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도 울고 갈, 지혜가 가득한 제주의 다섯가지 맛 포털의 지식검색에 수도 없이 올라오는 질문들 중에는 제주도의 향토 음식에 대한 질문들이 참 많습니다. 어렵게 마련한 제주여행의 기회, 이 기회에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도만의 토속적인 음식을 접해 보고픈 여행객들의 바램이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향토음식이라고 올라오는 답변들을 보면 오리지날 제주음식들이 아닌, 바다를 끼고 있는 전국의 다른지방이면 얼마든지 맛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십중 팔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 된장냉국
제주를 처음 찾는 분들이 대부분 놀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된장을 풀어 만든 냉국인데요, 육지에서는 대부분 냉국을 만들 때 된장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된장은 끓여서 만드는 국이나 찌게에 간을 맞출 때 사용하는게 일반적인 상식이지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끓이지 않은 맹물에 된장을 풀어 먹는 모습을 보고는 적잖이 놀래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제주도에서는 아주 오래전 부터 이 된장냉국을 즐겨 먹었습니다. 특히 여름철이면 거의 모든 가정의 식탁에 단골 메뉴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된장냉국을 즐겨 먹게 된 이유로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될 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척박한 환경에 힘든 밭농사를 하면 살아 온 제주 사람들은 늘 시간이 '금'이었습니다. 조금의 여유를 가질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여유롭게 모든 반찬을 다 장만하여 식사를 하는 것은 사치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넉넉한 살림도 못되었지만 말입니다.
2. 몸국
제주에서는 아주 먼 옛날부터 집안의 대소사가 생기면 음식을 장만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서두르는일이 돼지를 잡는일입니다. 경사를 맞아 장가나 시집을 보낼 때 제주에서는 보통 3일잔치를 치뤘는데 첫날이 바로 '돼지 잡는날'인 것입니다. 둘쨋날이 가문잔치, 마지막날이 바로 결혼식 날이었죠. 물론 지금은 많은 가정에서 3일잔치를 치르지 않고 간소하게 하루잔치로 치르고 있습니다.
돼지를 잡자마자 바로 다음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이 바로 순대와 '몸국'입니다. 육지사람들이 가장 의아해 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바로 몸국인데요, 돼지고기를 삶아 건져낸 후 남아있는 국물을 이용하여 만들어 지는 음식이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좀 지저분하고 느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주사람들의 독특한 요리 솜씨는 이러한 우려를 한꺼번에 말끔히 해결해줍니다.
3. 돔베고기
아주 먼 옛날 똥돼지로 시작하여 지금의 토종흑돼지까지 이어지는 제주의 담백고 독특한 음식이 바로 '돔베고기'입니다. '돔베'는 나무로 만들어진 도마를 일컫는 말인데, 푹 삶아낸 돼지고기를 돔베에 놓어 알맞게 썰어 먹는다고 하여 '돔베고기'라고 부릅니다.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을 때 밥상위에 또는 바닥에 도마를 놓고 그위에서 바로바로 썰면서 고기를 먹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돼지고기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기 때문에 고기가 푹 삶아져 기름기가 쫙 빠진 상태의 따뜻한 고기를 식기전에 빠른시간안에 맛을 느끼기 위한 제주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드러운 속살의 돼지고기를 제주의 자리젓과 멸치젓을 함께 겯들여 먹으면 이 또한 별미중의 별미입니다. 푹 삶아서 기름기를 쫙 뺏기 때문에 느끼하지 않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어서 다른고기에 비해 질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4. 빙떡
소화가 잘 안되는 대표적인 곡물인 메밀, 하지만 피를 맑게 하고 단백질, 비타민C,E 가 풍부한 메밀을 섭취하기 위하여 고안해낸 과학적인 음식이 바로 '빙떡'입니다. 빙떡의 '소'로 사용되고 있는 '무'에 그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무'에는 소화효소가 아주 풍부하여 반면, 소화가 잘 안되는 메밀의 특성을 상쇄시켜 더할 나위 없는 찰떡궁합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의 토질 특성이 메밀이 해마다 풍작을 이뤄 늘 식량난에 허덕였던 제주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식량원이었습니다.
메밀전 속에 간단하게 채 썰어 버무려진 무를 '소'로 넣어 만들어진 너무나 단순해 보이는 이 음식은 얼핏보면 만두처럼 보이기도합니다.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그 밋밋한 맛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두,세개쯤 먹다보면 그 깊고 담백한 맛이 깊이 빠져들고 맙니다. 은근하게 전해져 오는 맛, 재료하고는 오직 메밀과 무채 뿐인데도 한번 맛에 익숙해지면 앉은 자리에서 대여섯개는 거뜬하게 없어지고 맙니다. 5. 자리물회
자리돔은 제주의 대표적인 특산물입니다. 예로부터 제주의 전통 고깃배인 테우를 이용하여 자리돔을 어획하여 왔습니다. 원래 돔 종류의 물고기는 가시가 날카롭고 쎄기로 유명한데, 자리돔의 가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뼈와 가시가 있는 통째로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이 외지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자리돔을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로는 강회와 자리물회를 들 수 있습니다.
자리돔을 썰 때는 뼈의 날카로운 부분을 상쇄시키기 위하여 가시의 방향과 어긋나게 세꼬시로 써는 게 일반적인데, 금방 걷어 올린 싱싱한 자리돔을 세꼬시로 썰어 고추장에 찍어 먹는 강회, 그리고 오이, 당근, 배, 미나리, 양파, 등 채소를 넣어 새콤하게 만들어 먹는 물회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
출처: 내가 숨 쉬는 공간의 아름다움 원문보기 글쓴이: 파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