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교초등학교는 학년이 높을수록 학생수가 많은 '역피라미드'구조다. 1~2학년은 7개반, 3학년은 8개반, 4학년은 9개반, 5~5학년은 10개반이다. 주택가에 위치한 이 학교는 특별히 지역 주민의 인구이동이 많지 않지만 저학년일수록 학생 수가 줄어드는 '저출산신드롬(현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콩나물 교실은 이제 옛말
남아도는 교실 점점 늘어
학생 수 부족한 여자중학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도
2016학년 대입부터는
고교졸업생 <대학 정원
서울시 교육청은 6일 서울시내 584개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가 처음으로 30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발간한 '2009년 교육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올해 28.9명으로, 지난해 30.2명보다 1.3명 줄었다. 10년 전(37.3명)보다는 8.4명 줄어든 수치다. 서울시교육청 최창수 장학사는 "학교마다 남아 도는 교실을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국 통계를 봐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1970년 62.1명에서 1990년 41.4명, 2000년 35.8명, 2008년 29.2명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외형상으로 보면 한국 교육이 선진국 수준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보인다.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평균 21.5명으로 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10명 정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든 것이 교육환경 개선 덕이 아니라, '저출산 효과' 때문이라는 점이다. 1970년 초등학교 입학생수는 100만명을 넘었지만 올해는 46만여명으로 절반 이하다. 반면 전국의 초등학교 숫자는 1970년 5961개에서 2008년 5813개로 거의 변화가 없다.
또 서울지역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작년 34.7명에서 0.3명 줄어든 34.4명, 고등학교는 작년 34.4명에서 0.4명 증가한 34.8명으로 나타나 2004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중.고교 간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 모교 사라지나 통폐합 위기감
강원도 사북초등학교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전교생이 3200명이었지만 현재는 10분의 1인 320명으로 줄었다. 내년도 입학 인원은 19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 이승만 교장은 "학생수가 너무 줄어 소규모 학교가 되다 보니, 아이들이 서로 배우는 '또래 학습'효과가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미니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통폐합되는 학교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 17년 사이 전국에선 5402개의 초.중.고교가 통폐합했다. 10~20년 전부터 농어촌 지역 공동화(空洞化)현상으로 아이들이 줄어 통폐합 바람이 불었다면, 최근에는 대도시에서도 학교 통폐합이 시작됐고, 드디어 서울까지 불어닥쳤다.
지난해 부산 동구 동일초와 중앙초가 '동일.중앙 초등학교'로 통합했다. 또 서울 강남 대청초와 영희초는 통합 추진에 나섰다.
교과부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 학교에서는 앞으로 학생수 감소로 존립 자체의 위기를 느끼는 곳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과부가 2년 전 연구한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용계획 모형'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농어촌 지역 학교들의 학생수가 최대 3분의 1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전남 곡성군, 경북 군위군, 전북 정읍시, 강원 영월군, 경북 청송군 등의 초.중.고교생 수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조만간 "내 모교가 사라지지 않을까" '교사 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학교 현장에서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6학년엔 고교졸업생<대학정원
이날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상명여중은 내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1937년 설립된 상명여중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데는 역시 저출산에 따른 학생수 부족이 원인이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줄어들 것을 고려해 남녀공학 전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저출산 현상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곳은 대학이다. 현재 상태로 가면 5~6년 후 대학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수보다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6학년도 대학입시 때는 고교졸업생수(59만9566명)는 대학입학정원(전문대 포함 59만9984명)을 밑돌게 되며, 갈수록 그 격차가 커질 것으로 교과부는 전망했다.
교과부 송시동 대학선진화 과장은 "초.중학교 통폐합뿐 아니라 대학들의 통폐합을 서두르고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며 "아니면 5~6년후부터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