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영배입니다.
이런 저런 읽을거리는 마련해 보겠노라고 약속드려 놓고서, 하는 일
이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그 게으름이 언제나 고쳐질지.... 40이 다되어가는데도 작심은 아직 어린아이같습니다.
회원님들의 넓으신 마음을 기대합니다.
오늘은 제가 다니고 있는 본당 건물을 한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 본당은 서울대교구 원당본당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습니다.
제 본당을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준공연도가 2002년이어서 요즈음
성당건축 경향을 한번쯤 느껴보실 수 있다고 생각되어서 입니다.
설계는 정림건축의 백문기씨가 맡았고, 시공은 한울건축에서 했습니
다.
참고로 2002년도 건축문화대상 은상(?)과 건축가 협회상을 휩쓴 작품
입니다.
수상 경력에서도 알수 있듯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공간들을 여러군데
만들어놔서 제가 보고 배울점이 많은 건축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글이 굉장히 길어보이지만 거의가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 쉽게 쉽게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원당성당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건축가는 앞에서 말씀드렸고, 외장은 노출콘크리트와 화강석버너구이를 섞었습니다.
- 성당 내부 발코니에서 제대를 보고 찍은 사진인데, 자연광을 느낄 수 있도록 후레쉬 없이 촬영하였습니다.
- 주출입구 측면에 모셔진 성모님 동산입니다.
-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성가대 연습실인데, 역시 차음효과가 뛰어나더군요. 또 성가대원들의 연습하는 모습을 외부에서 그림처럼 볼 수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주는 실입니다.
- 위에서 내려다 본 사제관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건물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점은 위에서 보여지는 외관과 실의 구성이 아니라 지하층의 채광과 환기를 겸한 중정의 도입인 것 같습니다.
작가 백문기씨도 도심에서 옛 우리의 마당을 재현해 보고 싶었다 라고 중정을 말하더군요.
- 중정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사진입니다. 지하층까지 햇볕과 바람이 들어갈 수 있어서 기능적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 중정의 모습입니다만, 한가지 단점이라면 이 중정은 바라보기만 하는 공간이란 점입니다. 지하층 바닥에서 직접 진입이 불가능하게 계획되어 실제로 신자들이이 공간을 들어오려면 1층으로 올라가 외부쪽에서 들어올 수 밖에 없어서 신자들이 별로 이용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결국은 외부출입구를 주임신부님이 열쇠로 잠궈놓으셨지요!)
그런데 저는 우리 본당 건축물을 보면서 건축가의 책임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기능과 공간 중에 먼저 우선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형태와 공간감에서는 배울게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준공 1년을 겨우 넘긴 건물의 노출콘크리트에 낀 이끼와 모두 퍼렇게 곰팡이가 번진 지하실 천정 텍스와 언제나 결로때문에 축축한 지하층 외벽면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 위 사진은 성당 측면부의 노출콘크리트 벽면인데, 그 벽면뿐 아니라 노출콘크리트 벽면 전체는 이끼로 심하게 오염이 됐습니다. 비가 오는 습한 날에는 초록색으로, 햇볕이 강한 날에는 고동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공상의 문제를 넘어 노출콘크리트 재료 자체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더군요.
- 위 사진은 지하층 실들의 천정 모습입니다. 하얗던 암면텍스가 초록색 곰팡이 얼룩무늬로 오염된 모습입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출입구 부분은 지하층까지 확장된 중정때문에 채광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요즘 도심의 모든 건물은 높은 땅값 때문에 "지하층이 과연 인간생활에 적합한 공간이냐"를 따질 겨를도 없이 무조건 대지경계선을 따라 지하층 외벽면을 계획하는 듯 합니다.
이러한 경향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면 우리 본당 건물처럼 중정(선큰개념의 중정)을 도입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중정 못지않게 대지경계선을 따라 형성된 외벽면에 대한 고민입니다.
제가 여러 다른 건축과정을 통해서 느낀 바로는 단순한 이중벽(옹벽+공간 10Cm-20Cm(단열재 포함)+조적벽 20Cm+내부마감)정도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큰 개념의 드라이 에어리어(D.A)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본당의 건축가는 그런 D.A에 대한 고민이 조금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중벽으로만 처리한 부분이 지하층 외벽면의 2/3이고, D.A로 처리한 벽면이 1/3정도 이지만 이 부분 마저도 D.A로서의 기능이 미흡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본당이 공간에 대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뭔가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상반된 경험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특히 건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큰 건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들 하시는 일에 주님이 주신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