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시모음 | 미래파2 http://blog.naver.com/cheungwon/80117854139 검은 나무---------------장석원
나는 방금 전에 검은 나무를 지나쳤다 그는 견고한 기둥이 아니다 어둠에 먹힌 그가 꽃을 밀어낸다 꽃잎 꽃잎 꽃잎 터져나오는 꽃잎 어둠을 빨아 마신 검은 나무의 검은 언어 나에겐 검은 나무를 기술할 검은 혀가 필요하다
어둠 속의 나무는 따스하지만 또한 날 찌른다 검은 나무의 폭력에 몸이 열린다 그가 전해주는 검은 사랑을 나는 갉아먹는 환한 꽃으로도 베어내는 칼날로도 부정할 수 없다 내게는 힘이 없다
왜 검은 나무 앞에서 나의 소음을 듣고 있는가
검은 나무가 나를 설명한다 거부된 자이기에 돌아오지 않을 나를 기술하는 검은 나무의 목소리가,
희미한 체취가 빠르게 궤멸되었던 두 감각이 교차되면서 교란되면서 나를 실체라고 주장한다 나는 속기로 작정한다
검은 나무가 걸어온다 나는 어둠이 가득 찬 주머니 그가 내게 손을 대자 나는 주르르 쏟아진다 어둠의 성채로 흘러드는 길이 된다
그물을 펼치고 그의 모든 이미지를 포획하려 한다 그리고 종말을 향해 첫걸음을 떼었다 검은 공포가 서 있다
卵生者의 귀환 -----------장석원
물결을 거슬러오르는 사랑은 그 눈에서 시작되었다 골반의 운동이 나를 만들었다 망막에 지워진 내가 서 있다 무수한 색점으로 분해되고 있는 운동의 궤적이 있다
포란되기를 열망하는 사내의 꿈 희망의 노른자를 빨아 마시는 박혁거세의 후예에게 폭풍이 몰아칠 때 뒤집힌 풍뎅이처럼 속수무책 웃고 있는 사내의 과거
바위를 깨니 알이 있었고 알을 깨니 사내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 힘센 장사 되어 무수한 사랑으로 알을 낳았다 아들을 낳았다 거대한 혓바닥처럼 바다가 알을 집어삼킬 때마다 사내는
팔뚝을 걷어붙이고 통허리를 돌려 으랏차 장작을 팬다 정수리를 뛰어넘는 파도처럼 흰 이빨을 드러내는 장사의 도끼날 쪼개지는 쾌감을 아는 장사에게 슬픔을
쾌척하는 그녀는 목선이 곱지만 알을 낳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알을 사랑하기에 까마귀 둥지에 탁란한다 사내는 알을 잃고 사랑을 잃고 쓰네 완벽한 폭풍이 불어올 때 불끈 솟는 투항의 꿈 수장되는 꿈 바다에 몸 던지세요 검고 두꺼운 침묵에 뭉개지기 전에 낳아줘서 고마워요
인생을 변화시킬 어떤 사람 옛날 경골어류가 바다를 유영할 때 눈을 떴다 멸족된 어류의 아가미에서 시작된 세포 분열의 결과 수압에 짓눌려 납작해진 얼굴 퉁퉁 부은 손 찢어진 기다림 해구의 어둠에 묻혀 발광하는 심해어의 몸통 나는 맑은 눈 뜨고 바깥을 보고 퉁퉁 불어가는 아버지를 쳐다보고 점 점 작아지는 그에게 바 이 바 이 손 흔든다 내 갈빗대 안에서 유영하는 물고기의 눈알에 담긴 아버지의 익숙한 눈빛 어복 속의 나와 아버지
아수라백작에게 돌아온 어머니가 뺨을 쓰다듬고 귀를 애무하고 젖을 물리고 (검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붉게 웃어요 나는 흡혈할 수 없어요
목을 조르고 허벅지로 조이고 모든 것을 지우고 모든 것을 복구시키는 그녀의 승리 나의 궤멸에 대해 침묵이 입을 열어요 빠 빠 입 안의 입이 머리 속의 머리가 얼굴 밑의 얼굴이 나를 봐요 과거를 불러내요
마당 가운데 겨울의 헐벗은 포플러에 기대 하늘을 보고 있는 아이, 담에 박힌 유리 조각처럼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는다
가재도구 뒹구는 마당을, 하늘 향해 천천히 뻗어나가는 머리카락을, 머리 위의 잿빛 구름을, 빳빳한 햇빛을
투하되는 폭탄처럼 선명한 소리 (검은 눈으로) 바라보던 엄마의 반쪽 얼굴 웃다가, 울다가, 깨진 보도블럭, 잘린 포플러
