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가수 이효리를 데려올수 없나?’라는 농담비슷한 진담을 했다고 한다. 또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에 상징적으로 30대 전문직 여성을 올리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치적 소외자인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의도야 모를 사람이 없다. ‘늙고 부패한 당’ 한나라당에 싱싱하고 섹시한 치어리더를 뽑아오자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총선에 손님 좀 끌어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상에 치어리더가 잘해서 이기는 게임은 보지 못했다.
도대체 지금 한나라당의 최병렬대표는 무슨 ‘딴 생각’을 하고 있는가? 국민이 두 번씩이나 차려준 밥상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 바보 정당의 대표로서, 그들이 우습게 보았던 노무현후보에게 부끄럽게 패배한 정당의 대표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혹시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닐까? 왜 한나라당이 밥상을 두 번이나 차려줬는데도 먹지를 못했을까? 국민은 의아했다. 한나라당은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졌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전투조차도 해본 적이 없다. ‘차떼기 수법’내지 ‘조폭들의 관할업소 뜯기’로 소일하느라 그들은 패싸움에 몰두했지 전투같은 해본 적도 없다. 한나라당은 그 긁어모은 돈 역시 풀지도 않은 듯 하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누구는 받았는데 당에서는 입금이 안됐다는 사실은 그 돈이 이른바 개인적 용도로 돌려졌다는 걸, 수도 없이 속아본 국민이라면 금방 감이 잡힌다.
정치헌금이라는 이름아래 엄청난 돈을 받아 챙기다보니 이 ‘차떼기당’은 선거 승리에 연연하지 않았던 듯 하다. ‘2등’의 편안함, ‘제1당의 기득권’을 누리며 후궁처럼, 첩처럼 살기로 작심했던 듯 하다. 한 국회의원은 내게 말했다. ‘국회의원 정말 좋다고-삼시세끼가 잔치이며 파티라고-’ TV뉴스로 지켜보는 그들의 모임은 보자면 한 끼 식사비를 어림계산하다 땅이 꺼지는 한숨이 나온다. 대체 누구의 돈으로 저렇게 먹고 써제끼는가?
왜 나는 한나라당을 찍지 않았나? 이회창이란 시대의 유효기간이 정치상품도 싫었다. 그러나 내가 진짜 싫었던 것은 대통령 후보 이회창을 둘러싼 ‘부패하고 노회한 떨거지’들이 싫었다. 이회창후보를 선택하고 싶었던 적잖은 이들이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돌렸던 가장 큰 이유도 ‘저자들이 활개치는 것은 더 이상 못보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 1년내내 국민들은 ‘도대체 왜 나는 되는 일이 없지?’하고 가슴을 쳐야 했다.
이 와중에 한나라당의 새 얼굴로 나온 사람이 최병렬대표이다. 국민은 ‘최틀러’에게 기대를 했다. 본인은 ‘최딩크’라고 주장했지만 국민들은 ‘최틀러’이길 원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정치인, 그러나 강력한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한나라당을 통째로 개혁할 사람을 원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예측가능한 방법을 원했다. 워낙 술수에도 못미치는 꼼수나 역전극, 술수에 지친 국민들은 ‘대안’, 다른 카드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스코어, 최병렬대표는 ‘최틀러’도’ ‘최딩크’도 아닌 ‘오대영’이다. 우선 노무현대통령한테 판판이 당했다. 재신임카드를 내민 노무현 대통령의 무책임과 정치적 파퓰리즘의 핵심을 꿰뚫치 못하고 봉창뜯는 소리만 하다 결국 당하고 말았다. 그 뒤에도 계속 노무현대통령의 페이스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불법정치자금이 한나라당이 1/10을 넘으면 물러나겠다’는 국가의 안정을 담보로 하고 국민의 불안을 인질삼은 발언에도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지 않으면 물러나겠다’고 언제나 조건을 단 노무현류의 발언으로 대응했다. 야당총재로서 이렇다할 정국전환 한번 못하는 바닥 실력을 드러냈다.
뒤통수치는 수법, 게릴라식으로 치고 빠지는 수법, 포커판에서 거짓배팅을 일삼는 사람과 싸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정공법으로 나가고 실력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병렬 대표는 자신의 실력과 정공법에 자신이 없는지 노무현 브랜드를 카피한 짝퉁전법으로 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말그대로 갈아업기를 해야할 한나라당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여전히 최 대표주변에는 국민들이 안보았으면 하는 이들이 주르르 서있다. 정치의 패를 몰랐다는 이회창 후보 옆에 있었던 꾼들이 지금도 여전히 최병렬 대표의 옆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표 최병렬이 아니라 한나라 당의 얼굴마담 최병렬이라는 이야기이다.
주인은 갈려도 집사는 영원한 것이 늙고 부패한 한나라당의 현 주소인 셈이다. 창조적 파괴가 절실한 한나라당의 대표로서 확고한 원칙아래 하루빨리 마무리지을 공천싸움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을 뿐 아니라 차떼기당의 오명을 벗으려는 어떤 전략도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할 대선주자의 낌새조차없는 한나라당을 보며 도대체 최병렬대표의 속셈이 뭘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전 대통령을 꿈꾸며 당 경선에 나온 그를 인터뷰한적이 있다. 아직도 스스로 대통령되기를 꿈꾸고 있는가?
정치인 최병렬의 용도는 5, 6공때 가장 빛났고 노태우란 별볼일 후보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 내놓는데 그 물이 올랐다. 요즘 왜 이렇게 제1야당 대표 최병렬의 정치력이 기대에 못미칠까 생각하니 그 에너지와 열정과 지혜를 그때 다 써버린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사시사철 온실같은 한나라당 서울 강남구 의원을 지내다 보니 사자의 발톱은 빠지고 호랑이의 잇빨은 무디어 지고 여우의 두뇌는 기가 빠져버렸다.
그를 알았다는 많은 사람들은 요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예전에는 대단했는데’ ‘옛날에는 칼같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멍청해 졌지?’ ‘예전에 특별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요즘 보니 그냥 보통사람이더라’ 그리고 어떤 이는 말한다. ‘이제 너무 늙었다.’고- 지난번 대선 늙은 이회창 후보의 뒤에는 항상 미모의 젊은 여성의 몇 명이 번갈아 가며 병풍노릇을 했다. 늙고 보수적인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상쇄시키기 위한 치어리더격인 여성정치인이었다. 지금 최병렬 대표도 똑같이 이효리같은 여성을, 30대여성 전문인을 영입하려 한다는 것은 그 스스로 늙고 보수적이며 기가 빠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치어리더로 게임을 치루지 못한다. 뛸만한 선수로 바꾸고 감독은 연륜과 경험을 지혜로 비젼을 제시해야 한다. ‘오대영’ 최병렬 대표는 최틀러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차떼기당 한나라당은 죽어야 살수 있는 정당이다.
그럼 누가 먼저 죽을 것인가? 당연히 최병렬대표가 먼저 죽어야 한다. 이번 경기가 승패와 관계없이 감독으로서 마지막 경기라고 말해야 한다. 누구처럼 구질구질한 조건도 달지 말고 ‘영남당’ 한나라당의 최악의 격전지에 가서 장렬하게 전사해야 한다. 중국 장쩌민이 원로들의 손을 나란히 잡고 ‘우리 이제 물러납시다’라고 했듯, 이제 시대적 시효가 다된 정치인들을 손잡고 사라져 주는 것-불행한 이 시대 한나라당대표 최병렬의 역할인 것이다.
그렇지않고서는 강금원씨같은 사람에게서는 ‘내가 바로 대한민국 야당 총재’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