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좋은데 7월들어 휴가에 들어서기 시작한 거래처 덕에 일도 줄고, 냉방과 더위에 오락가락 머리까지 아프다며 입맛을 잃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
그래~~ 이럴땐 꿍쳐둔 쿠폰으로 치맥이나 해야겠다. 그것도 한번에 두마리나 주는 호식이두마리 치킨이지 않는가~
냉동실에 급히 넣은 캔맥주가 살얼음이 생길즈음 때맞춰 배달이 왔다. 역시 한마리 값에 두마리는 닭이 너무 야위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 보지만 딱히 눈 가는 프로그램이 없다. 장맛비에 야채값이 폭등해 삼겹살 한점에 상추 두장은 엄청난 민폐라 한다. 뒷쪽으로 넘어갈수록 당대표 선발이니 청문회니 유투브에 차고 넘치는 정치뉴스의 반복. 술도 들어간 김에 목소리마저 커질까 재빨리 돌린다. 지난 주말 드라마가 2회 연속방송 중이다. 또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나보다
결국 티비유목민이 되어 정착하지 못한채 치킨 한입, 맥주 한모금에 아이들에게 문자를 넣는다.비는 많이 오지 않는지? 밥은 먹었냐? 덥지는 않나? 내친김에 부모님께도 안부를 여쭙는다.
전원일기도 아닌데 장면들이 자꾸 스쳐지난다.
내일은 장을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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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한 일들이 좀 있어야겠다/ 손택수
내게도 공연한 일들이 좀 있어야겠다
일정표에 정색을 하고 붉은색으로 표를 해놓은 일들 말고
가령,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모종대를 손보는 노파처럼
곧 헝클어지고 말 텃밭일망정
흙무더기를 뿌리 쪽으로 끌어다 다독거리는 일
장맛비 잠시 그친 뒤, 비가 오면 다시 어질러질 텐데
젖은 바닥에 붙어 잘 쓸리지도 않는 은행잎을 쓸어담느라 비질을 하는 일
치우고 나면 쌓이고, 치우고 나면 쌓이는 눈에 굽은 허리가 안쓰러워
어르신, 청소부에게 그냥 맡기세요 했더니
멀거니 쳐다보곤 하던 일을 마저 하던 그 고요한 눈빛처럼
별 뜻도 없이 고집스레, 내 눈엔 공연한 일들에 노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상하지 않는가, 나는 이 쓸모없는 일들 앞에서 자꾸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세상에는 값지고 훌륭한 일도 많다지만
첫댓글 손택수 시와 두마리 치킨이 딱 맞네요 ㅎ
근데 닭에 살이 너무 없어서… ㅠ
일상이 편안하고 그대로 좋네요, 선아샘
잘 지내시죠? 진영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