현기증이 사실을 압도하고 있을 때 아무도 담 밖으로 나서지 못할 때 그를 지켜보던 아버지처럼 (그는 엄마의 목소리로 나를 흥분시켰고, 마침내 나를 나무랐다 남으라 했다 나무라 했다 못처럼 박혔다) 그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어린 그가 복수한다 어린 그가 나를 쓰러뜨린다 어린 그가 나를 가격한다 (뜻밖에 평화가 찾아왔어요) 품에 잠든 어린 그가 번쩍 눈을 뜬다 엄마 엄마 나에게 손 내민다
(귀환한 연어는 온몸으로 강 바닥을 헤치고 알을 낳는다 알 위에 정액을 뿌리고 죽어 암컷과 함께 물 아래로 흘러가는 수컷 연어 먹힐 운명을 용케 피했다 새 생명을 낳고 죽은 연어의 눈알을 물결이 갉아먹는다 축복이다)
赤記 (외 2편) /장석원
다스려지는 자의 눈빛으로 적들의 피를 바라보듯 햇빛 너머를 응시한다 죽은 그를 빨아올려 허공에 뱉어낸 나무의 적의를 나는 알 것 같다 젖어 있는 나무의 뿌리를 그를 휘감은 검은 핏줄의 악력을
아버지의 목덜미를 깨물 듯 나무에 혀를 박는다 단풍의 아가리에 머리를 쑤셔 박는다 그가 나를 사랑한 후에 쏟은 피 빨아 먹힌 후 그 몸은 빈 자루에 불과할 것이다
목 매달린 죄인처럼 바람결에 흔들리면서 확산되는 피의 영역에 갇혀 나는 처단되기를 기다린다
나의 눈구멍으로 모든 것이 빨려든다 거기 고요가 점화된다
붉은 고요에 감염되어 아버지를 기다리며 석양 속에서 나는 존다 빠르게 잊혀지기를 꿈꾼다 어둠이 이마를 만지자 나는 번지듯이 건너간다
가장 근원적인 혁명은 사랑하며 홀로 부패되는 것 그의 먹이가 되는 것 그를 먹이는 것
나를 흡수하여 점점 붉어지는 아버지 밖으로 허물어지면서 몸피를 키우는 소모되고 사라지려는 저 붉음이 사랑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형식
완전한 중립 상태
내리는 빗방울의 수효를 알고 싶다 빗방울이 나와 산과 나무와 하늘을 용해시킨다 빗방울이 바람에 휘말리자 소음이 넓어진다 흘러가는 물 속에 다른 불이 들어간다
뭉개진 나의 얼굴처럼 검은 반역처럼 탑이 서 있다 불룩한 고요 위로 새 형상의 소리가 날아오른다 물풍선이 터지듯 탁 풀어진다 어둠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낯선 나를 응시한다 내 눈은 고인 물 내가 바라보는 풍경 위에 내 얼굴이 떠 있다 나는 나를 만들었으나 더 이상 나를 이해할 수 없다 구름이 나의 배경 속으로 들어온다
날갯짓 소리로 새는 궤적을 지운다 나는 새가 거기 있는 듯이 먼 곳을 응시한다 다시 눈동자 속에 새가 나타날 것이다 고요가 다시 새를 던져버릴 것이다 빗방울이 푸슬푸슬하다
정숙한 노예들 -------장석원
연인들이 모텔에 들어간다 남자는 요금을 지불하고 여자는 자판기에서 포카리 스웨트를 뽑는다 그들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입장한 것 산딸기처럼 부끄러운 사랑의 불시착 갈증의 도래
이 방은 분홍이다 빨리 끝난 오늘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핑크의 강림과 핑크의 훌쩍임 우리는 하나이었다가 둘로 갈라진 지 오래되었다 우리는 붙었다가 떨어지는 전극 약을 먹으면 다시 힘을 얻을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약이 필요하다 오늘
위대한 한민족 거룩한 영혼의 소유자들이여 내일의 합창을 들어라 신이여 대한민국을 구원하소서 오늘
우리는 네 시간째 문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우리는 더 하고 싶었다 체력을 확인하고 싶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 뿌리가 일어선다 통증과 쾌락의 신음 소리가 성가대의 벌어진 입처럼 조화로웠다 오늘
