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31_보도자료_로컬푸드 지자체 정책_지순사.pdf
로컬푸드 정책, 어디까지 왔나
- 2014년 로컬푸드 정책 우수 지자체 : 완주, 원주, 순천, 안성, 평택 순
- 상당수 지자체 의지 없어,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한 로컬푸드 조례
- 지역별 맞춤 정책, 민관 협력, 중앙 정부 지원이 해답
로컬푸드 조례를 제정하는 지자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불과 채 5년도 되지 않아, 30건 이상의 조례가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졌다. 지역먹을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일으킨 로컬푸드 돌풍 현상은 지역순환사회의 가능성에 희망을 밝힌 신호탄이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많다. 속 빈 강정처럼 이름 뿐인 로컬푸드 조례와 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전국 지순사)는 지난 50여일 동안 “로컬푸드 정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모든 지방자치단체 로컬푸드 정책을 정리하고 분석했다. 로컬푸드 관련 조례들을 전부 검토했을 뿐 아니라, 각 지자체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로컬푸드 기본 계획과 사업 현황, 예산 내역을 파악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의 담당자들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자체별 로컬푸드 정책 현황과 문제점, 올바른 해법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였다. 나아가 2014년 로컬푸드 정책 우수 기초 지자체도 선정했다.
2009년 이후 제정된 조례 34건, 2011년 이후 급속히 늘어
로컬푸드 조례는 2009년 12월 31일에 강원도 원주시에서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정됐다. 약 10 개월 후인 2010년 10월 7일에 전라북도 완주군이 ‘완주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며 그 뒤를 잇는다. 2011년에 들어서면서 조례 제정 건수는 급격히 늘어난다. 2011년에 4건, 2012년에 6건, 2013년에 14건에 이어 2014년 상반기에만 8건의 로컬푸드 조례가 제정됐다.
2014년 7월 현재까지 로컬푸드 조례가 제정된 광역 지자체는 총 7곳으로 충북, 경북, 대구, 광주, 세종, 전북, 경기이다. 이 중 충북과 경북은 로컬푸드 정책협의회의 설치나 운영에 관한 조례이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한편 기초 지자체는 총 21곳이 로컬푸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이 가운데 완주는 4건, 원주는 2건이 제정돼 있다.
대다수의 로컬푸드 기본 조례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로컬푸드에 관한 ‘기본계획’ 또는 ‘육성 및 지원 계획’을 일정한 시기마다 수립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보통 중장기 목표와 활동, 주요 사업 내용, 교육 추진 계획 등을 담아야 한다. 둘째는 로컬푸드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위원회는 보통 관할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농협 담당자, 민간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셋째는 로컬푸드 사업에 대한 내용이다. 이 부분은 지자체마다 크게 다르다. 지원 센터나 종합 센터를 설립, 로컬푸드 인증 시스템 구축, 공공급식 지원, 사업 활성화 방안, 협력체계 구축, 로컬푸드의 날 지정과 운영 등 다양한 사업 내용들이 각 지자체의 상황에 맞춰 들어가 있다.
로컬푸드 정책 우수 기초 지자체 : 완주, 원주, 순천, 안성, 평택 순
2014년도 각 기초 지자체별 로컬푸드 정책을 분석해 평점을 낸 결과, 전북 완주가 25.1점으로 가장 우수했다. 그 다음으로 강원 원주(17.7), 전북 순천(15.1), 경기 안성(12.6), 경기 평택(10.3) 순이다. 로컬푸드 정책 평점는 4가지 항목(조례의 수와 내용 평가, ‘기본 계획’ 또는 ‘육성 및 지원 계획’ 유무, 사업 현황 평가, 예산)의 점수를 합산한 결과이다.
로컬푸드 정책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밝혀진 완주군은 로컬푸드 직매장을 처음 개장해 도농 간의 먹을거리 격차를 줄이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낳았다. 그 뿐 아니라 공공급식 지원센터와 로컬푸드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민관 협력으로 로컬푸드 활성화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구조를 구축했다. 공공급식과 꾸러미 사업, 농가 레스토랑,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완주군의 2014년 로컬푸드 사업 예산은 62.6억원이다. 이는 군 전체 예산의 약 1.11%에 달한다.
2위를 차지한 원주시는 로컬푸드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로컬푸드 종합센터를 설립해 로컬푸드 업무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효율성의 극대화를 이뤘다. 주요 사업은 공공급식과 꾸러미 사업 지원 등이다. 2014년도 예산은 전체 예산에 약 0.67%인 55.2억원이다.
