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관리비 비싼 이유 따로 있었다
일반관리비의 95%는 인건비 - 중앙난방방식 시스템이 가장 큰 이유
인천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가 지어 관리하는 인천지역 내 임대아파트는 선학 연수 청학 연희 등이 있다.
여기에는 나라의 해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독고노인 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곳이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2009년 12월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이 4개단지 임대아파트를 일반아파트와 비교하고 그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경실련은 이 4개 임대아파트의 관리비가 전국 일반아파트에 비해 57%나 높고 인천지역 내 아파트와 비교해 평균 45% 높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도개공 측과 해당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일반아파트에 비해 관리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중앙난방방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에 건축되어지는 일반아파트나 임대아파트는 모두 개별난방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예전에 지어진 임대아파트들은 중앙난방방식이기 때문에 개별난방방식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높게 나온다는 설명이다.
개별난방의 경우, 가정에서 간편하게 주민이 조작할 수 있어 달리 투입되는 인원이 필요 없지만 중앙난방의 경우는 인원이 최소 4명은 있어야 한다. 하루 24시간 2명이 보일러실을 관리하는 식으로 2개 팀으로 나뉘어 이틀에 한 번씩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러니 관리비가 비싼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일반아파트는 인원이 그다지 많지 않아도 된다. 보통 관리소직원 모두 합해야 4명~5명 정도면 족하다. 관리소장을 비롯해 사무원1명 영선기사1명 전기기사1명 정도면 운영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의 경우는 개별난방이 아닌 중앙난방방식이라 추가적인 인원이 최소 4명이 더 가세되기 때문에 일반아파트에 비해 직원의 수가 배나 많게 되며, 인건비가 95%를 차지하는 일반관리비도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경실련이 발표한대로 임대아파트관리비 중 일반관리비가 높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또 하나 일반관리비가 높은 것은 ‘면적당 세대수로 인한 관리인력 증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개공 측에 의하면 같은 면적이라도 일반아파트는 350세대 밖에 안 되는 반면, 임대아파트는 1000세대 이상이 자리하고 있어 일반아파트보다 관리할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대수가 많으면 그만큼 직원들이 할 일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임대아파트는 특성상 장애인들이 많은 고로 일반아파트보다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구 하나 교체하는 일에서 몸이 불편한 주민의 임대료 수납까지 대신 해 주어야 하는 등 자질구레한 일에도 직원들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일반아파트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임대아파트만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형편을 모르고 임대아파트의 관리비만 높다고 비판하는 인천경실련이나 언론의 태도는 모순이 있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것은 ‘ 동 경비 시스템’이다. 원인재 분양아파트 P관리소장의 말에 의하면 ‘통합경비시스템이 아닌 동 경비 시스템 때문에 관리비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이다.’ 라고 한다.
일반아파트는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이미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많이 있다. 부족한 부분은 CCTV로 카버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원은 4명 내지 6명 정도 있으면 된다. 하지만 임대아파트는 특성상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독고노인을 비롯한 신체적 정신적 중증 장애인들이 40%이상 되다보니 승강기 타고 내리는 일이나 그 밖에 수시로 밀려드는 민원으로 인해 동마다 경비 2명씩은 필요하다는 것이 관리소 측의 말이다.
물론, 임대아파트가 모두 동 경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선학 같은 저층 임대아파트는 걷는데 큰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굳이 동 경비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연수와 같은 고층임대아파트는 중증 장애인들이 많아 동 경비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인천도개공도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학아파트 관리소장의 말에 의하면, 인건비 삭감, 부서통폐합을 통해 관리비를 낮춰보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건비 삭감을 할 경우 부작용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직원들의 봉급이 다른 일반아파트보다 현재15% 정도가 싼데 거기에 또다시 임금을 삭감한다면 붙어있는 직원이 몇이나 보겠는가.
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쪽으로 이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빈자리엔 경험과 실력 있는 전문 인력 대신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들이 자리를 차지할 게 뻔하다.
또 부서통폐합 하는 문제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부서통폐합을 한다고 해봐야 기껏 한 두 명의 인원을 줄이는 것이 고작일 텐데 실효성면에서는 큰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제일 타당성 있는 방안이 이 방법이라 생각되지만 여기에도 고민은 있다. 정부에서는 고용인원을 한명이라도 늘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영선과 전기, 기관 기사를 하나로 묶어 겸임하게 하는 것은 정부시책에도 위배되는 것으로써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앞으로 도개공이 어떤 식으로 당면한 관리비 현황 문제를 풀어나갈지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일이 잘 풀려 한 푼이 아쉬운 취약계층의 서민들에게 얼마간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내외일보 윤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