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학교 제1강 [다름]
제가 어제 식구들과 함께 짜짜루라는 중국집에 갔습니다. 메뉴를 고르는데 제가 짜장면을 시켰더니 아들 녀석은 간짜장을 먹겠다는 겁니다. 아니 왜 간짜장이냐고 했더니, 녀석은 그냥 짜장이 아니라 꼭 간짜장을 먹어야겠다고 우기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모두 똑같은 짜장인데 왜 구태여 값도 더 비싼 간자짱을 먹겠다는 건지? 나 원~
여러분들은 짜장면과 간짜장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아십니까? 아! 물론 하나는 짜장과 면이 한 그릇에 섞여서 나오고, 다른 하나는 면과 짜장이 다른 그릇에 나오죠? 그건 모두 아는 내용이구요.
그럼 결론으로 가서, 그렇다면 나중에 한 그릇에 섞어서 휘저으면 똑같아지는데, 왜 짜장면 값과 간짜장 값이 차이가 나는 건지 그 이유는 아십니까?
우리 아들 대신 차범근 씨 아들이 등장해서 알려줍니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좀 썰렁했습니까?
오늘 제가 말하려는 주제인 ‘다름’은 이렇게 모양과 내용물은 거의 똑같은데, 값만 다른 경우, 이런 다름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다름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리가 앞으로 여덟 시간 동안 배워서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것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철학자 니체는 말했죠. 외쳐 볼까요?
‘너 자신을 알라!’
자신을 스스로 잘 아십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 자신을 향해 ‘너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이런 진지한 질문을 던져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마도 흔치는 않을 겁니다.
지금 5 분 정도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일단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쉽다고, 나는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경솔하게 답하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와 함께 오늘 두 시간을 보내시고 난 후에 분명 후회하시게 될 테니까요.
나를 아는 과정의 1단계가 바로 다름입니다. 다름을 아는 것입니다. 무엇이 다름을 아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내가 남과 다름’을 아는 것입니다. 어렵게 표현하면 ‘정체성의 확인’ 되겠습니다.
자 이제 또 눈을 감고 저와 함께 아프리카로 떠나 봅시다. 머릿속으로 아프리카 평원을 떠올려 보십시오. 자, 사자 무리가 보입니다. 갈기가 멋있는 수사자는 폼만 잡지, 사냥하고 새끼를 돌보고, 궂은일은 암사자들이 다 합니다. 사자 무리에서 멀리 느릿느릿 움직이며 풀을 뜯는 코끼리 무리도 보입니다. 사자들은 들소나 영양 같은 동물을 사냥합니다. 코끼리는 풀이나 잎사귀만 뜯어 먹습니다. 아무리 굶주려도 사자가 풀을 뜯거나 코끼리가 물소를 잡아먹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시골에서 자라셨던 분 계십니까? 소 키워보셨습니까? 손 들어보세요. 소를 아침에 방죽에 데려다가 메어 놓지요. 그럼 소가 유유자적하면서 풀을 뜯어먹습니다. 소가 방죽에 돋아난 모든 풀을 다 먹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풀 중에 먹는 풀이 있고, 먹지 않는 풀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소가 안 먹는 풀을 곱게 갈아서 다른 것에다가 섞어서 먹이면 소는 모르고 먹습니다.
조금 엇나갑니다.
요즘 애완동물 많이 키우지요? 이제는 애완을 넘어 ‘반려’동물이라고 합니다. 집에 애견 있으신 분? 혹시 당뇨 걸린 개 있으신 분?
개도 당뇨 걸린다고요? 이러시면 할 수 없고요
개 당뇨병에 특효약이 있습니다. 그건 강의 말미에 알려 드릴 테니 제 말을 끝까지 따라와 보십시오.
지난 토요일에 옥구공원에 걷기대회 갔었습니다. 빨간 등대가 반환점이어서 오이도 제방을 따라 걸었습니다. 오이도 가 보신 분?