우리는 기다릴 수 없어요 스스로 주사해요 주인이 쓰다듬어주기 전에 순결해지기 위해 녹아내려요 약을 줘요 새 약을 오늘
다른 것이 우리를 점령할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부드러운 얼굴 부드러운 입술로 현실을 잊으면 된다 사라질 모든 것들 입술 위의 거품들 기록되지 않는 패배자들 우리는 우리를 뜯어먹기에도 바빴다
발열---------장석원
우암(牛岩)목욕탕으로 갔어요 손가방 하나 들고 당신은 담배를 피우며 맛있게 입맛을 다시며 옷을 벗고 옷을 벗기고 장산곶 마루를 흥얼거리며 수증기 속으로 잠입했어요 시야에서 사라졌어요 거품으로 내 등을 가슴을 허벅지를 닦아주었어요 너무나 깨끗하고 상쾌하고 더욱 달아오르고 나는 쇳덩이가 무엇인지 폭발은 왜 일어나는지 알았어요 절정은 오래 가지 않았기에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당신은 안개였나요? 그렇게 멀리 떠나가 부나비처럼 부서지고 싶었나요? 내 엉덩이의 푸른 반점은 당신의 형해 그날의 나는 지워지지 않았어요 바가지로 물을 쏟아 붓는 당신과 물에 용해되는 나와 물 따라 흘러간 당신 촛농처럼 간지러운 물의 손가락이 나를 훑고 더듬고 맛봐요 사포 같은 수건이 샅을 지나요 젖니가 다시 돋아요 나느 쓸렸어요 당신과 나는 입냄새도 비슷해요 세모(細毛)의 구름이 지나가는데 물속에서 당신이 일어서요 물 때문에 당신이 길어져요 철근을 구부러뜨리듯 당신은 나를 휘어지게 해요 숨이 막혀요 너무 뜨거운 탕에는 넣지 마세요 자꾸 빨개지고 융모처럼 부드러워져요 당신은 옷을 입지 않았어요 목덜미에서 물이 흘러내려요 허리가 운천교의 상판 같아요 그날 나는 뚫린 양말처럼 불안했어요 나는 황소의 아들 하초(下草)가 단단해지고 뿔 하나 자라나요 나도 남자가 되었어요 서글픈 그물을 들고 돌아올 당신을 기다려요
먼 하늘의 구름과 당신의 入口와(외 1편) /장석원
시작도 끝도 없이 당신과 만나고 있었어요 구름의 위치만 바뀌고 있었을 뿐
이곳에서 다른 당신과 만나 다른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이발사가 혁대를 풀자 크레졸 냄새 면도하기 전에 발부터 닦지요 인후염에 걸린 스튜어디스가 우유를 마셔요 Prugio mart의 사장이 사타구니를 긁으며 하품해요 밤고양이는 모두 그의 친구이지요 오후 3시 34분의 빗방울이 16층 아파트 창문에 도달했을 때 미시간 모텔로 들어간 연인이 대실료를 지불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이발소의 라디오가 꺼졌어요
당신은 그때 내 손을 잡았어요 해운대 백사장이 파도에 젖듯 당신이 나를 침범했던 것이에요 모래시계의 모래가 홀린 듯 줄어들어요 빠르게 나는 소모되었네요
구름엔 입이 많아요 비행기가 입으로 들어와 다른 입으로 빠져나갔어요 나는 당신을 통과했어요
거미
불빛 속에서 거미가 흔들린다 나를 노려보다가 떨어져서는 검은 털이 돋은 철사 다리를 움직여 발 쪽으로 기어간다 주저하지 않는다
거미는 내 몸의 길을 실수 없이 찾아낸다 거미는 움직이는 반점 거미는 흘러내리는 검은 핏방울 어둠이 결집된 냉기가 파고든다 그것이 나의 욕망이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혓바닥처럼 목덜미를 핥고 명치를 스쳐 恥骨을 향하는 그림자 내가 만든 어둠의 파편 과거에서 전송된 거미
나는 두려워하며 가빠지며 잘려나간 그림자와 몸 아래에서 사라진 거미를, 거미를 삼켜버린 어두운 入口를 찾는다 그가 다시 과거로 스며들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과거가 기거하는 집 한 채가 되었다 입에서 거미줄이 흘러나온다 썩지 않는 사랑에 나를 가둔다
한낮의 닥터 멜랑콜리 -------장석원
