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열님의 음악지도를 한 작품
한국 근·현대사의 재조명을 통한 남과 북의 새로운 밑그림,
2000년 가을 뮤지컬 <의형제>
2000년 9월 1일,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에 이은 극단 학전의 3번째 레퍼토리 뮤지컬 <의형제>가 김민기 번안·연출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98년 초연 후 2년만에 다시 공연되는 뮤지컬<의형제>는 한국전쟁부터 1979년 유신말기까지, 이 시기를 살았을 법한 한 쌍둥이 형제 '무남'과 '현민' 그리고 그들의 생모
'간난'의 삶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1951년부터 1979년까지의 시기는 해방과 이를 창조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분단과 동족상잔, 분단의 고착화, 근대화 과정의 질곡 등 한국현대사에 있어 가장
심각하게 반성해 봐야하는 문제점들이 총 망라되어 있는 기간인 동시에 남북분단이라는
비극적 상황으로 인해 정치성, 사상성의 전제 없이는 어떤 측면으로든 다루어지지
못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뮤지컬<의형제>에서는 이 시기를 다룸에 있어 정치·사회적인 문제들을 전면에 노출시키는 대신, 한날 한시 한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두 가정에서 유아기, 소년기, 청소년기, 청년기를 거치며 판이한 성장과정을 겪게되는 쌍둥이 형제의 만남과 우정, 애증과 비극이 얽힌 삶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질곡의 모습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투영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지금, 뮤지컬<의형제>는 분단이라는 비극을 잉태했던 과거를 인식하고 남과 북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데 있어 작은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2년만에 만나는 그리운 감동, 뮤지컬 <의형제>
뮤지컬<의형제>는 98년 초연당시 연기자들의 탄탄한 호흡과 팀웍, 깊이 있는 문제의식과 높은 완성도로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제 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한국연극협회 "98우수공연 5" 단체상 및 각색·번안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리타 길들이기>, <셜리 발렌타인>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윌리 러셀의 원작을 한국적인 상황으로 번안한 이 작품은 독일 원작을 번안한 록뮤지컬<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와는 달리 영국식 뮤지컬에 대한 탐구이자 한국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영국 리버플에서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그 출발점을 옮겨온 뮤지컬<의형제>에는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감동과 재미, 향수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는데,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아역 연기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유년시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놀이,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지는 감성과 언어, 그리고 객석을 울리는 뭉클한 감동과 여운은 초연을 보았던 많은 관객들에게 뮤지컬 <의형제>를 깊은 감동과 강한 그리움으로 기억되게 하고 있다.
뮤지컬<의형제> - 공연팀 4팀, 공연기간 총 18개월의 장기공연 돌입
학전블루 소극장에서는 2000년 9월 공연을 시작으로 1년 반이 넘는 기간동안 뮤지컬<의형제>가 장기 공연된다.
브로드웨이나 오프 브로드웨이, 웨스트앤드 등에서는 한 작품이 수년동안 한 극장에서 공연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관객 층이 두텁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는 출연진이 14명에 이르는 본격적인 공연물을 1년 6개월 이상 공연하는 것은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이다.
지난 96년 이후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등의 뮤지컬들을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11개월까지 장기공연을 계속해온 학전으로서도 4, 5개월 단위로 연기자 및 연주자들을 새롭게 재구성하면서 18개월여 동안 공연을 계속하게 되는 2000-2001뮤지컬<의형제>의 프로젝트는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4개월 정도의 기간을 예정하고 공연을 시작한 후 관객의 반응에 따라 연장을 하게 되는 경우와 달리 관객동원이나 작품 홍보 등에 있어 불확실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전에서는 뮤지컬<의형제>의 각 공연팀별 색깔과 개성을 명확히 살리면서 관객들이 연기진의 교체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각 팀의 공연 명은 시작하는 시기에 따라 2000가을뮤지컬<의형제>, 2001봄뮤지컬<의형제> 등으로 구분하게 되며 첫 팀은 12월 31일까지, 2001봄 팀은 1월 2일부터 5월말까지 공연하게 되며 2001여름팀이 그 뒤를 잇게 된다.
