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실은 봄기차와 함께한 진주수목원
4월24일. 토요일. 아침!
맑게 갠 하늘을 보며, ‘하느님도 가끔 개구쟁이 짓을 하는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지난밤에는 비가 제법 많이 내려서 걱정을 했다. 요즘 들어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서 맑은 하늘을 보면서도 혹시나 하여 가방 속에 우산도 준비했는데 우산을 양산으로 써야할 만큼 날씨가 쨍했다.
이번『녹색생활실천운동 기차여행』은 코레일 부전관리역과 부산아동문학인협회가 주최하여
처음 시도하는 행사였다.
부전관리역 작은사랑 실천봉사단 자원봉사자 4명, 지역아동센터 인솔교사 3명, 부산아동문협 회원 7명이 아이들과 기차여행을 함으로써 ‘꿈과 희망’이라는 꽃나무를 아이들 마음속에심어 주기 위함이었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아이들은 하현덕 영업과장님의 안내로 부전역을 견학하였다.
하현덕 과장님은 아이들에게 역에서 하는 일, 자동발매기나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사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는 무궁화호를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하고 부전역장님의 환영 인사와 부산아동문협 소민호 회장님의 부탁 말씀을 들었다.
아이들이 탄 기차 안은 와글와글, 그야말로 개구리 떼가 모여 있는 무논 같았다. 좌석을 돌려서 친구와 마주보고 앉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은 봄 햇살처럼 마냥 밝고 환했다.
부산아동문협 선생님들은 그림 공책 40권에 격려의 글과 싸인을 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김승태 선생님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동안, 황미숙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우리 모두 다같이~~” 라는 노래와 기차박수를 치면서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행사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다. 김승태 선생님도 아이들과 친밀해지기 위해 넌센스 퀴즈와 입으로 주고받는 기차소리 놀이를 하였다.
김승태 선생님이 준비한 <동시야 놀자>는, 열차 출입구 위쪽에 초록색 부직포로 만든 알림판을 걸고 그 위에 박선미 선생님의 동시 <봄비>가 적힌 낱말과 문장들을 붙였다 뗐다 하는 재밌는 놀이였다. 지난밤에 정말로 봄비가 내렸기에 동시 제목과 내용은 더 실감났다.
“봄비! 하면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지요?”
하고 선생님이 묻자, 상상력이 담긴 아이들의 대답은 정말 알록달록 고운 무지개 같았다.
봄비라는 낱말에 생쥐, 지렁이, 냉면, 하늘 이라 말하던 아이들…
그렇다면 <봄비>를 쓴 시인은 ‘봄비’를 보며 먼저 무엇을 떠올렸을까?
부직포 위에다 김승태 선생님은
=
라는 낱말카드를 붙여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며 무한한 상상의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봄비
아기 새싹
초록 얼굴 내밀라고
찰카닥
찰카닥
꽁꽁
얼어붙은 땅
열어 주는
은빛 열쇠
|
동시 문장에 쓰인 언어들을 낱말카드로 만들어 섞은 다음 순서대로 맞춰보고, 동시를 외워서 발표하는 놀이는 한림정역을 지나, 진영역에 도착할 무렵인 11시 20분까지 이어졌고, 아이들과 선생님이 <봄비>를 함께 낭송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아이들 배꼽시계가 허기 신호를 알릴 때 쯤, 하현덕 과장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이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정성껏 준비해 주신 고마운 도시락을 쪼그려 앉아 먹거나 무릎에 놓고 무궁화 호식 친환경 식사법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
점심을 먹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거나 차창 밖 풍경을 보며 가니 어느 새 수목원 역에 기차가 도착하였다.
기차에서 내려 1키로 쯤 떨어진 수목원을 향해 걸어가는 길에는 논보다는 초록일색인 보리밭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맑은 물결의 반성하천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멀리 밭 한가운데에 서 있는 벚나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천천히 수목원으로 들어갔다.
봄볕이 제법 따갑게 내리쬐는데도 수목원에는 단체여행이나, 가족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아이들은 잔디가 곱게 깔려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메고 온 가방들을 나무 밑에 내려놓았다. 아이들과 인솔 선생님들은 손과 손을 맞잡고 원을 만들어, 전래놀이인 수건돌리기와 너구리 쫓기 놀이를 하였다.
야외인 탓에 웬만큼 목청을 높여도 노래 부르는 소리가 제대로 안 들릴 정도였다. 아이들은 봄볕을 받으며 30분 정도 신나게 놀이를 즐겼다.
수목원에 와서 온갖 종류의 꽃나무들이며, 동물원 구경을 하지 못한 것이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땀 흘리면서 웃고 놀았다는 자체만으로도신나고 즐거웠을 것이다.
