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예술을통한철학적이해 중간과제
2024250160 홍준우
1. 지정과제 - 내가 사는 피부
피부에 내가 산다..? 처음 이 제목을 보고 피부를 내 몸의 일부가 아닌 제 3의 것으로 여긴다는 감상을 받았다. ‘내가 사는 피부’를 스스로 상상해보니 마치 피부가 겉껍데기와 같았다. 포스터에서 보이는 가면을 쓴 한 여자와 다른 한 남자가 같이 있는 모습 자체로도 굉장히 미스터리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영화의 주요 내용도 이것과 관련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시발점으로, 분석해 볼만한 요소가 영화 내에 다수 있을 것 같아 여러 지정 영화 중 이 영화를 중간과제로 선택하게 되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사람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영화의 연출을 빌려 말해보자면 로베르트가 비센테를 성전환시켜 베라라는 자신만의 가상의 인물을 창조해냈을 때 우리는 그 두가지의 모습을 하나의 인격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비센테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에도, 자신이 ‘비센테’라는 사람임을 잊지 않기 위해 갇혀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흔적을 남기려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나는 비센테와 베라는 표면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하나의 인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살아가면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을 겪는다. 우리는 매번 다른 상황과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고, 그들이 바라보는 ‘나’는 각자 다른 이미지일 것이다. 결국 우리도 같은 평행한 시간선 속에서 표면적으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본질적으로 하나의 인격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 다양한 모습들조차도 결국 ‘나’라는 사람의 일부일 뿐인 것이다. 비센테와 베라라는 두 가지 모습도 물론 극단적인 연출이긴 하나, 본질은 하나임을 알려주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티나의 모습도 비센테의 과거씬에서와 현재씬에서의 외형적 모습이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도 위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 속에 있다.
그리고 사람의 정체성에 관한 주제와 별개로 다른 생각해 볼만한 논제로, 로베르트의 사랑을 떠올렸다. 로베르트는 6년 전 죽은 자신의 아내, 갈과 똑같은 모습으로 비센테를 성형수술 및 성전환수술을 시킨다. 그리고 그에게서 생체 피부 실험과 같은 비윤리적 과학 실험들을 감행하면서 피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러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로베르트는 자신이 수술한 베라에게서 호감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 나중에 가서는 전적으로 그녀를 믿게 된다. 이와 같은 로베르트의 모습을 사랑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창조한 소유물에 대한 광적인 집착일까? 나는 후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내의 피부를 고쳐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내와 딸 모두 죽었다고 로베르트는 스스로 생각했을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자신이 새롭게 창조한 ‘베라’라는 존재에게 광적인 집착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비센테는 과연 자기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나는 비센테에게서도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있던 시기였다고 생각했다. 아마 조금만 시간이 더 흘렀더라면 완전히 ‘베라’라는 로베르트가 만든 새로운 인격체에게 잠닉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다시금 각성하게 되고, 총을 쏘기 직전까지도 분명 마음 속은 심란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마음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 수년 동안 노력하려 해도 흔들릴 순간들이 여럿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영화의 여러 장면들을 통해 비센테는 다시금 각인되는 순간들을 통해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고, 끝으로는 베라가 아닌 비센테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2011년 스페인에서 만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으로, 오래된 영화까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그녀에게’, ‘귀향’ 등이 있다. 그의 영화의 주요 특징들로는 여성 캐릭터와 페미니즘적 접근, 그리고 성적 정체성과 자아 탐구 등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영화를 살펴보게 되면 성적인 욕망만을 탐닉하는 남성성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고,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여성화된 비센테와 그의 어머니, 크리스티나 이렇게 3명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나는데, 여기서 끝내 역경을 헤치고 이뤄낸 여성 공동체라는 상징성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이 영화 자체가 성적 정체성이 주요 소재인 만큼 그와 관련된 비센테 스스로의 자아 탐구적 면모를 엿보이며 우리 자신에게도 자아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내가 사는 피부’는 겉으로는 반전물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깊게 파고들면 많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런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생체실험에 대한 많은 철학적 논제를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데, 영화를 통해 이러한 사유를 거치게 되니 또 다른 관점에서 해당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2. 