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말 없는 무덤, 군위 엄흥도 묘소 ‘묵묘(黙墓)’ 미스터리
글·사진 : 대구선비 송선비 송은석
(3169179@hanmail.net / 010-9417-8280)
‘말 없는 무덤, 묵묘(黙墓)’
묵묘는 군위 엄흥도 묘역 바로 남쪽 숲속에서 발견했다. 묘역 남쪽 경계에서 불과 10m 남짓 떨어진 숲속이었다. 엄흥도 묘소에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그동안 이 묘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왜일까? 거리는 가깝지만 묘역으로 관리되는 지역을 벗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묘소는 대부분 산에 있다. 2-3년만 벌초를 게을리해도 잡목이 올라오고, 길이 사라진다. 10년 정도 더 지나면 묘소는 숲으로 변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결국 묘는 묵묘(黙墓)가 된다. 한번 묵묘가 된 묘를 다시 옛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평생 묘소를 찾았던 어른들은 세상을 떠났고, 젊은이들은 묘소 위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간에 이것이 바로 묘소를 잃어버리는 메커니즘이다.
‘미스터리 묘, 10개 석물’
‘미스터리 묘’(일단 이렇게 이름하자)는 봉분과 석물을 모두 갖추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봉분 앞에 놓인 ‘석물’이다. 모두 10개의 돌로 구성되었는데 이런 양식의 묘소 석물은 처음 본다. 양반사대부가 묘가 아닌 보통의 묘소 석물은 상석, 향로석 정도다. 여기에 망주석까지 갖췄다면 아주 잘 조성된 묘다. 하지만 그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양반 소리 정도는 듣는 집이라야 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 민초들의 묘는 봉분 하나로 끝난다. 그나마 조금 여유 있고 생각 있는 집이라면 ‘묘 주인 이름’을 새긴 작은 상석 하나 정도는 두었다. 그만큼 묘소에 석물을 두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숲속에서 발견한 미스터리 묘는 크기는 작지만 모두 10개의 돌로 구성되어 있다. 8개는 지면에 수평으로 박혀 있고, 2개는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사우나 같은 무더위 속, 땀을 뻘뻘 흘리며 1시간 정도 미스터리 묘에 머물렀다.
‘도대체 이게 뭐지?’
앞쪽에 수직으로 세워진 2개의 돌에는 글자가 아닌 수수께끼 같은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정면에서 마주 보았을 때 왼쪽 것은 높이 약 39cm, 오른쪽 것은 약 48cm 정도였다. 왼쪽 돌에 새겨진 문양은 눈을 강조한 사람 얼굴을 닮았고, 오른쪽 돌 문양은 살을 발라낸 갈치 뼈를 닮았다. 크기는 작지만 특이한 문양을 새겨 비석처럼 수직으로 세워둔 것을 보니 무언가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이하 비석으로 표기) 한참을 살펴봤다. 순간 비석에서 글자가 보였다.
‘아뿔사! 엄(嚴) 자의 파자(破字)구나!’
왼쪽 비석은 엄(嚴) 자의 윗부분(口+口+厂), 오른쪽 비석은 엄(嚴) 자의 아랫부분인 ‘감(敢)’를 파자해 놓은 것이었다. 글씨체는 예서의 변형인 예변체(隷辨體)에 가깝다. 왼쪽 비석은 바로 봐도 그렇지만, 위아래를 거꾸로 뒤집어 놓고 보면 예변체 ‘嚴’ 자의 윗부분과 거의 일치한다. 반면 오른쪽 비석은 ‘敢’ 자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묘를 조성한 이가 이 묘의 주인이 ‘嚴’ 씨임을 매우 비밀스럽게 표현한 것 같다.
‘앞에서 보면 흥이요, 뒤에서 보면 엄일세’
이번에는 정면에 서서 석물 전체를 한 번 내려다봤다. 신기하다. 또 글자가 보인다. 돌들이 놓여 있는 모습이 암만 봐도 ‘흥(興)’ 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봉분 위에 올라서 뒤쪽에서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억지로 끼워 맞춘다면 ‘엄(嚴)’ 자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대체 이 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다음에 계속)
2026년 7월 23일 목요일
대구선비 송선비 송은석 拜
첫댓글 휴 ~ 소름끼치는 대단한 발견이네요.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현장을 확인하신 분 대부분이 도행님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땀범벅 속에서도 순간 한기와 소름이..
무더운 날씨에 엄청 고생하신 보람도 있으실것 같아요... 참으로 흥미롭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청산님 관심가져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송은석拜
대구경북 kbs 뉴스에
이번에 제가 발견한 '엄흥도 추정 진묘'가 보도될 예정입니다..
2주 넘게 고생한 보람이... 비로소...
휴~~~~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오늘도 무탈하시고 늘 행운이 함께 하시길..
송은석 拜
2026년 8월 3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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