3위인 순천시는 로컬푸드 조례를 제정한지 불과 석 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례 제정 이전부터 꼼꼼한 기반 조사와 철처한 현황 파악을 통해 로컬푸드 체계가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로컬푸드 정책 활동이 가장 기대되는 지자체로 꼽혔다. 연도별 사업 계획을 보면, 2014년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직화 활동, 꾸러미 사업 시행을 추진할 계획이며, 2015년에는 로컬푸드 가공과 지원 센터 설립을, 2016년에는 직매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2014년 관련 예산은 16.7억원으로 전체 예산에 약 0.21%이다.
4위인 안성시는 역시 로컬푸드 조례를 제정한지 두 달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되기 전인 2013년부터 로컬푸드 직매장과 주말 장터를 개장해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안성시는 ‘안성맞춤 로컬푸드’라는 이름으로 직거래 시장, 직매장 2호 개장, 공공급식과 제철꾸러미 사업, 지역공동체 농산물 가공 센터 설립, 도농 교류 활동 등을 추진할 계획에 있다. 2014년 관련 예산은 8.1억원으로 전체 예산에 약 0.16%이다.
5위인 평택시는 2011년에 제정한 ‘평택시 로컬푸드 지원에 관한 조례’를 기초로, 2012년부터 로컬푸드 생산마을 육성, 직매장 개장, 농촌 체험 지원, 생산자와 소비자 교육, 꾸러미 지원, 로컬푸드 인증 시스템 구축, 로컬푸드 만남의 날 운영, 공공급식 사업 등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관련 예산은 3.1억원으로 전체 예산에 약 0.03%이다.
상당수 지자체 의지 없어, 껍데기 뿐인 조례로 전락
잘 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조례만 제정한 채 로컬푸드 정책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지자체들도 상당수이다. 로컬푸드 조례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한 것이다. 조례가 제정된 21개 기초 지자체 중 조례에 명시돼 있는 ‘기본 계획’ 또는 ‘육성 및 지원에 관한 계획’을 수립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먹을거리의 자립과 순환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목표 없이 상황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조례만 제정해 놓고 관련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은 지자체들이 꽤 여러 곳이라는 사실이다. 2014년 로컬푸드 관련 예산이 없는 곳은 21개 기초 지차제 중 7곳으로 대전 서구와 유성구, 울산 북구, 전남 곡성군, 전북 군산시, 충남 부여군, 충북 음성군이다. 예산이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지자체도 5곳이나 돼, 로컬푸드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로컬푸드 정책 실행에 별다른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맞춤 정책∙민관 협력∙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
로컬푸드 정책 활동은 지방자치 시대에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행정업무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공 지역 사례 베끼기 식의 정책 추진은 로컬푸드 체계 활성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다. 몇몇 지자체 담당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완주와 자기 지역이 다른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로컬푸드 정책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도시가 가깝지 않기 때문에 로컬푸드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컬푸드의 기본 정신은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통한 건강한 지역의 회복에 있다. 장사 잘 되는 직매장을 개장하고 운영하는 일은 사실상 부차적인 것이다.
로컬푸드 정책이 활성화되기 위해 첫째로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별 맞춤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의 구조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사례들을 끼워 맞추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계획과 실행이다. 상설 직매장을 개장하지 않더라도, 지역에 있는 오일장과 같은 장터에 로컬푸드 인증 제도를 실시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번째로 필요한 것은 민관 협력이다. 로컬푸드의 활성화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조직화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관의 목소리만으로는 어렵다. 지역에 있는 각계각층의 민간단체들과 협력해야만 주민 조직화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나아가 시장 상황에 맞는 로컬푸드 운영 사업도 수월해 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로컬푸드와 관련된 사업을 통합해 운영하는 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마지막 세번째로 필요한 것은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이다. 지난 5월 23일, 국회에서 “지역농산물 생산·가공·유통 및 소비의 촉진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 뿐 아니라 정부가 로컬푸드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재정 자립도가 약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로컬푸드 사업을 우선순위로 두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자체 뿐 아니라 중앙 정부도 로컬푸드 활성화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관련 법의 제정과 정책 반영이 필요하다.
문의 : 황민혁 간사 (010-2775-8061, jisunsa21@gmail.com)
별첨 1. 시기별 로컬푸드 관련 조례 제정 현황
별첨 2. 기초 지자체별 로컬푸드 관련 주요 정책 현황
2014년 7월 31일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