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진실, 무엇이 문제인가 ?
지난 2006 10,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고가의 화장품 브랜드 SK-II 제품군들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 되었다는 중국발 기사가 처음 나왔을 때, 홍콩 시민들은 이미 각종 짝퉁 및 무허가 화장품의 부작용 사례가 빈번하게 들리는 중국 본토의 다소 과장된 소식들에 면역이 되어있던 터라 이번에도 사실이 아닐 거라며 한 귀로 흘리듯 스쳐지나가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홍콩 당국이 SK-II 뿐만 아니라 랑콤, 클리닉, 크리스챤 디올, 에스떼 로더와 같은 유명화장품에서도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는 다소 신빙성 있는 기사가 나간 이후로 홍콩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 타이완, 싱가포르 등 주위 도시국가에 살고 있는 아시아의 여성들은 충격에 빠졌으며 구입한 화장품들의 환불요구를 시작, 사태의 심각성을 성급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후 추가 검사결과, 검출된 중금속 성분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며 화장품의 제조 공정 중에서 포함된 것이 아니라 유통상의 문제로 함유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각 당국의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구소의 검사 결과 나온 후 어느 정도 진정은 됐다.
그러나 여성들은 피부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좋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비싼 돈을 투자한 유명 화장품들조차도 피부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여전히 배신감을 느끼며 환불요구와 제품의 추가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이번 화장품 중금속 검출 해프닝의 발단은 중국산 농산물의 잔류 농약 기준을 강화해 농산물 수출에 제동을 건 일본 당국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SK-II 화장품이 두나라 간의 무역 전쟁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 언론들의 주된 분석 결론이었다.
시민들은 고가의 화장품들 성분에 피부개선은 커녕 피부에 유해할 수도 있는 성분을 극소량이라도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소비되는 화장품은 현대사회인들에게 필수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완벽한 모델들과 아름다운 스타의 얼굴에 수정과 보정을 거친 각종 홍보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화장품 광고들, 그리고 알아듣기 힘든 단어들과 각종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보여 지고 읽혀지는 홍보성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수요저널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용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화장품 홍보에 대한 진실과 비하인드 스토리, 피부에 도움 또는 독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을 모아 기사로 작성해 보았다.
첫 번째 전문가들의 견해 : 화장품은 피부의 적, 화장품을 멀리해라!
“성장호르몬 hgH를 세계 최초로 초극세 캡슐화한 ○○는 피부 속에 침투하여 시간을 잊은듯 팽팽하고 탄력 있게 만듭니다.”
“○○은 몸의 면역 시스템을 향상시키며 글루칸은 랑게르한스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피부에 침투,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여 피부를 보호하고 상처 치유력과 재생력을 향상시킨다.”
“........................”
영어권, 중화권, 일어, 한국어 등 전 세계에 유포되는 광고나 기사는 미학적으로 포장돼 있다.
이런 영상물 및 기사들을 신물이 나도록 보면서 우리는 24시간을 화장품에 둘러싸여 지낸다.
위에서 언급한 문구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화장품을 바르는 것이 바르지 않는 것보다 백 배 낫다는 의견에는 저항 없이 동조하게 된다. 그래서 예쁜 용기에 새 발의 피만큼 담겨서 수 백 수 천 달러에 판매되는 금싸라기 화장품도 돈만 있다면 바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낀다.
그런데 여기에 “화장품을 쓰느니 안 쓰는 게 낫다”라고 독설을 퍼붓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노메이컵을 지향하며 도시 생활과는 담 쌓고 지내는 운동가들이 아니라 놀랍게도 '미용평론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어 더욱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오자와 다카하루와 폴라 비가운이라는 일본과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용 평론가들로서 주요 화장품 성분들의 유해성 및 과다한 홍보 마케팅의 폐해 등을 각각 발간한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오자와 다카하루는 일본의 게이오 대학 공학부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용과학의 기초 화장품 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 발표한 책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를 통해 '스킨 컨디셔닝제'라고 불리우는 화장품에 '합성계면활성제"라는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성분이 들어있으며 이 성분은 각종 생활 '세정제'의 주성분으로 피부의 더러움 뿐만 아니라 피부 장벽까지 파괴해 피부 속의 수분은 증발하고 피부는 빠르게 건조돼간다는 것과 화장품에 포함돼 있는 화학첨가물, 향료, 타르 색소 등이 피부 속으로 침투해 화장품에 중독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본에 충실한 비누만으로 세안은 충분다고 말하며 각종 주름개선제와 보습제에 들어있는 합성 폴리머는 주름이 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사실은 주름 조직을 일시적으로 메워주는 역할만을 하며 오히려 피부가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폴라 비가운은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의 화장품 비평가다.
