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시집 제1권
부류(賦類)
◆기호부(祁戶部)의 태평관등루부(太平館登樓賦)에 차운(次韻)하다.
次韻祁戶部大平館登樓賦
古者。詩有和無次韻。次韻起於後世。至如詞賦。前輩未嘗有次韻者。盖詞賦。押韻必多。多則韻強。韻強則才窘。才窘則不能騁其步驟。有牽強拘澁之病。此古作者所以避而不居也。今先生有謁箕子祠賦。江之水辭。登大平館樓賦。居正不揆鄙拙。輒次其韻。此實前輩之罪人。而先生之所不取也。然居正海外書生。孤陋寡聞。先生不鄙夷之。峕與昌詶。受賜多矣。獨於詞賦。計其工拙。不詶答以負盛意也哉。此居正所以敢爲前輩所弗爲。弗諱其短拙者也。大雅君子。必有言矣。詞曰。
余悲不及古之人兮。塊獨處而無儔。將取友於天下兮。奈衜塗之阻脩。安能欝欝余一隅兮。志蜚騰於九州。顧脩名之弗立兮。歲月鯈其如流。知四十九年之旣非兮。其未徠者能幾。粤皇覽余初度兮。擔不墜吾歬志。竢河淸乎徦之陬兮。際皇明之治平。日月赫以行天兮。宇宙郁其文明。奄八荒以梯航兮。旅玉帛其庭實。麟鳳兮林藪。龜龍兮澤國。夫惟人中之四靈兮。吾弗能記其半也。莫不蜚英而騁奇兮。効其志而詶其願也。玆聲敎之遠曁兮。被已先於三韓。歲錫貢之相望兮。路四千其漫漫。偉少海之重潤兮。澤跂行而啄息。誕泥詔之天朌편001兮。亦何限乎禹之蹟也。溘余候子於江之湄兮。聊騁目兮巫閭。羌九萬其鵬擧兮。竊獨悲鷃蘺之平蕪也。矯矯神龍之游戲兮。嶃頭角虖巨浪。慶星爛兮晴昊。猗蘭茁兮美壤。緱之鸞亦可騎兮。鳳又噦噦虖岐陽。鼂余並鑣虖箕之都兮。夕奉袂乎漢京。峩佩冠之陸離兮。竦余神以觀聽。何上友典墳之灝噩兮。繽出入乎大雅之比興也。寔固余之所願聞兮。嗟又去此其何之也。憺忘歸兮夷猶。接步武之逶迤。黃河潏其邅漫兮。屹泰山之巍巍。吸沆瀣以內實兮。披雲霓以外圍。訪太一兮東方。攀斗杓兮北極。優游虖奎璧편002之宸府兮。躞蹀乎䒶根之窟宅。邈余骨凡而緣淺兮。汎容與以追隨。雖重譯弗可憑兮。膽相照其何疑也。初旣與余成言兮。寧不爲之先路也。詔百靈使徠迓兮。鯈雲集而雨下。玆爲僊府之淸虛兮。婉美人之淸敭。錦宴爛兮未央。奏䒶樂兮空桑。靑鳥回翔而西徠兮。導瑤觴以詶獻。滿堂兮賓客。各懷抱兮琰琬。解紉蘭以相遺兮。羌芳氣之襲余。芝輪羽盖之先後兮。羲娥並集而爭趨。俄人散而夜靜兮。洞房闃其無侶。余雖姱節之信美兮。嫌有娀之佚女。凜淸寒其氷雪兮。覺身世之非凡。天香携兮滿袖。寶唾霏兮四筵。慨余骨之未蛻兮。奈糠粃之居前。哀人間弗可以久駐兮。忽反顧而蹁躚。想玉皇之高拱兮。儼霄편003衣之待旦。㝱咫尺其放편004兮。皇乃敷腴而一粲。望長安於日下兮。渺星査兮銀漢。方將凌雲霧而天遊。夫豈蠛蠓之爲戀也。笳鼓發兮蕭蕭。弩騎驅兮桓桓。王편005鞭振兮風飇。僊袂擧兮鳳鶱。悵後會之難又兮。留一言以爲訣。庶交際之無忝兮。期永好而罔缺。重爲告曰。侯之徠兮日邊。侯之去兮帝鄕。侯何脩而至此。使我兮弗能忘。猗至人之至德兮。固衆人之所慕。挹淸芬而延편006兮。曠百世而一遇。示我以周行兮。贈我以微言。寫歷歷之披肝兮。盖目擊而道存也。微夫子之洵美兮。吾幾失於道德之門也。