오이도 제방 옆에 가장 많은 식당이 뭡니까?
조개구이집은 오이도 뿐만 아니라, 아마도 지금 전국의 해안선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음식접일 겁니다. 대한민국은 표면적으로 정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쏠림과 유행에 너무 민감합니다.
자 저는 계속 다름을 말하겠습니다.
1박2일 강호동과 남자의 자격 이윤석이 무엇이 다릅니까?
개그우먼 이성미와 박미선은 무엇이 다릅니까?
수다맨 강성범과 달인 김병만은 무엇이 다릅니까?
가수 김경호와 가수 최희준은 무엇이 다릅니까?
자, 그럼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들의 몸에 대해서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고등어만 떠올리면 늘 안 좋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의 기억 속에서 고등어란 생선은「생목 오르는 생선」이라는 것입니다. 식구들과 같이 먹어도 왜 유독 자신만 생목이 올라 불편해하는지 고등어를 먹을 때마다 그가 가진 의문이었습니다. 등 푸른 생선이 머리에도 좋고 노화 예방도 된다고 테레비서 마구 떠드는데, 그 좋다는 것을 안 먹고 살자니 아쉽기도 하고 말입니다.
명절 날 소고기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몸이 나빠지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른들은「괴기를 자주 먹지 못하니 위장이 놀라서 그런다.」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여유가 생겨서 고기를 자주 먹게 되었을 때는 소화가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똥의 냄새가 아주 고약해지고 피부에 부스럼도 자주 생겼습니다.
인삼 생각만 해도 열이 뻗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인삼의 고장 풍기 사람인데 어려서 부모들이 인삼을 아주 많이 먹였습니다. 인삼을 먹으면 속에서 열이 펄펄 나고 기운도 솟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눈이 충혈 되면서 침침해지고 머리도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닭고기만 먹으면 몸에 부스럼이 나고, 가려워서 밤잠을 설치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피부과에 아무리 다녀 봐도 뾰족한 대책이 없었습니다.
여름날에도 조금만 배를 차게 하면 배탈이 나서 늘 설사할 두려움에 빠져 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배를 차게 한다.」는 인식은 그가 오래도록 여름배탈을 겪으며 생긴 경험에 의한 것입니다. 배탈을 잦은 그는 어디 낯선 곳에 가면 화장실이 어디인가 살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남들은 10분이면 먹고 일어나는데 30분이 넘고 한 시간이 가까워지도록 오래 씹으며 앉아 있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저같이 성격이 급한 사람은 열불이 나서 그 친구와 같이 밥을 못 먹습니다.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동호회 회원들과 지방에 가면, 경기 전날 힘내자고 동료들과 고기를 잔뜩 먹고, 막상 경기 당일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한다는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60대인데도 저보다 훨씬 체력이 좋고 거의 매일 20 키로를 뛰시는 분인데, 마라톤 대회 나가서 한 번도 일등을 하지 못 하였다고 제게 푸념을 하시곤 했습니다.
독 중에서도 맹독이라는 복어 알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여기며 어느 바닷가에서 홀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교장 선생님의 훈시가 조금만 길어진다 싶으면 자동적으로 쓰러지던 친구가 혹시 주위에 있었습니까?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두세 번씩 화장실에 들락거리는데, 4,5일이 지나도 똥 눌 생각조차 없던 친구가 있었는데, 운동장에서 쓰러지던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스스로 변비증 환자라고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위와 같은 경험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뱀닭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닭한테 뱀을 먹이면 어떻게 됩니까? 닭에게 뱀을 먹여서 그 닭을 잡아서 요리해 먹는 것이 뱀닭입니다.
아까 말씀 드리려던 개 당뇨병도 그렇습니다. 닭과 개에게 인간이 잘못 행한 것이 그런 결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제는 여러분들께서 대강 감을 잡으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려는 다름이 무엇인지.
무엇입니까?
예, 잘 맞추셨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관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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