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족례 단상
발씻김을 받았습니다.
2024,03,28, 성목요일에 발씻김을 받았습니다.
제가 속한 구역은, 80세가 넘은 조순형그레고리오 형님이 세족례 명단에 있었는데, 갑자기 광주에 가시게 되어 순서가 나에게로 왔다.
내가 세상에 알 수 있는 일이 없다.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2사도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 최후만찬에서 본을 보여주시고,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주님의 깊은 뜻을 사도들이 어찌알 수 있었을까?
"내가 너희를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씻어 주어야 한다."
허물과 죄를 보지 말고, 씻어주고 닦아 주야 한다.
세족례에 선발된 사람들이 전 신자들이 보는 앞에 앉았다.
어쩌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발을 꼼꼼히 씻어주시는 박홍기(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임 신부님의 발씻김을 받았고, 수건으로 꼼꼼이 닦아주신다음, 발에 입맞춤을 하신다.
마음에 미안하고 감사함이 솟구칩니다.
세속에서 세상 풍파에 시달리며 이리저리 헤메는 나를 지탱하느라 힘들었던 발이,
나 말고 다른 손길을 언제 받았을까?
부모님의 보호로 자랐던 어린 시절이 지나고는 처음인 것이다.
몸씻김을 받았던 어린 시절에는 부끄러움 모르고 쳔진난만한 마음으로 웃고 뛰며 살 수 있음을 감사할 줄도 몰랐다.
그저 일상이고 당연한 일과였다.
엄마는 아이들을 매일 씻어주시는 수고를 거르지 않으셨다.
그리고 나는 크고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97세의 어머니도 모시고 산다.
모든 것이 나의 노력이어야 하고 나의 책임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기댈 아내와 딸들이 성장하여 위로와 위안의 대화와 시간을 갖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살았다.
그러나 오늘의 느낌과 감정과 마음은 또 다른 미묘함이 있다.
물론 샤워도 하고 발도 깨끗이 씻고 갔다.
청결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앞에서 신부님께서 무릎 꿇고 따뜻한 물과 부드러운 손길로 발의 구석구석을 씻으시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시고는 입맞춤을 하신다.
허물 없으신 예수님께서,
선택 받으신 신부님께서,
이마에 물 부음받아 세례로 죄를 씨김 받고 용서 받아, 주님의 자녀가 된 나를 지켜주시고 인도하신, 주님의 손길을 느낄 때 마다 감사하며 삶의 여정을 걸어 가는 동안의 허물 마져도 발씻김으로 없애 주시는 깊은 사랑의 채험을 깊이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하겠습니다.
저도 사랑의 전도사가 되겠습니다.
용서하고 또 용서하면서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허물들이 나에게도 있음을 깨닫고, 발을 씻어주심으로서 낮아짐과 겸손된 마음이 우러나게 하십니다.
주님의 사랑을 깊이깊이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