자유과제 – 쇼생크 탈출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가 고 3이었다. 매일이 똑같이 공부하고 새로움이 없던 일상에서 영화라도 보면 나 스스로 환기가 될 것 같아 명작 영화를 찾던 중 이 영화를 발견했다. 다 보고 나니 어쩌면 주인공인 앤디의 삶이 현재 내 삶과 닮은 구석이 있다 생각했고, 나도 힘든 상황이지만 희망을 갖고 살아가자 다짐했던 기억이 있어 다시금 분석하면서 그떄 그 감동을 느끼고 싶어 이 영화를 자유과제로 선택했다.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는 흔히 ‘반전물’의 형태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데, 여기서 조차도 결말이나 반전에 대한 해석을 하기 보다는 철학 교양 수업인 만큼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해보겠다. 먼저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이 영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주인공 앤디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고 극한의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자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자기 힘으로 감옥 내 도서관을 확장하고, 동료 죄수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며 비록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자신의 삶에 계속해서 의미를 부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실존주의자들이 말한 ‘인간이 처한 상황 속에서도 자유와 선택의 여지가 있다.’ 라는 것을 의미한다. 앤디는 감옥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쟈신에게도 자유와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해서 가석방을 시도하고, 아까 말한 도서관 관련 업무 그리고 마지막에는 비리 폭로와 함께 탈출까지 감행한 것이다.
또한 이 영화를 스토아 철학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는데, 이는 앤디와 레드의 태도에서 엿볼 수 있다. 스토아 철학의 핵심인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에 집착하기보다는 내면의 평화와 덕을 유지하는 것이 앤디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내적 자아를 잃지 않는 모습과 일치한다. 그는 영화 초반에는 약간의 평정심을 잃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만 매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후 온전히 자기 자신의 내면 평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위 단락에서 말한 것과 유사하게 ‘내적 자아’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수십년의 세월동안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레드 또한 앤디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자유의 가능성을 깨닫게 되고, 이후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중요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스토아 철학적 요소가 존재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 영화를 전체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플라톤의 동굴’로도 비유할 수 있다. ‘플라톤의 동굴’에서 동굴에 갇힌 사람들이 그림자를 실제라고 믿는 것처럼, 영화 속 교도소는 감옥에 갇힌 죄수들에게 제한된 현실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 하지만 앤디는 달랐다. 앤디는 교도소가 투영하고 있는 제한된 현실 그 너머에 도달하려 계속해서 노력하고, 끝내 탈출을 통해서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 이는 교도소를 벗어난 물리적 탈출도 포함하지만, 정신적인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굴의 그림자’를 벗어나려는 앤디의 철학적 탐구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 ‘희망’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다. 앤디는 레드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식의 말을 자주 전한다. 계속해서 앤디는 희망의 가치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이는 레드뿐만 아니라 앤디 자신에게도 그들의 존재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앤디가 교도소 내의 문제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탈출에 성공하는 모습으로 비추어 결국 인간에게 있어 정신적 불굴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레드 또한 앤디의 영향을 받아 희망의 가능성을 믿게 되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시발점이 된다.
1994년 미국에서 만든 프랭크 다라본트의 작품으로, 오래된 영화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아도 작품성이나 완성도적인 면에서 손색이 없는 명작 영화라고 회자된다. 그는 영화에서 주로 인간성에 대한 강조나 희망과 구원을 그려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나 ‘그린 마일’의 죄수들을 통해 힘든 상황이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며 긍정직인 변화를 찾는 삶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번 과제를 위해 다시 한번 ‘쇼생크 탈출’을 보게 되었는데 이번엔 철학적 관점에서 집중해 영화를 보게 되니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땐 앤디가 교도소를 탈출하는 장면이나 결말 부분에서 희열을 느꼈더라면, 이번에는 탈출하기 이전 앤디가 교도소에서 보여주었던 ‘희망을 추구하는 모습’이 더 와닿았다. 우리 스스로도 가끔씩 절망적인 상황 속에 있다고 느낄 순간들이 존재할텐데, 이때도 계속해서 앤디처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끊임없이 자유와 희망을 추구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