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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

       인도네시아 여인들의 오거지악

                                                        별과달

학교에서 돌아 온 딸아이가 말했다.

“ 엄마 인도네시아에도 조선시대처럼 여인들이 ‘소박’ 같은 것이 있데.”

“ 어떻게?”

“ 남편이 아내에게 ‘딸락‘이라고 3번만 말하면 자동으로 아내가 이혼을 당한데. 그건 이슬람교 사람들에게서만 통한데”

더 자세하게 물으니 딸아이가 그 정도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국문학교수님께 문자를 보냈다. ‘내일은 인도네시아 문화 딸락(Talak) 3에 대하여 공부하고 싶으니 준비해 주세요.‘

딸락(TALAK)의 어원은 아랍어로 거절, 거부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건 이슬람법에 속하기 때문에 이 딸락으로 이혼을 당하게 될 때는 이슬람 종교법원으로 가서 이혼재판을 하게 된다. 그럼 도대체 뭘(?) 거부하고 왜? ‘딸락’이라고 말하면 자동이혼이 되어야하는지 찬찬히 말해보려고 한다.

부부가 결혼하여 살다가 큰 실수나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아내가 잘못(?)하였을 때 남편이 경고의 뜻으로 ‘딸락’을 주고 아내가 ‘딸락’을 두 번 이상 받으면 세 번째는 자동으로 종교법원에 가서 이혼서류를 작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살다보니 남편의 행실이 좋지 못하여 아내가 같이 살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럴 때 아내가 남편에게 ‘딸락’을 받게 해 달라고 애원을 한다고 말했다.

어디에든 죄 사함이라는 것은 있다. 그러면 이미 딸락을 받은 아내에게 영원히 용서의 기회는 없는가하면 그렇지는 않다. 화해와 재혼의 뜻을 가진 ‘루죽(rujuk)’이 있다. 이미 받은 딸락을 지우개처럼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교에는 남자가 아내를 몇 명이든 가져도 된다. 지금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다만 첫 번째 아내의 허락이 있어야한다. 만약 아내가 허락을 해주지 않을 경우 남편은 이 ‘딸락’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자바 사람들은 가부장제도였으며, 물론 옛 이야기겠지만 여자가 있어야 할 곳은 3곳뿐이라고 했다. 부엌(DAPUR), 우물(SUMUR) 침실(KASUR) 이렇게 해서 3우르(UR)라고 한다.  ▲자바 전통 결혼식

듣고 보니 남의 나라 여자들의 인권이지만 같은 여자로서 그거 되게 자존심 부패되는 소리였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하더니 인도네시아 남자들은 가족과 아내에게 자상한 것으로 보였다.

내가 처음 인도네시아 왔을 때, 길거리에서 손잡고 다니는 풍경이 신기하게 비쳤다. 중년들이 손잡고 가는 것은 금방 재혼해서 금슬 좋은 부부나 불륜이 아닌가 하는 기울어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낮에 이비인후과 병원에 가도 젊은 부부가 와 있었다. 나는 아이 세 명 출산할 때까지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 가 본적이 없는데, 그러나 살아보니 그들이 삐딱한 것이 아니고 경상도 부부인 우리가 문제였던 것 같았다. 신혼 때도 분명 손잡고 걸었는데 가다가 보면 혼자 걸어가고 있을 때가 많았다. 엊그제께 산책하다가 우리 손잡고 걷자고 하며 걸었더니 몇 발자국 걷다가 손 묶여 걷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손을 놓았다. 사실은 나도 걷는데 불편했다.

나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혹시나 하고 조선시대에는 ‘칠거지악’이라 하여

①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것.

②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

③ 음탕한 것.

④ 질투하는 것.

⑤ 나쁜 질병이 있는 것.

⑥ 수다스러운 것

⑦ 도둑질하는 것

이렇게 일곱 가지가 있는데 혹시 자바인들에게도 있는지 이와 비슷한 것이 물어 봤더니 교수는 나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다가 손을 펴 보였다. ‘스랏?디니(serat cendini)라 하여 아내가 남편에게 해야 할 다섯 가지 도리를 손가락에 비유하고 있다고.

        오거지악에 속하는 것은

▷ 엄지/ 남편은 최고이다. 모든 걸 남편에게 맡겨야 한다.

▷ 검지/ 남편이 무엇을 명령하면 즉시 복종하듯 행하여야 한다.

▷ 중지/ 남편은 우뚝 선 인물이라 칭찬하되 절대로 험담하여서는 안 된다.

▷ 약지/ 남편에게 현모양처로 항상 밝은 얼굴로 맞아해야 한다.

▷ 소지/ 몸가짐을 다소곳하게 가지고 애교스런 아내가 되어야 한다.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설명을 마친 후 아직도 시골에 가면 남아 있는 사회법(관습과 풍습)이 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골에서는 미혼남녀가 함께 잠을 자면 부모님은 뒷전이고 동장과 마을 사람들에게 혼난다고 했다. 사회법(마을) 법으로는 두 남녀를 줄로 엮어서 마을을 한 바퀴 돌게 하고 좀 심한 마을에는 남자를 알몸으로 마을을 돌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벌금으로 마을에 필요한 도로 포장비용을 얼마 내라든지 벌금도 매기고 꼭 그 여자와 결혼을 하여야 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에게 맞아 죽는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 존재하는 이 사회법(hukum sosial)이다. 이 사회법은 국가에서 법적으로 정해 놓은 것이 아니라 마을의 법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도둑을 잡으면 경찰에 넘기지도 않고 마을 사람들이 직접 해결하는 끔찍하고 잔인한 법이다.

내가 이곳에서 1년 즈음 되던 해 도시언저리 마을에서의 일이다. 마을에서 소를 여러 번 잃어버리자 화가 난 농사꾼들은 심혈을 기울려 도둑들을 잡기로 했고 그러던 중 토요일 밤 소도둑이 잡혔고 마을 사람들은 경찰에 넘기기 전에 먼저 사회법으로 도둑을 다스렸다. 땅 속에 도둑을 묻는데 머리만 나오고 해 놓고 그 얼굴에 뜨거운 밥을 잔뜩 부어 놓고 닭들로 하여금 그 밥알을 쪼아 먹게 하여 도둑을 죽였던 것이다. 뒤늦게 연락을 받은 경찰이 출동하였지만 도둑을 사회법으로 다스린 마을 사람들 전부를 어쩌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