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의 책에는 편안함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과의 일에서 맞닥뜨리는 깨달음, 일상 속의 현자들과 사소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말들.. 아마 계속해서 류시화의 작품에 마음을 두게 되는 것은, 그런 편안함들, 명상과도 같은 글귀들이 영혼까지 달래주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일거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은, 아예 힐링 시집이라고 부를 만큼, 치유와 깨달음을 주기 위한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시인들의, 일반인들의, 작자 미상의 깨달음 또는 의지와 희망을 담은 시들을 죽 엮은 것이기 때문에, 예전에 닭고기스프 시리즈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인상을 받을 것 같다. 류시화씨가 이전에 이와 비슷한 잠언시집을 엮어낸 적이 있었다.「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집이었는데, 그때는 큰 감흥을 못느꼈더랬다. 글쎄, 제목은 좋지만 별로 와닿지 않아요, 류시화씨가 쓴 시가 더 좋아요-라고.
이번 시집은 거창하게도 '힐링 시집'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나와서 약간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한편한편 곰곰이 음미하고 천천히 하나씩 읽어나가야 하련만, 읽다보니 주욱 한번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과연 이 시집이 확실한 마음의 치유와 평안을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이건 별로, 이건 와 닿지 않는걸- 하며 책장을 휙휙 넘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손을 멈추고, 메모지를 꺼내어, 하나 둘 씩 마음에 드는 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게 되었다. 어떤 것은 너무 기니까, 나중에 꼭 따로 타이핑을 해놔야지- 라고 체크도 하면서. 실려있는 많은 시들 중에, 메모한 것은 적다. 하지만 이 시들 중에 하나라도 내 마음을 울리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 혹은 서글픈 표정, 그러다 안도감, 평온함을 가져다주고,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할 수 있다면, 단 한 구절이라도 내 마음 한구석 어딘가를 따뜻하게 해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