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도 그러하셨겠지만, 나 역시 비디오소장의 계기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불과 1년전이지만..^^) 학교에서 나랑 친한 친구들의
한명이.. 아마 저녁급식 이후로 기억하는데, 학교에 "정무문"테잎을 가져
왔다.. 이소룡의 이름만 알았을뿐이고, 정무문이라면 이연걸과 견자단
의 TV시리즈만을 기억하는 나로써는 이소룡의 정무문을 보고나서..
어떻게 말로 형언할수 없는.. 새로운 충격을 느꼈다.. 무엇보다 30년전
의 영화라고 믿을수없는 퀄리티와 이소룡의 극중캐릭터 진진이 보여주는
홍구도장의 일본인들을 상대로 펼쳐지는 최고의 무술실력들과 라스트씬의
장렬한 최후.. 그것은 지금까지의 홍콩영화를 유치하고 편협하다고 생각
했던 나의 부정적인 시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고, 지금까지 액션스타들
은.. 헬스클럽의 영향으로(다니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머슬잡지에 가장
많이 나오고, 비중있게 다뤄지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놀드 슈왈제네거
와 실베스터 스탤론(아직도 칼웨더스와 "Eye of Tiger" 배경음악에 맞춰
명예와 승리를 위해서 격렬하게 트레이닝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밖에 모르던 나는.. 비로소야 70년대 홍콩, 아시아.. 아니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한마리 용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후 이소룡의 전작들을
순례하게 되었으며, 미국에서 TV시리즈에서 평범한 조연으로 전전하던
그를 일약 최고의 인기스타로 급부상시킨 영화이자, 평범한 프롤레타리아
가 악질 부르조아와 그 수하들을 박살내버리는 아주 교훈적인 내용의
영화 "당산대형" 이탈리아 로마에서 올로케하며, 성실히 살아가던 화교
들을 핍박하던 깡패들을 모조리 전멸시켜버린 "맹룡과강"(콜로세움에서
당시 무명이었던 척 노리스와의 1:1 대결은 최고의 명장면에 속한다..)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의 연속적인 대히트로 승천하고 있던 용을
기쁘게했던.. 미국 메이저영화사(워너브러더즈)와 합작으로 탄생한, 그가
남긴 최대의 유산이자 마샬아츠무비의 영원한 마스터피스"용쟁호투"..
그는 최고의 액션배우였으며, 동시에 "절권도"를 창시한 최고의 무도가
였다.. 하지만 하늘도 영웅을 질투한것일까.. 당시 NBA 최고의 스타이자
이소룡의 제자(헐리웃에는 제임스 코번등이 있다..) 카림 압둘자바, 007
영화의 주연이었던 조지레젠비를 캐스팅하며 의욕적으로 "사망유희"를
제작하다가, 여러가지 의문을 남기며 돌연 급사한다..(그후 골든하베스트
에서 용쟁호투의 감독 로버트 클라우즈와 맹룡과강에서 출연한 가라데
챔피언 밥월,용쟁호투에서 첫 시퀀스를 장식했던 홍금보등을 끌어들여
반쪽짜리 이소룡 영화 "사망유희78"를 제작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다)
제임스 딘 & 마릴린 먼로 같이 안타깝게 요절한 스타의 전당에 오르는건
좋았지만, 무척 떨리는 마음으로 당산대형 테잎을 넣었고, 엔딩시퀀스를
보며 용쟁호투 테잎을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흥분과 아쉬움속에서.. 꺼낸
나는 결코 그러하지 못했다.. 당장 사망유희78의 속편이자 당시 홍콩무협
영화에 자주 출연하던 한국배우 황정리와 당룡(사망유희 78에서 이소룡
대역을 맡았었다..) 주연의 "사망탑"을 힘들게 돌아다닌끝에 소장하고,
용쟁호투에서 이소룡과 함께 공연했던 전미 가라데챔피언 "짐 켈리" 주연
의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무비들.. (이분은 가끔 자신의 영화에서 이소룡의
"맹룡과강"스탭을 따라하고, 쌍절곤을 돌리시는데.. 상당히 웃기다..^^)
맹룡과강에서 이소룡과 세기의 대결을 벌이던, 전미가라데 그랜드챔피언
의 위업을 달성한바 있는 "척 노리스"의 영화들을 닥치는대로 구해다녔고
이소룡 바로 앞의 홍콩 액션영화계를 호령하던 "왕우"의 컬렉션까지..
(이분은 "외팔이"로 대표되는 무협영화가 전문이지만, 의외로 현대액션물
에도 계속 나왔었는데, 왕우가 맡았던 주연 캐릭터들을.. 이소룡이 맡았
다면 어떠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했던 생각 때문이었다.. ㅠㅠ)
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이소룡에 대한 빈자리를 대신할수 없었다..
그때였을까.. "장 끌로드 반담"을 알게 되었다.. 어릴때부터 가라데와
킥복싱 & 발레를 배우며 보디빌딩 대회에서 Mr. 벨기에에 선발되고,
80년도 유럽 가라데챔피언쉽 미들급챔피언 출신의 액션스타..
가라데와 킥복싱 & 발레로 잘 단련된 반담의 잘생긴 외모와 근육질의
체격에서 유연하게.. 그러나 날카롭고 정확하게 뻗어나가는 발차기를
보며.. 이소룡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최고의 마샬아츠무비 라고 자신하는 "투혼"(원제:Blood Sport)의 주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피터 하이암스 & 롤랜드 에머리히 같은 헐리웃 블록
버스터물의 감독들과 오우삼 & 임영동 & 서극의 헐리웃 첫 진출작들의
주연을 맡는등 20여편의 영화들에 출연하며 헐리웃 액션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많이 비교되고 하는 매력적인 아이키도 마스터
"스티븐 시걸"이 영화상에서 거의 맞지않는 "절대무적"의 면모를 보여준
다면.. 반담은 강력한 상대에게 처음에는 정말 처절하게 얻어터지다가,
후반에 가서는 초인적인 투혼을 발휘하여 적을 쓰러뜨리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고통과 아픔을 무릅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역경을 극복하는 반담의 모습은..
나에게는 그 어떠한 휴머니즘 영화보다 감동적이며, 큰 힘이 되어준다..
이소룡과 반담을 계기로.. 나는 영화를 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전작품
들을 컬렉터한것을 시작으로 명작이며 아트영화들까지 소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도 나에게 가장 중요하며 소중한 비디오들은..
땀과 피와 열정이 녹아있는 프로페셔널한.. 이들의 영화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