옛날에는 시(詩)에 화(和)만 있고 차운(次韻)은 없었으니, 차운은 후세(後世)에 생긴 것이다. 그러나 사부(詞賦)의 경우는 전배(前輩) 중에 일찍이 차운한 이가 없었다. 그것은 대체로 사부는 운(韻)을 반드시 많이 달게 되는데, 운이 많다 보면 강운(强韻)이 나오게 되고, 강운이 나오면 재주가 막히게 되며, 재주가 막히면 문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여 억지로 끌어대거나 얽매이고 막히는 병통이 있게 되기 때문이니, 그래서 옛 작자(作者)들이 이것을 피하여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선생(先生)께서 알기자사부(謁箕子祠賦), 강지수사(江之水辭), 등태평관루부(登太平館樓賦)를 지었는데, 거정(居正)은 자기 문장의 비졸(鄙拙)함을 헤아리지 않고 매양 그 운을 차하였으니, 이는 실로 전배의 죄인(罪人)이요 선생이 취하지 않는 바이다. 그러나 거정은 해외(海外)의 서생(書生)으로 견문이 좁고 학식도 천박하지만, 선생이 비루하게 여기지 않고 수시로 창수(唱酬)를 해 주어 은혜를 입은 것이 많았다. 그런데 유독 사부에 있어서만 공졸(工拙)을 헤아려 수답(酬答)하지 않아서 훌륭한 뜻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감히 전배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면서 나의 단졸(短拙)함을 숨기지 않는 바이다. 대아 군자(大雅君子)는 여기에 대해서 반드시 말이 있을 것이다. 사(詞)는 다음과 같다.
나는 고인에 미치지 못함을 슬퍼함이여 / 余悲不及古之人兮
외로이 홀로 있자니 짝이 없는지라 / 塊獨處而無儔
장차 천하에 벗을 취하고자 했었지만 / 將取友於天下兮
길이 막히고 멀어서 어쩔 수가 없었네 / 奈衜塗之阻脩
내 어찌 답답하게 한쪽 구석에 처할 수 있으랴 / 安能鬱鬱余一隅兮
뜻만은 중국 구주를 날아올라 갔건만 / 志蜚騰於九州
생각하니 훌륭한 명성은 이루지 못한 채 / 顧脩名之弗立兮
세월만 언뜻언뜻 물 흐르듯이 가버렸네 / 歲月儵其如流
사십구 년 동안의 잘못을 알았으니 / 知四十九年之旣非兮
이제 남은 세월이 그 얼마나 되려는고 / 其未徠者能幾
황고께서 내 초년 시절을 관찰했음이여 / 粵皇覽余初度兮
내 왕년의 뜻을 실추 않고자 맹세하였네 / 誓不墜吾前志
외딴 나라에서 황하가 맑아지길 기다리다 / 竢河淸乎徦之陬兮
황명의 치평한 시대를 만나고 보니 / 際皇明之治平
해와 달이 빛나게 하늘을 운행하여 / 日月赫以行天兮
우주 안에 문명이 한창 성대한지라 / 宇宙郁其文明
문득 팔방의 끝까지 조공을 바쳐 올리니 / 奄八荒以梯航兮
옥백이랑 온갖 공물을 뜰에 진열하도다 / 旅玉帛其庭實
기린이랑 봉황은 교외 숲에 깃들고 / 麟鳳兮林藪
거북이랑 용은 늪에서 노닐거니와 / 龜龍兮澤國
대저 사람 가운데 사령에 대해서는 / 夫惟人中之四靈兮
내가 그 절반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 吾弗能記其半也
모두가 명성 떨치고 신기함 발휘하여 / 莫不蜚英而騁奇兮
그 뜻을 다 바쳐서 소원을 성취했도다 / 效其志而詶其願也
이에 천자의 성교가 멀리 미쳐감이여 / 玆聲敎之遠曁兮
