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배달시켜 먹는 안주는 만만한게 통닭이다.
손님이 없어 웨이타와 아가씨들과 쐬주 한 잔 마시기로 하고 교천치킨에서 후라이드 한 마리 시켰는데
닭강정 같은 치킨이 너무 맛이 없었다.
'깨작 깨작' 먹고 있던 중에 웨이타 녀석이 튀긴 통닭이 맛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며 사오겠다고
의기양양 침을 튀기며 고함치듯 말한다.
"그래 니가 사와 봐 스캬! 얼만데?"
"반 마리에 삼천오백원!"
맛이 예술이다. 네 명이 둘러 앉아 4쪽, 즉 두 마리를 이렇게 맛있는 것을 처음 먹어본다는 듯이
후추 섞인 소금에 찍어 뼈까지 후루룩 핥아 먹는다.
"이거 파는 데가 어디냐? 정말 맛있다."
그곳은 송북시장 안의 나이가 약 칠십살 정도되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만 식당이다.
나는 단골이 돼서 혼자서도 가끔 출출하면 반마리에 소주 한 병 먹으러 들르곤 했다.
"우리 아들한테도 맛 보여 줘야지!"
나는 맛있는 걸 먹게 되면 혼자만 먹는게 미안하다는 듯 늘 마누라와 아들을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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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학교에 갔다 일찍 온 어느 날이었다.
"아들! 우리 통닭 먹을까?" 나는 쐬주와 통닭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꿀꺽!"
튀긴 닭 두 쪽과 쐬주 한 병을 사들고 들어와 아들과 마주 앉아 먹고 있었다.
마누라가 그날따라 일찍 퇴근해서 참견한다.
"그거 웬 닭이야?"
"응! 시장에서 튀겨온 닭인데 맛이 예술이야! 이리와 같이 먹자!"
"흥!"
마누라 눈에 불꽃이 튄다.
"맛 있으면 너나 처먹지 왜 사와가지고 아들한테까지 먹이고 난리야?"
"쓰바! 맛 있으면 그만이지 왜 지랄이람..." 궁시렁, 궁시렁!
"뭐 새캬?"
"아니 내가 뭘~" 우물쭈물
"너 한 번만 더 그 닭 사가지고 오면 디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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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은 후로 마누라가 왜 그 생난리 부르스를 쳤는지 곰곰히 머리 굴리며
그 식당 앞을 지나다니며 유심히 살펴보았다.
끄응!
그 식당은 식당 밖의 진열대에 통닭을 초벌 튀겨 바구니에 담아 놓고 그 옆에 기름가마가 놓여 있었다.
닭과 기름가마를 밖에 내어 놓고 덮지 않아서 먼지와 날아다니는 오물 등에 노출되어 있었고
하루 종일 먼지 쌓인 닭을 먼지 쌓인 기름에 튀겨 내는 것이다.
"이런 된장!" 황당 착잡 시츄에이션.
아둔한 나는 마누라가 왜 그렇게 핏대를 세우며 난리를 쳤었는지 그제서야 알아 차린다.
그리고 아들과 그 통닭을 먹은 것에 대한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옛 맛을 잃어가는 식당에 가면 그집이 돈을 많이 벌어 맛이 변했던 어쨌던 나의 맛집 한군데가 없어졌다는 점에 대해서
심히 분개하는 나는
아쉽지만 시장 안 그 통닭의 맛을 포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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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상품의 맛은 나의 주관적인 입맛을 말한 것이며 특정상표를 지칭해 맛이 없다고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바 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상품도 그 당시 나의 입맛에 맛이 없을 수 있음)
※재래시장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며 간혹 비위생적인 곳이 있습니다.
※마누라와의 대화는 재미를 위해 상소리를 섞어서 썼을 뿐이고 베짱이는 한 가정의 근엄한(?) 가장임을 밝혀둡니다.
첫댓글 우하 베이님은 소설을 써도 참 재밌고 리얼하게 쓸것 같은데 넘 재밌당친구 상소리도 용서할 만큼 재밌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