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금북정맥 3구간(신도정공 금왕읍 표지판-직업학교-쌍봉초교-협진주유소-사거리보신탕집-월드사우나-용계리염소농장)
1.일시: 2013년 6월 22일 토요일
2.참가인원: 그윽한 미소와 나 달랑 둘
3.날씨: 그늘과 땅이 없는 아스팔트를 뙤약볕에서, 지워져 버린 한남금북의 그림자를 쫒느라 게거품을 물다!
4.산행시간: 09:10:49~16:08:28(06:57:39)
이동,도상거리: 13.74km, 13.02km
평균속도휴식포함: 1.97km/h
휴식제외: 3.38km/h
고도: 210~141(69)m
오르막거리, 속도: 7.02km, 3.47km/h
내리막거리, 속도: 6.42km, 3.15km/h
휴식횟수, 시간: 3회, 02:53:54
GPS 오류 횟수(터널포함): 0회
출발
이른 아침 무극발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할 때만 해도 모든 것이 다 순조로웠다. 그런데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고 부터 일이 꼬이기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큰 사고가 났는지 도로가 꽉 막혀 주차장이 되버렸다. 오도 가도 못하고 근 4-50분을 길에서 시간을 죽였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그냥 맹숭 맹숭하게 지나갈 인간들이 아니기에 꽉 막힌 도로와 상관없이 재미나게 이빨을 까며,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금왕에 9시경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마자 우리의 일용할 양식인 막걸리를 사고 택시를 타려고 순간 아뿔싸, 이빨를 까는데 정신이 팔려 그만 '그윽한 미소'의 스마트폰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 버스는 이미 음성으로 떠났고, 찾을 길이 막막했다.
일단 잡은 택시를 타고 불티나게 버스를 추격하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윽한 미소'는 스마트 폰 주소록을 다른 곳에 백업을 시켜놓지 않아 잃어버리면 말 그대로 깜깜 절벽이다.
연관있는 모든 사람과의 연락 두절인 것이다. 얼굴이 하얗게 질릴 수 밖에...
혹시 모를까 싶어 택시로 쫓으며 내폰으로 '그윽한 미소'의 폰에 전화를 하니 마침 아주머니 한분이 전화를 받는다.
누가 습득하여 바로 전원을 꺼버렸다면 그건 찾기 불가능하다. 요즈음 스마트폰이 많게는 백만원을 호가하질 않는가!
아직은 세상이 살만한 곳이긴 한가 보다.
음성에 도착하여 다시 전화를 하니 아주머니가 김밥집에서 나와 폰을 건네준다. 택시가 기다리고 있어 급한 마음에 바로 택시를 탔는데, 사례를 못했다며 '그윽한 미소'가 못내 아쉬워 했다.
이분들과의 인연이 질긴 것인지 올라오는 버스에서도 동승을 했는데, 사례 이야기를 은근히 꺼내기에 고마움이 반감되는 순간이다. 도움을 줄땐 왼손도 오른손도 다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아무튼 택시로 다시 금왕을 거쳐 '신도 정공' 우리의 오늘 출발점에 늦게나마 도착 할 수 있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은 돌렸지만 계속되는 이런 불길한 일들이, 오늘 우리의 일정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GPS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도상의 정맥길을 제대로 밟고 지나간 곳이 별로 없을 지경이다.
응달하나 없는 뙤약볕에서 그것도 땅도 아닌 아스팔트를 대여섯 시간을 걸었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 것인가?
간혹 길가에 오디가 있었지만 힘이 부쳤는지 전 구간의 감흥만은 못했다.
아흐! 깊은 산에 들고프다! 나무 그늘로 들고프다! 땅를 밟고프다!
이번 경험으로 비춰보면 땅보다는 아스팔트가 딱 세배는 더 힘든 것 같다. 정맥에 아스팔트가 많은 그만큼, 이번 구간 금왕시를 가로지르면서 정맥이 괴로워하는 아우성 소리를 여기 저기서 듣는다.
파란 실선이 원정맥길이고 분홍색 실선이 우리가 뭉게고 지나 간 길이다. 정맥길이 지워진 원인도 있지만 그만큼 우린 아스팔트를헤맸다. 컨디션 탓이겠지...
스마트폰을 영영 잃어 버렸으면 오늘 산행은 정말 지옥이였을텐데, 지옥은 면했으되 바로 옆이 연옥이다.
오늘의 출발 시간 9시 26분.
기술학교 정문을 지나 도로를 따라 쌍봉초교까지 도로로 이어진다.
이나무는 무슨 나무인고?