그 은택이 이미 삼한에 먼저 입혀졌으니 / 被已先於三韓
해마다 석공이 서로 줄을 이음이여 / 歲錫貢之相望兮
도로는 사천 리라 아득하기만 한데 / 路四千其漫漫
위대하여라 소해의 깊은 바다 너머의 / 偉少海之重潤兮
사람과 동물에까지 은택을 입히었도다 / 澤跂行而啄息
천자의 조서를 하늘로부터 반사하여라 / 誕泥詔之天肦兮
또한 어찌 우 임금 발자취에 국한할쏜가 / 亦何限乎禹之蹟也
홀연히 그대를 강가에서 기다렸음이여 / 溘余候子於江之湄兮
애오라지 의무려산에 눈을 놀리었네 / 聊騁目兮巫閭
아 붕새는 일거에 구만 리를 가거늘 / 羌九萬其鵬擧兮
나는 평야의 울타리 뱁새 됨이 홀로 슬퍼라 / 竊獨悲鷃蘺之平蕪也
날래고 헌걸찬 신룡이 유희함이여 / 矯矯神龍之游戲兮
큰 파도 위에 두각이 우뚝하도다 / 嶄頭角虖巨浪
상서로운 별이 찬란하여라 갠 하늘이요 / 慶星爛兮晴昊
아름다운 난초가 싹터라 비옥한 땅이로다 / 猗蘭茁兮美壤
구지산의 난새도 또한 탈 만하려니와 / 緱之鸞亦可騎兮
봉황은 또 기산 양지 쪽에서 울어대누나 / 鳳又噦噦虖岐陽
아침엔 내가 기자의 도성에서 말을 나란히 타고 / 鼂余竝鑣虖箕之都兮
저녁엔 한경에서 받들어 뫼시오매 / 夕奉袂乎漢京
우뚝하여라 패옥과 관의 화려함이여 / 峩佩冠之陸離兮
내 정신을 솟구쳐 관찰하며 듣노라니 / 竦余神以觀聽
어찌하면 호악한 옛 서적을 위로 벗삼아서 / 何上友典墳之灝噩兮
성대히 대아의 비흥에 드나들어볼꼬 / 繽出入乎大雅之比興也
이는 진실로 내가 듣기 바라던 것이거니 / 寔固余之所願聞兮
아 또 여기를 떠나서 그 어디로 가리요 / 嗟又去此其何之也
안락하여 돌아가길 잊고 머뭇거리면서 / 憺忘歸兮夷猶
옹용 자득한 발걸음을 접하였도다 / 接步武之逶迤
황하는 콸콸 솟아서 질펀히 흘러가고 / 黃河潏其邅漫兮
우뚝한 태산은 하도나 크고 높은데 / 屹泰山之巍巍
항해를 마시어 속을 가득 채움이여 / 吸沆瀣以內實兮
밖에 에워싼 구름 무지개를 헤치고 / 披雲霓以外圍
동방으로 태일을 방문한 연후에 / 訪太一兮東方
북두성의 북두 자루를 부여잡고 / 攀斗杓兮北極
규벽의 신부에 들어가 노닒이여 / 優游虖奎壁之宸府兮
천근의 굴택을 걸어서 올라가도다 / 躞蹀乎天根之窟宅
못난 나는 범용한 데다 인연도 옅은데 / 邈余骨凡而緣淺兮
조용하고 한가로이 서로 따르노라니 / 汎容與以追隨
중역을 거친다 해도 믿을 수 없거니와 / 雖重譯弗可憑兮
맘이 서로 통하는데 무엇을 의심하랴 / 膽相照其何疑也
애당초 나와 서로 약속이 되었으니 / 初旣與余成言兮
어찌 내가 그 길잡이가 되지 않으리요 / 寧不爲之先路也
온갓 신령 명하여 와서 맞이하게 함이여 / 詔百靈使徠迓兮
문득 구름처럼 모여 비 오듯 내려오도다 / 儵雲集而雨下
이에 선부의 깨끗하고 공허함이여 / 玆爲僊府之淸虛兮
예쁜 미인들 두 눈은 맑기도 하여라 / 婉美人之淸敭
화려한 자리 무르녹고 밤중도 아니되어 / 錦宴爛兮未央
천악을 연주하니 공상 소리 울려 퍼지고 / 奏天樂兮空桑
청조가 빙빙 돌아 서쪽에서 옴이여 / 靑鳥回翔而西徠兮
옥술잔을 가져다가 헌수를 드리누나 / 導瑤觴以詶獻