외국인 관객과의 지속적인 만남 - 뮤지컬<의형제> 영문자막 설치
<99지하철 1호선> 공연 시 영문자막을 설치함으로써 외국인 관객들을 대학로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던 학전은 뮤지컬<의형제>에서 역시 영문자막을 내보내게 된다.
한국에 유학중인 젊은 외국인 학생들과 업무 등으로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 그리고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학전블루 소극장의 영문자막 설치는 <지하철 1호선>의 경우 8개월간의 공연기간 동안 조금씩 외국인 관객들이 증가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알려지기 시작한 후반에는 거의 매일 외국인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는 성과를 거두었었다.
뮤지컬<의형제>의 영문자막설치는 이렇게 형성된 외국인 관객들을 지속적으로 학전의 뮤지컬 관객으로 확대, 유지시킴은 물론 대학로 공연장을 쉽고 친근하게 찾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뮤지컬 <의형제> - 8월 28일, 29일 본격적인 Preview 공연 실시!!
학전에서는 뮤지컬<의형제>의 장기공연 계획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Preview 공연을 8월 28일과 29일 새롭게 시도한다.
몇 번의 거듭되는 촬영과 편집, 음향, 효과 작업 등을 거쳐 최고의 프린트를 뽑아내는 영화와는 달리 공연 쟝르는 수많은 연기자와 연주자, 스텝들간의 호흡은 물론 조명, 음향, 무대장치 등 공연무대와의 조화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공연초반에는 아무래도 미흡한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Preview공연은 이런 부분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웨스트앤드나 브로드웨이는 물론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공연물들은 수 차례의 Preview공연과 로드쇼를 가지면서 관객과 전문기자, 평론가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평가를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정과 보완기간을 거치면서 작품에 완벽을 기한 후에야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그러나 공연장 대관이나 제작비 등 여러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공연 전 작품홍보를 위해 주요 장면만을 선보이는 시연회선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극단 학전에서는 이런 한계를 벗어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로 2000가을뮤지컬<의형제>의 본격적인 공연을 앞두고 Preview공연을 시도하게 된다.
8월 28일과 29일 양일간 Preview 공연을 하고 참석자들로부터 다양한 평가를 수렴, 공연전 2일간 또 한번의 수정·보완기간을 거친 후 9월1일 공연을 시작할 계획이다. Preview공연은 무대, 음향, 조명, 의상 등 모든 것이 정식 공연과 똑같이 진행되며 관람을 원하는 일반관객들의 경우 5,000원에 공연장에서 관람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2001년 1월 2일부터 공연을 시작하는 2001봄뮤지컬 <의형제>팀 역시 12월쯤 프리뷰 공연을 할 예정이며 이 때에는 본 공연과의 기간을 1주일 이상 여유를 두고 보다 안정적인 수정·보완작업을 할 예정이다. 2000가을뮤지컬 <의형제>의 Preview공연은 8월 28일 6시와 8월 29일 3시에 시작된다.
지나온 시절 추억으로의 초대 - 어머니들을 위한 수요일 3시 공연 신설
학전에서는 주부관객들의 여유 있는 관람을 위해 수요일 3시 낮 공연을 신설했다.
평일에는 저녁시간대의 공연만을 해온 학전이 조금은 파격적인 평일 3시 공연을 만든 것은 뮤지컬<의형제>가 가지는 끈끈한 정서와 감성이 대학로 공연의 주 관객층인 20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 관객들에게도 친근하고 강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난으로 갓 태어난 자식을 부잣집으로 보내야만 했던 어머니의 아픔과 당신들이 살아온 세월인 1950년에서 70년대 말까지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묻어있는 <의형제>에는 어려운 피난촌 생활, 찢어진 옷에 시커먼 숯 검댕을 잔뜩 묻힌 채 맨발에 깨진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전쟁놀이를 하러 천방지축 뛰어 다니는 아이들과,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몰래 보다 임검 경관에게 끌려나오는 무남과 현민, 지남철, 화로, 아이스께끼통 등 지나온 시절의 추억과 향수가 가득 차 있다.