뚱뚱한 한 아이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수건돌리기 놀이가 재미있었는지 좀 더 하고 싶다며 연방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는 다이어트 좀 되었지 싶다.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웃으면서 농담 삼아
“다음에는 1박2일로 수목원에 오자.” 고 했더니
“내년에 언제 올 거예요?” 하며 한술 더 뜨며 되물었다. ㅎㅎ…
아이들이 봄볕에 땀 흘리고 뛰놀아서 그런지 목이 마른 것 같았는데 지역아동센터 인솔교사 한분이 빙과류를 사오셨다.
진주수목원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빙과류를 먹으며, 승강장으로 들어와 멈춘 기차를 탔다.
진주 수목원 역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전역 봉사단에서 따끈한 햄버거 세트를 나누어 주었다. 햄버거를 받고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는 우리들이 다 행복했다.
햄버거를 먹는 동안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소민호 회장님이 확성기를 잡고 이 거리 저 거리 각거리에서 가져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셨다.
<숯 굽는 청년>이야기와 <선생님이 만난 도깨비>이야기를 아이들이 믿거나 말거나, 듣거나 말거나 편안하게 들려 주셨다. 진영역에서 풀어 놓은 이야기 봇짐은 한림정역을 거쳐 낙동강역에 이를 때 까지 풀어내셨다.
눈을 빛내고 귀를 쫑긋하며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선물로 받은 그림 공책에 만화를 그리는 아이, 자리에 드러누운 아이들도 있었지만 기차는 부지런히 달려,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침에 모였던 부전역에 다시 도착하였다.
‘인생은 여행’ 이라는 말은 이제 창고에 들어가 있어야 할 만큼 낡은 표현이다.
내딛는 걸음이 길을 만들고 길이 있는 곳에는 여행이 있다. 또한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수놓아 주는 늠름한 친구 같은 기차가 있어서 인생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아무 탈 없이 행사가 잘 마무리 되어서 고맙다는 소민호 회장님 인사를 끝으로, 우리는 아이들과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 소감과 의견
굳이 시인이 아니어도, <보는 것>은 중요하다. 시인 김용택은 말했다.
“보는 것도 그냥 봐서는 안 된다. 자세히 봐야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있어야 관계가 맺어지고, 이해를 한다. 그랬을 때, 그 본 것은 비로소 <내 것>인 <인격>이 된다.”고.
봄볕 받은 수목원 간이역, 신호기 너머 선로에 모람모람 손짓하며 피어오르던 봄 아지랑이도 반가운 친구였다.
강원도가 고향이라 억양이 구수하던 김한비, 이름이 특이하던 김단영.
너희들을 만나서 반갑고 즐거웠다.
이번 여행이 아이들 마음에 얼마나 새로운 감성으로 스며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와는 다른 하루였던 건 분명하다.
소민호 회장님께서는 아이들을 인솔하느라 참석하지 못했지만,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선생님들은 부전역 사무실에서 잠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하현덕 영업과장님은 손수 茶향을 피우고 손수 茶를 우려 주셨다.
‘동방미인’이자 ‘백호’라는 별명을 지닌 차를 마시며 행사에 관한 나름의 소감과 의견을 나누었다.
이번 기차여행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기차를 다정한 친구처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러면서 친환경으로서의 교통수단인 철도 이미지는 기본이고, 아동문학을 비롯한 예술 분야와 함께 하는 문화 행사를 통해 우리의 삶이 좀 더 윤택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는 행사였다.
동화작가 황미숙, 안덕자, 박미경 선생님은 전통놀이 프로그램을 여러 개 준비하느라고 별도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는데 제대로 다 못 보여주었다고 아쉬워하였다.
하현덕과장님은 기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로는 한지로 제기를 만들어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기가 만든 제기로 제기차기 놀이를 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번 행사는 무궁화호가 지닌 특유의 바퀴와 레일이 만드는 기계소리에도 불구하고, 집중도와 호응을 비교적 잘 이끌어 낸 행사였다는 평가를 하였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할 경우에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여, 집중력을 요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하현덕 영업과장님은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서 돌덩이를 한 개 보더라도 그것이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돌덩이가 될 수 있는 그런 기차 여행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문화적 감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부전 관리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차 체험관광> 뿐만 아니라, <계절별 선택 동화>라든가, 밀양연극학교와 연계한 <아동극> 체험 기차 프로그램, <작가와 함께 하는 동화 여행> 등도 좋은 행사가 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예를 의견으로 제시하였다.
그렇다. 문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부전관리역 벽이며, 화장실에 걸릴 시화에도 있고, 기차 안에도 있어야 하며,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있어야 한다.
차를 마시듯, 茶향을 피우듯 코레일 부전관리역과 부산아동문학인협회가 함께한 친환경 기차여행이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따스하고 향기로운 문화체험으로 오래도록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
첫댓글 보는 것도 그냥 봐서는 안 된다. 자세히 봐야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있어야 관계가 맺어지고, 이해를 한다. 그랬을 때, 그 본 것은 비로소 <내 것>인 <인격>이 된다.”고. 음미힐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