이도로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이폿말이 보이는 곳으로 따르다 보면...
쌍봉초등학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길 잃고 583번 도로를 따라 정처없이 걸었다. 이차선 국도를 덤프 트럭들이 거침없이 달리는데도 아랑곳 없이 우리도 거침없이 걸었다 정맥이 나오는 길까지...
정말 차들을 피해갈 수 없는 갓길조차 없는 좁은 이차선 도로다. 사람이 배제된 오직 차만을 위한 도로, 사람이 지나 다닐만한 갓길은 없다. 인본이 배제된 물질만능은 언젠가는 우릴 공격할 것이다! 아니 공격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으로...
쌍봉2리 정거장을 지나고... 이그림 왼편으로 정맥 능선길이 지나가는데 현재로선 그림의 떡이다.
다시 정맥길을 잡아 가다 오디를 만났다. 그나마 이 뙤약볕에 가뭄에 단비 아닌가?
전 구간 오디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윽한 미소'는 연신 모아 모아 입으로 털어 넣는다.
이도로를 따라 가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이곳 사거리에서 좌틀이다.
청송 보신탕 간판이 보이는 곳으로 길를 따라가다가 큰 사거리에서 우회전하고 또 큰사거리가 나오면 이번에는 좌틀이다.
응달에서 잠시쉬며 장난질이다. 이 와중에도 장난질이 나오니?
드디어 또래오래 목우촌 공장을 거쳐 월드사우나 뒤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막걸리도 더위에 지쳤는지 시금털털하게 변해버렸다.
가까스로 한병을 때리고 체육공원 풀밭에서 잠간의 오수를 취했다.
체육공원 풀밭.
주인 잃은 알. 새가 알을 낳았는데 입지가 좋지 않았는지 부화도 못시키고 가버렸나 보다. 평지 맨땅에다 이렇게 알을 낳으니 인간의 간섭은 피할 수 없지...
여기에서 '그윽한 미소'의 베란다 고추나무의 진드기 퇴치용으로 무당벌레 두어마리를 잡아 주고 잡목이 얼굴과 몸을 잡채는 능선길로 접어들었다.
오늘의 산행 종착지 용계리 염소농장 입구.
용계리 염소 농장 입구 도착 오후 4시 17분.
금왕 택시를 부른 짬에 염소농장을 구경했다. 마침 농장주가 나와 잡일을 하고 있어 이것 저것 물어보니 이분도 은퇴후 이곳으로 온지 몇년 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귀농하려면 적어도 40대에는 내려와야 한다고 조언하신다. 50~60대는 무엇을 도모하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얘기다. 옳으신 말씀인 것 같다.
터미널가는 길에 금왕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 반말을 사서 서울가는 고속버스에 올랐다. 올라 오는 길에 막걸리 먹을 맴버를 구성하는데, '바람'은 가족모임에 참석중이라 어렵다고 하고 '딱선생'과 '의정부윤' 을 포섭하여 충무로에서 조우하기로 약속했다.
'딱선생'의 강력한 추천으로 간 동태탕 집인데, 일단 가져간 막걸리를 먹을 수 있는지 타진하니 먹으라고 흔쾌히 승락하여 한순배를 돌렸다.
그런데 전에 먹었던 그 산천 초목이 떨었던 그맛과 순도가 아니었다. 이집 주인장도 맛을 보더니만 아닌 것 같다고 하신다.
그나마 이집의 동태탕이 이런 서운한 감정을 무마시키기에는 충분한 맛이었다. 내 뇌리에 이제 금왕의 막걸리는 없다.
거의 삼분의 이를 남겨 내가 가져가는 것으로 하고 당구장으로 직행함.
두판의 전쟁에서 역시 '딱선생'이 처음에 일등을 하고 다음판은 '그윽한 미소'의 차지가 되었다.
나는 오늘부로 당계를 떠나려 한다 말리자 마라! 당구치자고 말하지마라 말야!
나의집 도착 1시 20분.
땡볕에 고생했다 '그윽한미소'!
첫댓글 헐~~반말이나 막걸리를 사들고 올라오셨습니까?
날이 넘 더워 더위드셨나 봅니다.
ㅎㅎㅎ 막걸리도 더위 먹어 시큼했다지요???
무더위에 고생들 하셨습니다. 쉬엄쉬엄 하셔요~~
막걸리가 쉴 정도로 더웠읍니다.
3구간에 잡았던 무당이가 베란다 고추밭에 숨어 보이질 않는다..한마리로는 중공군같은 진딧물을 당해내질 못하나봐..수고했다..4구간도 이번주에 꼭 올려라...