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는 글자 그대로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소명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대표적인 성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브라함: 친척 아버지 집을 떠나 새로운 민족을 이루라는 성소를 받음.
모세: 이집트에서 고통받는 히브리 백성들을 해방시키라는 성소를 받음.
아론: 야훼 하느님께 제사지내는 사제로 성소를 받음.
여호수아: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라는 성소를 받음.
사울: 이스라엘 최초의 왕으로 부르심을 받음.
이사야: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는 예언자로 성소를 받음.
세례자요한: 메시야 탄생을 예비하여 물로 세례를 주는 자로 성소를 받음.
12제자: 예수님을 보좌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자로 부르심을 받음.
성소는 구약시대에 기름부음으로 세워졌으며, 사제직-예언자직-왕 이렇게 3가지로 나타납니다. 신약시대에는 예수님의 제자(사도)를 위시하여 모든 교회의 구성원은 모두가 독특한 하느님의 은사를 통해 교회의 필요를 채우고 이웃을 돕고 복음을 선포하는 성소를 받은 자들이라고 이해가 확대됩니다. 그리스도는 머리이시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신자들은 상하구분 없이 평등한 지체라는 것입니다. 바울로 사도는 몸의 가장 연약해 보이는 지체가 가장 요긴한 기능을 맡고 있다며 교회에 상명하복의 위계를 조성하는 것을 극히 경계하였습니다. 특히, 종교개혁시대에는 “왕 같은 제사장(1베드로2:9)”이라는 성경말씀에 비추어, 모든 신자들은 제사장직분을 갖고 있다는 만인사제설이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부제, 사제, 주교 삼성직을 성직으로 인정하고 신품성사를 주었습니다. 좁게보면 성소는 바로 이 삼성직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성직으로 부르심을 받고 복음을 위해 전적으로 헌신할 성소자를 위해서 특별히 기도하며, 한 명의 성소자를 키우기 위해 전체 교회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성소자를 세우는 것은 성사를 세우는 일이고, 헌신과 순명을 서약하는 성소자는 교회와 복음을 위하여 전심전력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넓은 의미에서 성소는 평신도 사목직을 포함합니다. 고린도전서 12장을 보면 하느님께서 교회 안에 여러 가지 직책을 세우셨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사도, 복음전도자, 가르치는 자, 기적을 행하는 자, 치유자, 남을 도와주는 자, 치리자, 방언하는 자 등입니다. 즉, 성직자, 교회위원, 교회학교 교사, 전례봉사단, 복사단, 구역, 활동단체 등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성소 중에 으뜸이 있습니다.
바울로 사도는 모든 은사보다 더 큰 은총의 선물인 이것을 간절히 구하라고 권면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은사, ‘사랑의 성소’입니다. 아무리 놀라운 기적을 행하는 성소라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한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러니 교회 안에 직분은 높고 낮음이 없으며, 다만 사랑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우리는 가장 좋은 길 ‘사랑’으로 부르심 받은 성소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