가지를 물고 나무 꼭대기로 날아가는 까치 그곳은 진보의 끝, 망상적인 외로움이 파괴된 곳 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너는 쾌락을 위해 나를 사용하고 나는 나를 위해 열렬히 나를 소모한다 너와 나는 비참해지기를 열망한다 반성이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신음하며 홍해 갈라지듯 상처를 노출시킨다 변태한다 바바리맨이 되어 간다 스스로를 징벌하기 위해 정화되기 위해 음모까지 밀어버리면 우리는 포만감에 젖겠지
세상의 개변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현실을 위해 순교 외로움 앞에서 동맹) 투쟁과 선언과 조합은 사어 그것들끼리 마스터베이트
불가능한 행복을 향해 나는 초사이어인이 되어 날아오른다 긴 권태와 짧은 공포여 이 세상이 더욱 잔인해지기를
낙원으로 갑시다 ―DJ Ultra의 리믹스:Demis Roussos, ?Tropicana Bay? +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소녀시대 ?Gee?----------------------------장석원
음악은 만나면서 이별하는 사랑, 귀에 흘러든 순간 사라지는 질서, 저곳에 다시 음악이 발생한다, 당신도 그렇게 우리를 만났다
이곳은 종교가 없는 곳, 이곳은 증거를 강탈당하는 곳, 거짓말은 커지고, 커진 것은 성욕이고, 애인은 늘어나고, 늘어난 것은 형량
모서리를 돌면 → 워프 → 우리는 당신을 만나러 가는 중이에요, 이 나라의 우울, 이 사회의 광기, 모두가 속삭여요, 고해하고 빨리 떠나세요
이곳은 상처가 많은 곳, 이곳은 신심이 거래되는 곳, 사랑은 고려하지 마세요, 증명하세요, 죄를 매매하세요, 장로의 죽음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우리를 쳐다보는 엄마들의 즐거운 눈물을 망각하세요, 우리는 이산가족을 찾기 위해 장벽을 넘다가, 표적이 되었어요 담장 위에서, 총구를 볼 때, 프리덤
음악을 잃는 것은 사랑을 까는 일, 사랑을 잃은 후에 다시 잃어버리는 음악, 죄의식을 버린 후에, 외쳐요 종교보다, 자유! 종교보다, 음악! 음, 음/(군사분계선 같군)/악, 악이 필요해요
지 지 지 지 베이비 베이비 지 지 지 직 베이비 베이비
우리는 가쁘게 노래해요, 일몰 동안 신은 침대에 페브리즈를 뿌리고, 뮤즈는 물티슈를 뽑고, 천사 제이슨은 기타를 치고, 우리는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아요
근대 이후, 이 나라의 슬픔을 기억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영혼이 음악 이외의 다른 영양분이나 자극을 원하지 않을 때,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들은 묘지를 찾아갈 테야요
도넛은 왜---------------장석원
동그라미에 당신이 갇힐 때 도넛은 어디에서 출현하는 것인지 당신의 입술이 내 입술에 접착될 때 내 입과 당신의 입이 사슬일 때 우리는 수갑이 되는 것인지 공동의 혀가 되는 것인지 모두의 얼굴에서 기포가 발생되는데 (도넛 도넛) 입술은 치아를 포식하네 검은 안면에 착상된 입술의 훌랄라
보도에서 발이 빠질 때, 어머 입술과 눈이 동그라미를 구성할 때 나와 당신이 두 개의 모음으로 축출될 때 ㅗ ㅜ ○ ○ ○○ ≡≡ 입술 밖의 감탄사 입술 사이의 휴전선 아래 위의 입술이여 커지는 구멍이여 당신이 나에게 말을 줄 때 수집광 당신의 제스트는 언제나 모음 (도넛 도넛) 총구의 화약 연기처럼 흘러내리는 사랑 때문에 어둠 속에서 나는 꽃을 피우고 당신은 손가락 빨며 기갈 기갈
입술 밖 달콤한 선율의 영혼들은 도넛은 왜 날아다니며 나를 가두는가 |
출처: 젊은 단어들의 축제 원문보기 글쓴이: 외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