돌아오는 날 / 배신 / 너 같은 놈 처음 봤다 /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 외로움을 묶어 던져 버리고 싶은 날 / 추억 속에서라도
출판사 서평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가득한 시집
용혜원 시인의 신작 시집이 새로 나왔다. 마음의 풍경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용혜원 시인은 이 시집에서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을 가득 담았다. 사랑의 설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은 상처와 후회, 더 뜨겁지 못했던 삶에 대한 아쉬움,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용혜원의 시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연인, 친구, 부모자식 등 세상의 모든 따뜻한 시선에 사랑이라는 말을 붙이듯, 때론 후회하고 상처받을지언정 늘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 있었기에 지나간 추억이 아름답고, 사랑이 있기에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그래서 시인에게는 그리움도, 성냄도, 아름다움도 모두 사랑인 것이다. 삶을 너무 사랑하기에 때로 마음의 병에도 걸렸음을 고백한다.
비틀비틀 갈팡질팡하며 흘러가는 세월. 어쩔 수 없이 겪어내야 하는 고통과 상처를 견디다가도 문득 커피 한 잔, 막국수 한 사발에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진다. “친구야, 밥 한번 사라” 하며 푸념하기도 하고 불면증 때문에 한밤에 울린 자명종 소리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적당하게 배부르고 등 따스한” 것만으로 행복의 충분조건이 됨을 깨닫는다.
시인은 욕심 부리지 않고 꾸미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하는 마음의 골, 거기에서 찾아내는 소박한 삶의 의미. ‘내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고 얻는 공감과 위로. 그것이 용혜원의 시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이 시집에는 수묵, 채색, 한지의 표현을 통해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치면서 우리다움의 멋을 보여주는 화가 임효의 그림이 풍성함을 더한다.
책속으로
그리움의 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나
사랑을 시작했다
마음의 터널을 오가며
차가운 마음에
훈기가 돌도록 원하는 만큼
눈물을 흘리며 서로 포옹하고 싶었다
<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중에서
하지 않아도 될 걱정 속에
한동안 말을 잃고 살았다
우울증이 번져
절망의 찌꺼기가 괴롭혀
웃고 싶은데 눈물만 쏟아졌다
<살아가는 데 어찌 괴로움이 없을까>중에서
지나온 삶의 안타까움과
다가오는 삶에 대한 기대감 속에
늘 서성거리다가 떠나는 것은 아닐까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마다> 중에서
인생 뭐 별건가
때때로 막국수 한 사발에도
기분이 좋고 살 맛 나는 걸 보면
…
인생 사는 맛이다
<막국수 한 사발> 중에서
순수하게
감정이 원하는 대로
덧붙이거나 색칠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