당에 가득 모인 빈객들이여 / 滿堂兮賓客
각각 훌륭한 포부를 안고 있도다 / 各懷抱兮琰琬
엮은 난초를 풀어서 서로 줌이여 / 解紉蘭以相遺兮
아 꽃다운 향기가 나를 엄습하누나 / 羌芳氣之襲余
영지 바퀴 깃일산 수레가 앞서고 뒤섬이여 / 芝輪羽蓋之先後兮
해와 달이 나란히 모여 다투어 추주하도다 / 羲娥竝集而爭趨
이윽고 사람 떠나고 밤이 고요함이여 / 俄人散而夜靜兮
깊은 방은 적막하게 반려자가 없어라 / 洞房闃其無侶
내 비록 훌륭한 절개가 참으로 아름답건만 / 余雖姱節之信美兮
유융의 일녀에게 혐의를 받았도다 / 嫌有娀之佚女
빙설처럼 몹시 맑고도 차가움이여 / 凜淸寒其氷雪兮
신세가 평범하지 않음을 깨닫겠도다 / 覺身世之非凡
천향을 휴대하여라 소매에 가득하고 / 天香携兮滿袖
훌륭한 시문은 온 좌중에 쏟아져 나오네 / 寶唾霏兮四筵
슬프다 나는 범골을 벗어나지 못하여 / 慨余骨之未蛻兮
겨와 쭉정이가 앞에 있음을 어찌할꼬 / 奈糠粃之居前
인간에 오래 머무를 수 없음을 슬퍼하여 / 哀人間弗可以久駐兮
갑자기 되돌아보며 비틀거리도다 / 忽反顧而蹁躚
아마도 옥황상제께선 높이 앉으시어 / 想玉皇之高拱兮
엄연히 밤중에 옷 입고 아침을 기다리리 / 儼宵衣之待旦
꿈속에 어슴푸레 지척에서 뵌 듯함이여 / 夢咫尺其彷彿兮
옥황께서 기뻐하사 한 번 웃어주시도다 / 皇乃敷腴而一粲
일하에 있는 장안을 바라봄이여 / 望長安於日下兮
아스라이 성사는 은하수에 떠 있도다 / 渺星査兮銀漢
바야흐로 구름 안개 헤치고 하늘에 노닒이여 / 方將凌雲霧而天遊
어찌 초파리의 연모한 바가 아니되리요 / 夫豈蠛蠓之爲戀也
피리 북 소리는 소소히 울려 퍼지고 / 笳鼓發兮蕭蕭
쇠뇌 실은 기마는 굳세게 달려갈 제 / 弩騎驅兮桓桓
옥 채찍을 떨치어라 폭풍이 일어나고 / 玉鞭振兮風飇
신선 소매 펄럭여라 봉황이 나는구나 / 僊袂擧兮鳳騫
뒤에 또 만나기 어려움을 슬퍼하면서 / 悵後會之難又兮
한마디 말을 남기어 결별을 하노니 / 留一言以爲訣
교제함에 욕됨이 없었기를 바람이여 / 庶交際之無忝兮
길이 좋아해 이지러짐 없길 기약하자오 / 期永好而罔缺
거듭 고하노니 후가 온 곳은 해뜨는 동녘이요 / 重爲告曰侯之徠兮日邊
후가 돌아갈 곳은 천자의 나라이로다 / 侯之去兮帝鄕
후가 무엇을 닦아서 이 경지에 이르렀으랴 / 侯何脩而至此
나로 하여금 잊을 수가 없게 하누나 / 使我兮弗能忘
아 지인의 지극한 덕이야말로 / 猗至人之至德兮
본디 뭇사람의 사모하는 바이기에 / 固衆人之所慕
훌륭한 덕행 사모하여 오래 기다렸다가 / 挹淸芬而延佇兮
백대 만에 요행히 한 번 만났도다 / 曠百世而一遇
나에게 바른 도리를 보여주고 / 示我以周行兮
나에게 은미한 말을 주었나니 / 贈我以微言
쏟아낸 것이 역력히 정성 어림이여 / 寫歷歷之披肝兮
한 번만 보아도 도가 있는 줄을 알겠도다 / 蓋目擊而道存也
참으로 훌륭한 부자가 아니었으면 / 微夫子之洵美兮
나는 도덕의 문을 잃을 뻔하였소이다 / 吾幾失於道德之門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