노련함과 신선함이 어우러진 새로운 앙상블 - 2000가을 뮤지컬<의형제>
2000가을뮤지컬<의형제>는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던 초연 멤버들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이 만나 빚어내는 새로운 앙상블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98년 뮤지컬<의형제>의 '무남'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던 권형준과 역시 초연에서 '현민'으로 열연했던 김학준이 2000가을뮤지컬<의형제>에서 쌍둥이 형제로 다시 만났고, 작품을 끌어가는 해설자 '걸인' 역에는 초연멤버 장현성과 임권택 감독의 영화<춘향뎐>'이몽룡'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조승우가 더블 캐스팅되어 각자의 개성을 살린 연기를 선보인다. 생모 '간난' 역에는 연극<사랑을 주세요>(99년)로 백상 신인상을 수상한 방주란이 열연하고, 김윤석(꼴통), 오상원(사단장), 이상민(영희), 이지영(사모님) 등 연륜과 패기가 어우러진 배우들이 새롭게 등장, 2000가을뮤지컬<의형제>를 만들어 가게된다.
- 줄거리 -
1951년 부산, 한국전쟁 통에 남편과 아이 하나를 잃고 부산으로 피난 온 '간난'은, 그렇지 않아도 먹여 살리기에 빠듯한 네 자녀에다 또 쌍둥이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게된다.
그녀가 식모 일을 나가는 연대장집,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모님'은 이 사정을 알고 자신의 남편이 전쟁으로 장기간 귀가하지 못하리라는 것에 착안, 아이들이 태어나는 대로 하나를 달라고 조른다. 쌍둥이가 태어나자 '사모님'은 아이를 데려가며 '간난'에게 돈을 건네고 태생의 비밀이 밝혀질 경우 불길한 일이 생길 거라고 경고한다.
쌍둥이로 태어나 영도의 빈민촌과 다리건너의 부촌으로 나뉘어 따로 자라던 '무남'과 '현민' 두 아이는 자신들의 판이한 생활환경과 둘 사이를 떼어놓으려는 사모님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형제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의형제까지 맺게 되는 절친한 친구가 된다. 불안감에 휩싸인 사모님은 '무남'과 '현민'을 갈라놓기 위해 남편에게 이사갈 것을 종용하고, 결국 현민의 가족은 서울로 이사를 가게된다.
'무남'과 '현민'은 서울과 부산으로 갈라져 너무나 다른 성장과정을 겪으면서도 서로 잊지 못한 채 그리워하고, '간난'은 친정오빠의 연락을 받고 서울의 어느 판자촌으로의 이사를 결정하게된다.
철공소에 다니는 '무남'과 혼자 올라 와 공장에 다니던 어릴 적 친구 '영희'는 우연히 판자촌 산등성 너머 양옥집에 살던, 경기중학생이 된 '현민'을 다시 만나고 셋은 또다시 함께 어울리게 된다. 이들의 만남을 알게 된 '사모님'은 이들을 갈라놓기 위해 집요하게 쫓아다니고, '무남'은 군으로 입대를, 서울대학생이 된 '현민'은 학생운동을 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제대를 한 '무남'은 '영희'와 동거를 해 아이까지 낳지만 노조활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나 방황을 하고, '현민'이 미국에서 돌아왔지만 둘은 심하게 다툰다. 실직자인 '무남'은 그의 형 '꼴통'의 꼬임에 넘어가 강도짓을 하다 징역을 살게되고, 복역 중 심한 우울증에 걸린 '무남'은 의사의 처방으로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다.
정계에 진출해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 '현민'은 복역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술과 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무남'의 가족을 아무도 모르게 '영희'를 통해서 보살핀다. 누군가의 도움을 감지하고 있던 '무남'에게 '사모님'은 '영희'와 '현민'의 관계를 과장되게 전달하고, 둘의 관계를 오해해 이성을 잃은 '무남'은 총을 들고 '현민'이 출연하는 TV 녹화장으로 총을 들고 난입, '현민'을 향해 총을 겨누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