그녀는 오자와의 주장과는 다르게 '합성계면활성제'의 유해성이 아직까지 사람하게 유독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확실히 피부에 유독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으며 주름개선제나 노화방지제는 피부를 개선하는 성분이 들어있지만 함유량이 극히 미미하므로 화장품 업계가 주장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핵심 포인트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화장품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 그저 그런 화장품에 비싼 가격을 매기는 것에 반대하고 그에 적당한 몫을 찾아주기 위해서 화장품 비평을 한다고 말한다.
폴라 비가운은 또한 화장품 회사에서 쓰는 마케팅용 미사문구에 주의하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 ‘클렌징’은 있을지라도 ‘딥 클렌징’은 없다”라고 말 하면서, 모공 속으로 들어간 화장품 성분이 노폐물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노화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레티놀이나 코엔자임 Q10, 비타민K, 녹차 혹은 포도주스 등을 피부에 바른다고 해서 별 효력은 없다고 말한다. 레티놀이 주목받은 것은 활성성분 트레티노인이 비정상적 세포 생산을 어느 정도 정상에 가깝게 돌려준다는 실험실 증거가 나왔기 때문인데, 화장품에 섞인 레티놀이 여러 단계를 거쳐 세포 생산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더구나, 상품에 들어갈 경우는 0.1%에서 0.33%로 희석되는데 이렇게 적은 양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비가운은 오자와와 달리 보습제(모이스처라이저)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하면서, 문제는 ‘퍼밍’ ‘토닝’ ‘리페어링’ ‘리프팅’이라는 말을 사용해 과한 가격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이 약간씩 다르지만 화장품을 적게 쓰라는 데서는 의견일치를 보인다. 폴라 비가운은 “화장품은 적게 사용할수록 이롭다”고 말하는데, 적어도 클렌저, 자외선 차단제, 유분 함유 AHA 및 BHA 제품은 사용하라고 충고한다.
오자와 다카하루는 비누로 세안을 하고, 비누의 알칼리를 안정시키는 산성 스킨이나 하 콜드 크림, 배니싱 크림을 쓰되, 화장품을 살 때 성분을 확인하라고 말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폴라 비가운이 거듭 강조해 말하는 필수 화장품이다. 오자와 또한 자외선 차단제가 서양 사람들의 호들갑이라고 하면서도 햇볕이 무더운 날에는 바르라고 말한다.
두 번째 전문가들의 견해: 화장품은 죽지 않는다. 다만 달라질 뿐이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스타일 매거진, 조이스, 하비 니콜, 리 가든 등 홍콩의 명품 백화점 및 장만옥, 양조휘, 매기 큐 같은 슈퍼스타, 모델 등의 화보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Sean K(숀 케이)와 그들의 메이컵을 담당하는 Alvin Goh(알빈 고)는 위의 전문가들과 견해를 달리한다.
숀 케이는 본인도 화장품 사용을 반대하는 기사들과 책을 읽어봤지만 어느 누구도 화장품을 적당하게 쓰라는 이야기만 있을 뿐 절대 쓰지 말라는 말은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에어컨이 하루 종일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조명이나 연기가 가득한 클럽에 놀러가며 각종 인스턴트 음식, 카페인, 알콜 음료 등을 섭취하는 바쁜 생활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인공적인 환경에서 기초 화장품은 피부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생활 환경 자체가 바뀌어 가고 있는데 자연그대로 피지 보호나 최소의 화장품을 사용하라는 오자와 타카하루의 의견에 동조 할 수 없네요" 숀 케이의 말이다.
홍콩의 피부과 전문의 피터 렁(Peter Leung)씨도,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더 나은 피부개선을 원한다면 소비자 현혹시키기 화장품 광고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하여 본인 피부에 적합한 기초 화장품이나 의약품을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라고 말한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은 ‘화장’을 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화장품은 약간의 과장성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성이 보강된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브랜드 홍보와 제품 디자인에 수백억 달러의 돈을 투자하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 보다 위에서 언급한 전문가들의 책이나 기사를 읽어보며 우리가 소비하는 화장품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아는 것 또한 자신의 피부를 위한 또 다른 투자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